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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 “이 구역의 왕? 꼴등 아니면 다행이죠”

등록 2019-05-22 07:59수정 2019-05-22 09:24

드라마 ‘원톱’으로 우뚝 선 남궁민

‘김과장’으로 스타덤 오르더니
‘닥터 프리즈너’로 정상 안착
‘섬뜩 동시에 따뜻’ 19년 내공 연기
목소리까지 자유자재 캐릭터 뚝딱

“초기엔 연기 못한다고 욕 먹었는데
지금도 부족한 점 빼곡하게 메모
차기작으로 전성기로…지금은 아니고”
935엔터테인먼트 제공
935엔터테인먼트 제공
반짝 열풍은 아닐까? 남궁민이 2017년 드라마 <김과장>(한국방송2)으로 스타덤에 오르자 이런 반응도 있었다. 드라마를 끌고 가는 ‘원톱’으로서의 신뢰감에 어떤 이들은 유보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후 출연한 <훈남정음>(에스비에스), <조작>(에스비에스)이 <김과장>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남궁민은 보란 듯 어퍼컷을 날렸다. 15일 끝난 <닥터 프리즈너>(한국방송2)로! “하하. 원톱에 대한 생각은 안 해봤어요. 다만, 시청률에 대한 부담과 작품 만듦새가 전반적으로 좋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안도감은 들어요.”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 만큼 연기를 너무 잘했다. <닥터 프리즈너>에서 남궁민은 서늘함을 기본으로 깔고 따뜻함과 살벌함을 함께 보여주는 고난도의 연기를 선보였다. 마음 따뜻한 의사였던 나이제는 재벌가의 횡포로 자신이 치료하던 장애인 부부와 엄마가 죽자 3년간 절치부심해 복수를 시작하는 일종의 ‘다크 히어로’다.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다. 선민식(김병철)을 협박하면서 “우연 한두개 겹친 거 가지고 협박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라며 능청스럽게 말하면서도 섬뜩하게 만들어야 했다. “나이제는 복수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모든 복수가 망설임 없고 되게 일상적이었어요. 그래서 연기할 때 나이제의 냉철함을 표현하려고 절제를 많이 했어요. 예를 들어 주사를 놓을 때도 ‘으아’ 이렇게 힘주는 게 아니라 은근슬쩍 놓고.” 남궁민과 함께 작업한 한 드라마 관계자는 <한겨레>에 “남궁민은 과장보다는 절제된 연기를 하는 쪽에 가깝다. 절제하면서도 인물의 감정을 풍부하게 드러내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표정, 눈빛 등 작은 변화로 감정을 드러내는 배우는 많다. 남궁민은 거기에 더해 목소리의 변화로 인물을 빚는다. 평소 말이 느리지만 <김과장>때는 일부러 말을 빨리 하고 목소리를 고음부터 저음까지 다양하게 사용하며 캐릭터를 만들었다. <조작>때는 가장 낮은 음역대를 사용했다. <닥터 프리즈너> 때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소리를 누르는 느낌으로 대사를 쳤어요. 호흡으로 소리의 공기를 조절하다보니 호흡량이 많이 필요해서 힘들었죠. 속삭이는 소리를 내거나 할 때는 성대가 완전히 붙지 않고 살짝만 붙기 때문에 성대 수분을 많이 뺏는 커피 등은 안 마시고 따뜻한 물을 먹어가면서 연기했어요.” 얼마나 고집스러웠냐 하면 “매스”라는 한마디 대사도 사후 녹음을 너무 많이 해서 피디가 말릴 정도였다고 한다.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로 데뷔해 19년차인데 그는 지금도 부족한 부분을 메모지에 일일이 써 내려간다. <닥터 프리즈너>를 하면서 쓴 메모장만 150장이다. “발성, 발음은 이렇게 해라, 인중에다 잡아놓고 뒤로 던져라 등 그때그때 느끼는 걸 써놓고 바꾸려고 노력해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스스로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공부하는 것이 연기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이죠. 나 자신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주지만, 그만큼 성장해나가는 것 같아요.” 매너리즘에 빠지면 그동안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다시한번 쭉 본단다. “노력 속에서 저만큼 변해왔구나 싶어 힘을 얻어요.”

<닥터 프리즈너>의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닥터 프리즈너>의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그렇게 노력하며 차곡차곡 쌓은 내공은 나이제를 통해서 폭발했다. 2002년 드라마 <대박가족>(에스비에스)에서 순수하고 맑은 이미지를, 2015년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스비에스)에서 사이코패스를, 2017년 <김과장>에선 엉뚱하고 과장된 인물까지 일상적으로 표현해내는 등 19년간 다양한 역할을 오갔다. 따뜻함과 능청스러움에 살벌함까지 다 뿜어내는 <닥터 프리즈너>의 나이제는 그동안 해온 모든 인물의 총집합체다. “아휴, 저 예전에 연기 정말 못한다고 현장에서 욕 많이 먹었어요. 하하. 자존감이 바닥이었죠. 난 왜 안 되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그 시간에 연기로 창피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했어요.” 물론 <내 마음이 들리니> 이후 2년을 쉬는 등 슬럼프는 있었다. “하지만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해요.”

실제로 만난 남궁민은 솔직하고 소신이 뚜렷했다. 19년간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줘서 스스로 더 보여줄 게 있나 고민도 한다고 했다. “그럴 수록 새로운 것들을 연구해야죠. 1년에 1.5편은 꾸준히 하고 싶어요. 멜로도 하고 싶고.” 작품 섭외가 많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많이 성장했다고 느낀다”면서도 “다음 작품을 전성기로 만들고 싶다. 지금은 아니다”고 겸손해 하기도 했다. <김과장> 이후 정의 구현에 인생을 거는 인물을 자주 연기하는데, 실제로도 ‘의인’다운 면모가 있냐고 물으니 “절대 없다”며 웃었다. “하지만 제가 일하는 곳에서 불의나 예의 없음을 보면 절대로 넘어가지 않아요. 불같이 바로 잡으려고 합니다.” 극 중 나이제는 말한다. “이 구역의 왕은 접니다!”라고. 현실에서도 배우 남궁민이 이렇게 외치는 날이 오기를 꿈꾸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 “무슨. 이 구역의 꼴등이 아니면 다행입니다. 하하하.”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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