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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여기, 무대야? 객석이야? ‘포스트 아파트’에서 길을 잃다

등록 2019-07-03 17:17수정 2019-07-03 22:14

안무가·건축가·작곡가·영화감독 함께
퍼포먼스·강의·전시·영상 등 접목해 공연
관객들 앉거나 눕거나…무대 경계 허물어
신선한 충격에 매진…연장 요청도 쏟아져
‘포스트 아파트’의 공연 장면. 두산아트센터 제공
‘포스트 아파트’의 공연 장면. 두산아트센터 제공
난 누구고 여긴 어딘가. “입주를 축하한다”며 누군가 열어주는 문을 통과하는 순간부터 100분간 새로운 세계에 던져지게 된다. 어디에 앉을지부터 혼란스럽다. 3단 높이의 계단식 좌석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 군데군데 평상도 놓여 있다. 어떤 이는 아파트 베란다를 본떠 만든 세트로 들어가고, 어떤 이는 바닥에 털썩 앉는다. 어라, 평상에도 드러눕네? 난 어떻게 하지?

“아파트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경험, 이상과 가능성을 새로운 형식의 공연으로 살펴본다”는 <포스트 아파트>(두산아트센터)는 ‘다원예술’이라는 아리송한 장르 설명처럼 한마디로 형식을 파괴했다. 한국의 보편적 주거형태가 된 아파트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아파트 이야기를 연극·퍼포먼스·춤·영상·강연으로 풀어가는 내용으로, 고정된 무대나 객석이 없다. 관객들은 공연장 여기저기서 펼쳐지는 퍼포먼스를 보러 왔다 갔다 하고, 안대를 쓰고 기차 소리 등 아파트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아예 도시건축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아파트 강연도 펼쳐진다. 최초로 분양 개념을 도입한 한강맨션 아파트, 건설회사 이름이 처음으로 외벽에 새겨진 압구정 현대아파트 이야기 등 핵심적인 아파트 교양지식이 10분 만에 정리된다.

장르의 경계,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허문 이런 과감한 시도는 창작자가 ‘정통 공연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가능할 법하다. 안무가(정영두), 건축가(정이삭), 작곡가(카입), 영화감독(백종관) 4명의 창작자는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아파트에 대한 자료 조사를 거쳐 이 공연을 완성했다.

정이삭 건축가는 “우리가 거리를 걸으며 여러가지를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처럼 무대도 도시 공간과 유사하게 만들어 몸으로 체험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파격을 넘어 모험적 시도였기에, 과연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상연 전엔 걱정이 태산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달 18일 시작해 6일 막을 내리는 <포스트 아파트>는 초반부엔 빈자리도 있었지만 점차 신선하고 재밌다는 입소문이 나며 관객 입장 수를 늘렸음에도 모두 매진됐다. 공연 연장 여부를 묻는 연락이 많이 온다고 두산아트센터 쪽은 전했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두산아트센터 제공
100분간 아파트에 빠졌다가 공연장을 나오면, 낯선 곳에서 돌아온 것 같은 묘한 기분이 감돈다. 무심코 지나다녔던 아파트숲에서도 길을 잃을 것만 같다. 정이삭 건축가는 “기억은 장소에 거주한다”며 “아파트에 대해 다양한 생각과 경험이 관객들에게 잔상처럼 남는 공연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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