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을 다룬 뮤지컬 <블루 사이공>이 15년 만에 다시 공연한다. 서울 공연에 앞서 지난 15일 경기도 과천에서 미리 작품을 선보였다. 극단 모시는 사람들 제공
창작뮤지컬 <블루 사이공>이 15년 만에 돌아온다.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뮤지컬 <들풀> 등을 만든 극단 모시는 사람들(대표 김정숙)이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아 올리는 기념공연이다.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돌아온 김상사와 베트콩 후엔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은 1996년 초연 이후 서울연극제 현대소나타상(1996), 백상예술상 대상·작품상·희곡상(1997)등을 수상하며 호평받았다. 배우 송창의, 손병호를 비롯해 최근 영화 <기생충>으로 뜬 박명훈 등이 이 작품을 거쳐 갔다.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2004년을 끝으로 공연이 중단된 건 그해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면서다. 예술로 전쟁의 비극을 고발해봤자 소용없다는 무력감을 느낀 극단 대표가 공연 중단을 선언했다. <블루 사이공> 초연부터 연출과 작곡, 음악감독을 맡았던 권호성 연출가는 “저는 전쟁 반대를 외치려면 계속 공연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극단 대표의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였다”면서 “15년 만에 그때 만든 음악을 다시 들으니 감개무량하다”고 전했다.
<블루 사이공>은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는 참전용사 김문석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시작된다. 6.25 전쟁 당시 열 살이었던 그는 이념 갈등 속에서 마을 사람들이 학살당하는 끔찍한 사건을 겪는다. 이후 베트남에 파병돼 베트콩인 후엔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베트남전을 다룬 유명 뮤지컬 <미스 사이공>이 미군의 베트남 참전을 정당화하며 사랑 이야기를 그린 것과 달리 <블루 사이공>은 한국전쟁과 결부 지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권 연출가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는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란 궁금증에서 시작해 만들어진 작품”이라면서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파병 용사들을 공산주의와 싸운 투사이미지로 그릴 때라 전쟁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우리 작품을 우려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초연 당시 400석 가량의 극장을 월남전 참전 전우회가 둘러싸고 항의를 하기도 했다. “군복을 입고 로비를 점거한 채 군가를 부르며 공연을 방해하니까 당황스러웠죠. 관객들도 무서워하고요. 그분들께 작품을 보고 판단해달라고 했죠. 공연이 시작되면 20분 만에 월남으로 파병 가는 장면이 나와요. 월남전 당시 국민 노래일 정도로 유명했던 맹호부대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참전 군인들이 다들 모자를 벗고 노래를 따라 부르더라고요. 감정이입이 되어서 그런지 그 뒤에 한국군과 양민들이 대치하는 장면이나 민감한 대사들도 다 용인해주셨죠.”
과거에 선보였던 뮤지컬 <블루사이공>의 베트남 쭝투축제 장면. 극단 모시는 사람들 제공
15년 만에 선보이면서 치장을 새로 했다. 베트남에서는 매년 ‘쭝투’라고 불리는 추석 명절 때 등불 축제를 여는 데 이 축제를 재현하기 위해 300개의 연등을 현지에서 가져와 화려함을 더했다. 녹음된 음악(MR)을 쓰던 과거와 달리 라이브 연주를 하고 추상적이던 극 내용도 보강했다. “양승환 작곡가가 합류해 기존 음악을 더 세련되고 아름답게 만들었어요. 김상사가 동료들이 죽고 트라우마를 갖게 되는 장면도 구체화해 좀 더 휴머니티가 드러나도록 연출했습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변하지 않은 건 주제의식이다. “김상사가 극 중에서 ‘다시는 이와 같은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대사를 하거든요. 전쟁의 참상을 잘 모르는 세대들에게도 일깨워주는 부분들이 있죠. 어떤 분은 이 작품이 ‘대한민국 최초로 베트남전 희생자들에게 악수를 내미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해주셨는데 (한국군의 베트남전 양민학살과 관련돼) 아직 청산되지 않은 역사가 있잖아요. 우리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