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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섬씽로튼’이냐 ‘스쿨 오브 락’이냐 …뮤덕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등록 2019-06-13 18:10수정 2019-06-13 19:30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뮤지컬 둘, 국내 초연

앞다퉈 개막하며 덕후들 관심 모아
화려한 제작진에 기발한 연출까지
두편 모두 황석희의 ‘센스’있는 번역

미국 브로드웨이의 오리지널 뮤지컬 <썸씽로튼>과 <스쿨 오브 락>이 여름 성수기를 앞둔 국내 뮤지컬 시장에 상륙했다. 이달 하루 차이로 개막한 두 작품은 모두 신나는 음악을 앞세운 코미디다. 두 작품 모두 제작진이 화려하다. <썸씽로튼>은 <렌트> <인 더 하이츠> 등으로 토니상을 세 번 수상한 인기 프로듀서 케빈 매컬럼이 제작을 맡았고, <스쿨 오브 락>은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을 만든 뮤지컬 음악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최신작이다. 영화 <데드풀> <보헤미안 랩소디> 등을 번역한 인기 번역가 황석희가 번역을 맡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개막 일주일도 안 돼 뮤지컬 덕후들의 ‘엔(N)차 관람’(재관람) 조짐이 보이는 두 작품을 분석했다.

뮤지컬 <썸씽로튼>. 엠트리뮤직&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썸씽로튼>. 엠트리뮤직&에스앤코 제공
■ ‘썸씽로튼’ 속 숨은 뮤지컬 찾기 <썸씽로튼>은 셰익스피어를 뛰어넘고 싶은 극작가가 예언가를 만난다는 상상력에서 시작한다. 배경은 1959년 영국 르네상스 시대.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그늘에 가려 힘겹게 연극을 제작하던 바텀극단의 닉과 나이젤 형제는 셰익스피어의 다음 작품을 염탐하기 위해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를 찾아간다. 하지만 닉이 만난 건 노스트라다무스의 조카 토마스. 그는 셰익스피어의 차기작 <햄릿>을 어설프게 내다보고 덴마크 왕자가 아닌 덴마크 페이스트리가 주인공인 <오믈릿>을 알려준다. 덧붙여 연극과 노래가 결합한 ‘뮤지컬’이란 공연이 유행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썸씽로튼>의 재미는 여기서 터진다. 달걀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뮤지컬 <오믈릿>을 만드는 과정을 포함해 공연 내내 뮤지컬 장르 자체를 꼬집고 비튼다. 뮤지컬 요소로 맥락 없이 나오기도 하는 군무를 두고 “왜 추냐”는 닉의 질문에 토마스는 의미는 없다는 듯 “재밌으니까”라고 받아친다. 등장인물과 대사, 노래, 춤에서 인기 뮤지컬도 패러디한다. 연극에 푹 빠진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는 <베니스의 상인> 속 고리대금업자 이름처럼 ‘샤일록’이고, <오믈릿>에서 주인공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삼촌 이름은 <라이언 킹>에서 형을 죽이고 조카인 심바를 왕위에서 밀어낸 삼촌 스카와 같다. 예언가가 닉에게 뮤지컬을 설명해주는 장면의 노래 ‘어 뮤지컬’은 <렌트> <레미제라블>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10개 히트작의 안무와 멜로디를 따왔다.

시종일관 언어유희가 넘치는 작품의 이해를 돕는 건 황석희 번역가의 매끄러운 번역이다. 뮤지컬이란 말을 듣고 놀란 닉이 ‘미저러블’(비참한)이라고 하는 말을 예언가가 ‘레미제라블’이라고 받는 장면에서 ‘모자랄 뿐’이란 단어를 넣어 말맛을 살린다.

문제는 아는 만큼 들리고 보인다는 것. 프랜시스 베이컨, 토머스 미들턴 등 당대 유명 작가들 이름이 나오고, 라임(각운)이 살아 있는 셰익스피어의 대사가 흘러나오기 때문에 영미권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젤리클 축제(<캣츠>), 탭댄스 군무<(브로드웨이 42번가>) 등 패러디도 뮤지컬 초심자라면 놓치기 쉽다. 30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뮤지컬 <스쿨 오브 락>. 클립서비스 제공
뮤지컬 <스쿨 오브 락>. 클립서비스 제공
■ 유쾌한 록 스피릿 ‘스쿨 오브 락’ 록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음악의 힘이 스토리를 뛰어넘는 작품이다. <스쿨 오브 락>은 코미디 배우 잭 블랙이 주연을 맡았던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무명의 록 뮤지션인 듀이는 돈을 벌려고 친구 대신 명문사립 초등학교에 임시교사로 취직한다. 선생님 자격이 없는 그가 가르칠 수 있는 건 저항정신 가득한 록 음악뿐. 학교와 집에서 바라는 모범생으로 자라온 아이들은 “권력자에 맞서라”(‘스틱 잇 투 더 맨’)는 가사가 담긴 록 음악을 배우며 자유를 만끽한다.

워낙 영화의 완성도가 뛰어난데다 잭 블랙의 연기를 뛰어넘을 배우를 찾기가 관건이었던 뮤지컬은 코너 존 글룰리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우려를 씻어낸다. 밴드 버전의 <마틸다>를 보는 것 같기도 한데 기타, 드럼을 배워 신들린 연주와 연기를 보여주는 아이들도 매력적이다.

웨버는 ‘스쿨 오브 락’ 등 영화에 사용된 3곡에 더해 새롭게 작곡한 14곡을 추가했는데 ‘유 아 인 더 밴드’ 등 귀에 감기는 곡이 수두룩하다. 황석희 번역가는 <스쿨 오브 락>에선 튀지 않으나 센스 있는 번역을 보여준다. 매니저인 썸머가 영향을 받은 뮤지션으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말하자 듀이가 “노”를 외치는데 이걸 “니가 50대야?”라고 풀어내 웃음을 준다.

<스쿨 오브 락>의 이번 프로덕션은 오스트레일리아를 시작으로 중국, 한국, 뉴질랜드 등으로 이어지는 최초의 월드투어다. 8월25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하고, 9월에는 부산과 대구 무대에 오른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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