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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오종혁 “‘저승’엔 바빠서 못 나갔지만 ‘이승’ 무대 올라 기뻐요”

등록 2019-05-27 17:14수정 2019-05-27 20:26

[뮤지컬 ‘신과함께:이승편’ 원캐스트]

아이돌 딱지 뗀 11년차 배우
처음으로 ‘원캐스트’ 공연
‘그날들’ ‘노트르담 드 파리’ 등
여러 작품서 차곡차곡 실력 다져
뮤지컬 ‘신과 함께:이승편’ 무대 위에 서는 오종혁. 서울예술단 청구
뮤지컬 ‘신과 함께:이승편’ 무대 위에 서는 오종혁. 서울예술단 청구
아이돌 가수가 뮤지컬 배우로 전향하는 일은 흔하다. 1999년 데뷔한 클릭비의 메인 보컬 오종혁(36). 그도 2005년 클릭비가 와해돼 공백기를 가지다 2008년 뮤지컬 <온에어>를 통해 공연계로 넘어왔다. 어느덧 11년 차 뮤지컬·연극배우가 된 지금은 겹치기 출연이 일상이 될 만큼 바쁜 배우가 됐다. 그가 이번엔 처음으로 ‘원 캐스트’(한 배역을 혼자 맡아 공연하는 것)로 섭외돼 8일(11회)간 무대에 선다. 새달 21일 개막하는 서울예술단 뮤지컬 <신과 함께: 이승편>에서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2015년 초연된 <신과 함께: 저승편> 때는 스케줄이 안 돼 못했는데 다시 ‘이승편’에 불러주셔서 정말 기뻤다”면서 “그때 이후로 제가 실력이 뒤처졌다면 연락 안 주셨을 것 아니냐”며 밝게 웃었다.

주호민의 웹툰 <신과 함께>는 저승편·이승편 영화로 만들어져 관객 ‘쌍천만’을 기록했다. 서울예술단도 뮤지컬 저승편 성공에 이어 올해 이승편의 첫선을 보인다. 저승편은 7개 지옥에서 재판받는 이야기로 판타지 요소가 많았다면 이번 이승편은 달동네인 한울동을 배경으로 철거민과 가택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종혁은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철거용역 일에 뛰어든 박성호 역을 맡았다. 웹툰을 뮤지컬로 옮기면서 비중도 커지고 각색이 많이 된 인물이다. “저승편이 신들 얘기라면 이승편은 현실 속 사람 이야기에요. 고시원을 전전하며 힘들게 사는 착한 박성호가 어떻게 악인이 되는지를 과하지 않게 보여주려고요. 원캐스트도 처음이라 목소리가 쉬지 않게 체력 관리도 잘해야 할 것 같아요.”

“피곤하고 불만 가득한 방송계와 달리
적은 돈 받아도 행복한 공연계 보며
정화되는 느낌…모든 무대에 감사”

연극 ‘프라이드’. 연극열전 제공
연극 ‘프라이드’. 연극열전 제공

가수도 ‘길거리 캐스팅’으로 시작했지만 공연계도 준비된 상태에서 문을 두드린 건 아니었다. 첫 작품이었던 <온에어> 오디션을 보고 실력 부족을 절감했다. 그가 “죄송합니다”하고 돌아서려는데 연출가가 붙잡고 개인레슨을 자처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는 단체 연습이 끝나면 새벽 5시까지 개인 연습하고, 다시 오전 10시부터 단체 연습을 하는 일정이 매일 이어졌다. “바쁜 아이돌 스케줄 소화하면서도 체력은 자신 있었는데 금세 바닥이 나더라고요. 사실 연예계는 ‘싫어’ ‘그만할래’ 하면 매니저가 사정해야 움직이거든요. 돈도 수억 벌어도 피곤하고 불만투성이고…. 그런데 여긴 다르더라고요. 적은 돈 받으면서 열정적으로 매달리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니까 저도 정화되는 느낌이랄까요.”

공연을 하나씩 할 때마다 방송계에서 상처받고 폐쇄적이 된 자신이 밝게 변해가는 것을 발견했다. “저는 연습생 때도 그런 열정이 없었어요. 시켜주니 하고 연습하라니까 하고 그랬는데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재밌지’ 이상한 거예요. 같이 땀 흘리며 어울리다 보니 좋고 무대 하나하나가 감사했어요.”

청와대 경비원 무영역을 맡은 대표작 <그날들> 외에 그는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첫 연극이었던 동성애를 다룬 <프라이드>, 선천성 장애를 앓고 있는 조이를 맡은 연극 <킬 미 나우>,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서도 어렵다고 소문난 <노트르담 드 파리>, 창작뮤지컬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까지 매번 도전하며 무대에 서고 있다.

“부끄러운 얘기인데 기본기를 배울 시기를 놓치고 들어왔어요. 가수인데 노래 부르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연기만 했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노래에 자신감이 가장 없을 때 들어간 작품이 <노트르담 드 파리>에요. 발성이 형편없어서 심적으로 힘들었죠. <명성황후>도 성악 발성이 필요한데 너무 창피하더라고요. 결국 동생들까지 붙잡고 가르쳐달라고 했어요. 배워서 하니까 제가 내고 싶은 소리 위치에 가까워지는 게 보였어요. 그렇게 해오다 보니 이제야 노래가 좀 편해지는 것 같아요.”

연극 ‘함익’. 세종문화회관 제공
연극 ‘함익’. 세종문화회관 제공
그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도 배워서 내가 성장할 부분이 있느냐다. “주변에서 저의 단점이자 장점이 ‘무식’이라고들 하세요.(웃음) 영민하다면 자기가 잘하는 것만 할 텐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위험한 일 한다고요. 그렇지만 치열하게 잘하면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많이 가르쳐 주세요. 그동안 선택해서 한 작품 중엔 후회가 남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그와 함께 공연했던 제작진들도 오종혁을 “작품 분석을 가장 열심히 하는 배우” “수습 단원들에도 배우려는 자세가 인상적인 배우”로 평가했다. 그가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많이 받는 이유다.

뮤지컬 ‘그날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그날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공연계가 아이돌 가수를 캐스팅하는 주요 이유는 ‘티켓파워’ 때문이다. 그는 “대중적으로 알려졌지만 솔직히 저에겐 티켓파워가 없다”면서 “혹시나 그런 걸 생각하고 저를 캐스팅하는 분들에겐 기대에 부응할 자신이 없다고 얘기한다. 이게 부담이 될 때가 있지만 그래도 제가 해온 작품들 보며 따라와 주는 팬들이 없진 않아서 그냥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요즘 복고 분위기를 타고 예전 가수들이 재결합해 다시 활동하고 있지만 오종혁은 가수로서 미련이 없다. “개인 음반을 낼 생각은 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방송쪽도 돌아가고 싶지 않고요. 지금은 좋아하는 공연 연기를 계속하고 싶어요.”

언젠가 해보고 싶은 꿈의 공연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다 “뮤지컬 처음 시작할 때 음원 파일로 주야장천 들었던 공연이에요. 뮤지컬의 매력을 알려준 작품이라 언젠가는 돈키호테를 하고 싶어요. 지금 제안 온다면요? 못해요. 산초라면 모를까요.(웃음)”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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