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 라온클래식 제공
왼쪽 어깨 가까이 바짝 당겨 세운 기타 여섯 줄에서 감미로운 연주가 흘러나온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44). 그의 기타 소리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힐링해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벨기에 출신 한국계 기타리스트’라는 꼬리표로 국내에선 개인사가 더 알려졌지만 그는 “아시아 최고의 기타리스트”라는 평을 듣는 유명 연주자다. 8살 때 기타를 시작해 각종 콩쿠르에서 수상한 뒤 벨기에 왕립음악원, 파리 고등사범음악원에서 기타를 전공했다.
그가 오는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연다. 작은 독주회는 자주 했지만 예술의전당 공연은 8년 만이다. 인순이, 조수미 등 국내 최정상의 뮤지션들과 함께 꾸준히 연주활동을 해온 그의 이번 독주회는 가수 김범수, 첼리스트 윤여영이 함께 한다.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드니 성호는 “개인적으로 한국인으로서, 벨기에 사람으로서 혼란스러웠던 경계가 많이 흐려지고 드디어 함께 어우러지는 기분이 든다”면서 “한국인 아내와의 결혼 등 개인적인 변화가 음악적으로도 영향을 준 걸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저의 오랜 팬이 말하길 8년 전과 현재는 테크닉의 차이도 있지만 매우 안정적이고 따뜻한, 밝은 연주를 하는 것 같아 관객으로서도 참 마음이 따뜻해졌다더라고요.”
이번 공연의 컨셉은 ‘브라이트(Bright)’다. “제가 새달에 아빠가 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제 공연과 음악이 좀 더 즐겁고 밝고 감동적으로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했어요. 제가 느끼는 행복감을 관객과 공유하고 싶어요.”
이번 공연에서는 자작곡인 ‘아침이슬, 코리안 마운틴’을 비롯해 팝, 대중음악, 영화음악, 클래식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전한다. 지난 3월 벨기에 국왕이 내한했을 때 청와대 만찬에서 함께 공연하며 인연을 맺은 김범수와는 ‘보고 싶다’를 들려줄 계획이다. “기존 곡에서 조금 더 어쿠스틱한 스타일로 편곡해 김범수씨의 감미로운 보컬과 제 기타 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어요. 내년에는 유럽, 미국, 아시아 월드투어도 함께 할 예정입니다.”
처음으로 함께 하는 첼리스트 윤여영과는 이탈리아 작곡가 몬티의 ‘차르다시’, 피아졸라의 ‘더 히스토리 오브 탱고’를 연주한다,
국내에 정착해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동하는 드니 성호는 지난해 평창겨울올림픽 브이아이피공연 음악감독 등 여러 가지 국내 활동을 하고 있지만 친부모는 아직 찾지 못했다. 음악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부모를 찾는 입양아’라는 수식어가 부담되진 않을까? “처음엔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지만 저의 개인사가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야 하니 불편하고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가 받아들이기만 하면 불편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결국 중요한 것은 제가 보여주는 음악이니까요.”
그는 현재 ‘드니 성호 X 코스트 82’라는 네오클래식 프로젝트를 결성해 활동 중이다. 일렉트로뮤직을 클래식과 접목한 음악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을 프로듀싱 하고 있다. “김범수나 젊고 다재다능한 일렉트로닉 프로듀서와의 협업 등을 하며 많이 배운다”는 그는 “모든 장르에 열려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탐험하는 음악가”라며 자신이 선보일 음악을 기대해달라고 했다. 1544-1555.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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