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서울시청에서 시범공연을 선보였던 창작음악극 <쪽빛의 노래>. <쪽빛의 노래> 제작위원회 제공
“어머니 아버지 벗이여, 한숨을 거두세요/ 우리 이 썩어 문드러진 땅도 발칵 갈아엎구선/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쪽빛 세상 일구자구요/ 우리도 한 번쯤 천지개벽의 우당탕 울음 같은/ 쪽빛의 노래, 넘쳐라 불러요 몰아쳐라 불러요/ 부를수록 맑아지는 쪽빛, 아…쪽빛의 노래여”(노래 ‘쪽빛의 노래’ 중)
시인이기도 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세월호 추모시 ‘갯비나리’에 선율을 붙여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창작음악극 <쪽빛의 노래>가 오는 24~25일 서울 영등포구 케이비에스(KBS) 홀 무대에 올려진다. ‘바닷가에서 부르는 비나리’란 뜻의 연작시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슬픔과 원통함, 무력했던 정부에 대한 노여움과 분노가 담겼는데 이 시에 신동일 윤이상평화재단 이사가 작곡·음악감독을 맡아 선율을 붙였다. 2년 전 6월 항쟁 30주년 기념 창작합창공연 <유월의 노래-다시 광장에서>를 이끌었던 임정현 이소선합창단 대표가 세월호 5주기를 맞아 기획했다. 2년간 준비한 공연은 세월호 유가족을 포함해 일반인 400여명이 제작위원으로 참여했다.
공연은 바닷가에 선 한 노인의 분노 어린 절규로 시작한다. ‘왜 어린 생명들을 삼켜버렸냐’며 희생된 이유를 찾고자 몸부림치는 노인은 꿈인지 상상인지 모를 세계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조우하고, 어린 생명들을 만난다. 연극배우 박기륭과 강애심이 각각 노인과 그의 어머니를 연기할 때 메조소프라노 이현승 등과 합창단이 ‘노오란 종이배’ ‘바닷속 재판’ ‘쇳소리의 모뽀리(합창)’ 등 11개의 시로 만든 노래를 들려준다.
제작진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은 타락한 정치와 사회가 만들어낸 수많은 죽음을 끌어안는 것”이라면서 “고통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노래로 고통을 되새기고 기억을 승화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한 차례 시범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던 <쪽빛의 노래>는 서울 공연 이후 전국 순회공연도 할 예정이다. (02)363-0610.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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