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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가장 아름다운 고려 불탑 걸작 100년 유랑 끝내고 귀향한다

등록 2019-06-21 16:11수정 2019-06-22 00:55

지광국사탑 원주 법천사터로 이전
문화재위원회 110년만의 귀환 결정
2016년 해체 직전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뒤뜰에서 찍은 지광국사탑. 노형석 기자
2016년 해체 직전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뒤뜰에서 찍은 지광국사탑. 노형석 기자
110년만에 돌아간다. 고려시대 옛 불탑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명품으로 손꼽히는 원주 법천사터 지광국사탑(국보)이 마침내 귀향한다. 100년 넘도록 객지를 떠돌았던 유랑의 비운을 내던지고 본래 자리를 찾게 됐다.

문화재청은 지난 20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건축문화재분과 회의에서 지광국사탑을 원래 놓였던 자리인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법천사터에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발표했다.

높이 6.1m의 탑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고려시대 ‘왕사(王師)’ ‘국사(國師)’ 칭호를 받았던 큰스님 지광국사 해린(984~1067)의 사리를 봉안했던 무덤(부도) 성격의 건축물이다. 통일신라 이래 아래 기단은 팔각형, 탑신은 원형으로 다듬었던 기존 부도탑 양식의 전형을 벗어난 것이 특징이다. 아래 평면을 4각형으로 만든 고려의 시대 양식을 새롭게 보여준다. 몸체 전면에 화려하고 섬세한 이국풍 조각들이 가득 새겨져 고려 불탑중 조형미가 가장 뛰어난 걸작으로 꼽혀왔다.

1911년 원주 법천사터에서 일본인이 뜯어내 서울 도심 명동성당 근처로 옮겼을 당시의 지광국사탑.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유리건판 사진중 일부다.
1911년 원주 법천사터에서 일본인이 뜯어내 서울 도심 명동성당 근처로 옮겼을 당시의 지광국사탑.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유리건판 사진중 일부다.
지광국사탑이 돌아갈 자리인 강원도 원주 법천사터. 탑이 원래 놓여있던 자리와 탑비가 보인다. 그러나 이 자리에 탑이 돌아올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문화재청 제공
지광국사탑이 돌아갈 자리인 강원도 원주 법천사터. 탑이 원래 놓여있던 자리와 탑비가 보인다. 그러나 이 자리에 탑이 돌아올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문화재청 제공
탑은 단짝인 ‘지광국사탑비’(국보)와 함께 고려시대 이래 구한말까지 800여년간 절터에 건재해왔다. 그러다 일제강점 직후인 1911년 일본인의 손에 뜯겨나가며 기약없는 타향살이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절터에서 철거된 직후 탑은 서울 도심의 일본인 저택에 반출됐다가 오사카로 옮겨진 뒤 다시 돌아와 경복궁 경내 뜰로 들어간다. 그 뒤로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뒤뜰에 자리잡은 1990년대까지 최소 9차례 이전을 거듭하는 수난을 겪었다. 한국전쟁 당시엔 폭격으로 상부가 산산조각 났고, 1957년엔 시멘트 등의 재료로 땜질복원되기도 했다. 이전과 훼손, 부실 복원으로 탑의 안정성과 보존상태가 급격히 나빠지자 위기의 문화유산으로도 줄곧 입에 오르내렸다.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경복궁에서 용산으로 이전할 당시 박물관 정원의 다른 석탑들은 모두 함께 이전했으나, 이 탑만은 부재와 탑신 등의 안정성이 떨어져 이전 대상에서 유일하게 빠졌다. 2015년 탑에 대한 정밀안전 진단 결과 균열과 시멘트 복원 부위 탈락 등 이상징후가 보이자 문화재위원회는 해체수리를 결정했다. 이듬해 5월 문화재청은 탑을 해체해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로 옮겨놓고 지금까지 보수 보존처리 작업을 벌여왔다. 문화재위 결정으로 탑의 절터 이전은 확정됐으나, 경내의 어느 지점에 놓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20일 분과 회의에서는 불탑이 원래 있던 자리에 보호각을 씌워 복원하는 방안과 원주시가 절터에 건립을 추진 중인 전시관 안에 탑과 탑비를 함께 옮겨 보존·전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위원들은 당장 결정하지 않고, 앞으로 보존환경이 탑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하고 추가 논의 등을 거쳐 최종적인 이전 지점을 결정하기로 했다.

한국전쟁 당시 탑 상부가 폭격으로 산산조각난 모습. 전쟁 직후 궁 안을 산책하던 이승만 전 대통령이 보기 흉하니 빨리 복구하라는 지시를 내려 탑은 1957년 콘트리트로 급하게 땜질된 채 복원된다. 문화재청 제공
한국전쟁 당시 탑 상부가 폭격으로 산산조각난 모습. 전쟁 직후 궁 안을 산책하던 이승만 전 대통령이 보기 흉하니 빨리 복구하라는 지시를 내려 탑은 1957년 콘트리트로 급하게 땜질된 채 복원된다. 문화재청 제공
절 경내의 복원 지점을 놓고 위원들이 결정을 미루는데는 이유가 있다. 탑을 탑비가 남은 원래 터에 복원할 경우 두 유물의 열악한 보존 상태를 감안할 때 주변 경관을 해치는 보호각을 세울 수 밖에 없다. 별도 전시관에 설치하면 보존환경은 좋아져도 원래 탑이 놓은 위치를 벗어나 진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위원들이 여러 변수들을 감안해 시간을 두고 탑의 이전 지점에 대해 숙고하기로 했다”면서 “보호각이나 전시관 중에 대안을 확정하더라도 시설물을 짓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실제 탑의 귀환은 2021년이나 그 뒤에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광국사탑의 보존처리 작업은 올해 안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연구소 쪽은 외부 환경에서 탑을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는 후속 연구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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