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정치극 페스티벌 ‘권리장전’
김기춘, 언론적폐 등 적폐 주제로
14개 작품 9월8일까지 대학로서
정치극 페스티벌 ‘권리장전2019’에 참여하는 극단들이 5일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발대식을 가졌다. 권리장전 제공
“적폐는 무엇일까. 반성의 시간 없이 청산을 외치는 자들이다. 추모를 지겹다고 하는 자들이다. 과거는 잊고 미래로 나가자는 자들이다. 효율을 입에 달고 사는 자들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무기는 기억이다.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권리고 우리의 의무다. 우리는 진정한 적폐 청산을 위해 우리의 지워진 과거를 기어이 기억해낼 것이다.”- ‘권리장전 2019’ 공동선언문 중-
블랙리스트 사태로 촉발된 연극계 정치극 페스티벌 ‘권리장전’이 오는 9월8일까지 석달간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펼쳐진다. 4회째인 올해 주제는 ‘원조적폐’다. 적폐 청산을 내세운 촛불 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건재하는 적폐들을 바라보며 연극인들은 “왜 바뀌지 않는가” 질문을 던진다. 5일 연우소극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수희 예술감독은 “모든 연극이 정치와 사회를 기반으로 올려지는데 ‘정치극 페스티벌’이란 말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페스티벌을 통해) 말해야 할 것들이 있다”며 페스티벌의 의미를 설명했다.
올해 권리장전 페스티벌은 14개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들이 가리키는 ‘적폐’는 다양하다. 개막작인 <좀비가 된 사람들: 오리지널>(9일까지)은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언어사용을 규제한 가상의 도시 이야기를 다룬다. 행복도는 올랐지만 감정이 없는 사람들이 되어가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통제된 사회의 문제점을 짚는다. <우리 박사장의 식칼>(26~30일)은 약자들에게 싸움을 붙이는 프레임에 슬기롭게 저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민중의 적>(7월3~7일)은 헨릭 입센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언론 적폐를 다룬다. <춘의 게임: 나쁜 놈들의 대한민국 현대사>(7월17~21일)는 국정농단의 핵심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 이야기다. 이 연극을 만드는 극단 친구네 옥상 아트는 “어떤 권력이 생기고 사라질 때마다 조력자가 있는데 유신 때부터 박근혜 시대까지 이어진 인물이 김기춘”이라면서 “<한겨레 티브이>의 해방 70돌 특집 다큐 <법비사: 고장 난 저울>을 원작으로 김기춘 같은 인물들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씹어먹었는지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산>(7월24~28일)은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를, <403호 아가씨는 누가 죽였을까>(8월7~11일)는 가부장제를, <하녀들>(8월21~25일)은 계층을 만드는 시스템과 구조의 문제를 청산해야 할 적폐로 보고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