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스타 마케팅’ 기대던 공연계, 이젠 ‘스타 메이커’

등록 2019-07-04 18:27수정 2019-07-05 08:37

유명인에 의존하던 홍보전략 넘어
처음부터 작정하고 ‘원석’ 발굴 나서

연극 ‘어나더…’ 뮤지컬 ‘스웨그…’
신인들 대거 주역으로 기용
문유강·양희준 벌써 팬덤 형성

매니지먼트 설립한 오디컴퍼니
“실력 있는 신인들에게 기회 될 것”
뮤지컬 <그리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출연진 중 일부는 남성 5인조 ‘티버드’로 활동하고 있다. 오디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그리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출연진 중 일부는 남성 5인조 ‘티버드’로 활동하고 있다. 오디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대학로에선 작은 쟁탈전이 벌어졌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가 막을 올린 지 1주일 만에 주연을 맡은 ‘생짜’ 신인 문유강을 잡으려고 수많은 연예기획사가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어나더 컨트리> 관계자는 “개막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많은 곳에서 연락이 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공연계의 인기 척도로 불리는 ‘퇴근길’엔 문유강 팬들이 줄을 서고, 일찌감치 다음 공연 작품도 결정됐다. 3주차에 뒤늦게(?) 뛰어든 한 기획사는 “문유강이 이미 마음을 정했다더라”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학로가 ‘스타 마케팅’을 넘어 ‘스타 메이커’로 거듭나고 있다. 그동안 연극배우들이 무대에서 내실을 다지다가 드라마와 영화의 단역부터 시작해 대중적 스타가 되는 일은 잦았다. 그러나 문유강은 처음부터 스타로 키우겠다며 작정하고 발굴했다는 점이 다르다. 그동안 아이돌 등 인기 스타의 티켓 파워에 의존해왔던 대학로가 스스로 원석을 발굴해보자며 나선 것이다. <어나더 컨트리>는 공개 오디션으로 19개 배역 중 13개를 신인으로 채웠는데, 문유강은 약 3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으로 발탁됐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로 삽시간에 화제를 모은 신인 배우 문유강. 페이지원 제공
연극 <어나더 컨트리>로 삽시간에 화제를 모은 신인 배우 문유강. 페이지원 제공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6월18일 시작한 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도 신인들이 무대를 뒤집어놓고 있다. 주연 딘 역을 맡은 양희준은 2017년 연극 <리스크>에 출연한 것이 경력의 전부다. <스웨그에이지>는 시조(時調)가 국가 이념인 상상 속의 조선에서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골빈당의 활약을 그린다. 조선을 배경 삼아 힙합을 접목한 음악 등이 흥겨워 개막 3주 만에 화제의 공연으로 떠올랐다. 양희준은 영화 <왕의 남자> 속 이준기를 연상케 하며 흥 넘치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신인 바람은 날카롭다. 8월 선보이는 뮤지컬 <쏘 왓>도 공개 오디션을 통해 전 배역 10개를 모두 신인으로 채웠고, 8월11일까지 진행되는 뮤지컬 <그리스> 역시 오디션으로 뽑은 신인들을 주역으로 대거 참여시켰다.

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신인 양희준(앞줄 가운데)의 활약이 돋보인다. 피엘엔터테인먼트 제공
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신인 양희준(앞줄 가운데)의 활약이 돋보인다. 피엘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연계에선 스타의 이름값이 곧 티켓 판매로 이어지는 게 다반사다. 작품이 별로여도 ‘내 배우’를 보려고 지갑을 반복해서 여는 ‘회전문 관객’이 공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뮤지컬 배우 출연료가 회당 5000만원을 넘어서는데 객석은 정해져 있다. 초대권, 할인 없이 정가 그대로 모든 표가 다 팔려야 수익을 낼 수 있기에, 특정 스타 배우 몇몇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신인 기용은 큰 모험이다. 또다른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연기력이 부족해도 유명인을 내세워야 수익이 남는 현실에서 팬덤도 형성되어 있지 않은 신인을 기용하는 건 제작사로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스웨그에이지>를 제작하는 송혜선 대표는 “무모할 수 있지만 이런 시도가 꾸준히 이어져야 대학로가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인재 발굴은 뮤지컬 오디션에 1000명 가까이 몰리는 팍팍한 현실에서 신인들에게 기회를 넓혀주고 작품의 내실을 다진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2000년 매출액 약 150억원에서 2018년 3500억원으로 성장했지만 <오 캐롤> 같은 대형 뮤지컬 제작 과정에서 임금 미지급 사태가 벌어지는 등 겉만 화려하고 속은 부실한 경우도 많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2000년대 들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우 발굴이 큰 숙제였다”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스타를 키우려는 움직임은 매니지먼트로 이어진다. 오디컴퍼니는 지난해 12월 오디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그리스> 개막을 앞두고 ‘뮤지컬 아이돌 선발’ 오디션을 진행했다. 선발된 배우들은 <그리스>에 출연하고, 일부는 남자 5인조 ‘티버드’와 여자 5인조 ‘핑크레이디’를 결성해 2월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별도로 싱글 음반을 내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멀티테이너’로 나아가고 있다. 오디컴퍼니 쪽은 “실력이 있는데도 유명하지 않거나 기획사가 없어서 다양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해 배우의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