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번개맨, 짜잔형, 번개걸, 두두…꿈과 희망 지켜주는 ‘아이들의 어벤저스’!

등록 2019-05-05 14:46수정 2019-05-06 14:29

TV 속 어린이를 위한 어벤져스
두두·짜잔형·번개맨·번개걸

뭐든지 함께 해주는 게임 박사로
악당들 물리치는 용감한 영웅으로
‘유튜브별’ 등장으로 위기 맞았지만
영원히 늙지 않는 어린이들의 친구

현실에선 효인·김대현·서홍석·정승민

“아이들 즐겁게 해줘야 할 사명감”
“환상 깨지 않으려 평소 행실 조심”
“배려·사랑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요!
<뽀뽀뽀-모두야 놀자>의 ‘두두’효인과 <방귀대장 뿡뿡이>의 ‘짜잔형’ 김대현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옥상정원에서 만나 어린이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pod@hani.co.kr
<뽀뽀뽀-모두야 놀자>의 ‘두두’효인과 <방귀대장 뿡뿡이>의 ‘짜잔형’ 김대현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옥상정원에서 만나 어린이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pod@hani.co.kr
짙은 초록색 줄무늬 옷을 입은 ‘짜잔형’이 짜잔~ 하고 나타났다. 곧이어 ‘두두’가 두두두두두 등장했다. 영화 <어벤져스>처럼 땅이 갈라지진 않았지만 그들이 모이니 주변이 해맑아졌다. 아이들의 어벤져스 <방귀대장 뿡뿡이>(교육방송) ‘짜잔형’과 <뽀뽀뽀 모두야 놀자>(문화방송) ‘두두’다.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달 30일. 어린이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에 ‘아이들의 어벤져스’ 중 잘 놀아주기를 담당하는 히어로 둘이 모였다. 위험에 처한 어린이 독자를 지켜줄 <모여라 딩동댕> ‘번개맨’과 ‘번개걸’은 1일 경기 고양시 일산 <교육방송>(EBS) 사옥에서 뭉쳤다.

■ 아이들의 어벤져스 조우하다
짜잔형과 두두, 번개맨과 번개걸은 ‘어벤져스’만큼이나 역사가 오래됐다. 짜잔형은 19년, 두두는 원조 격인 1981년 ‘뽀미 언니’부터 따지면 38년이 됐다. 번개맨은 19년. 번개걸이 4년으로 가장 최근이다. 짜잔형은 7대, 두두는 26대, 번개맨은 3대, 번개걸은 2대째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짜잔형은 영원한 12살! 늙지 않는 피터팬이죠.”(짜잔형)

어벤져스가 각자의 무기를 갖고 악에 맞선다면, 아이들의 어벤져스들은 두 갈래로 임무가 나뉜다. 짜잔형과 두두는 아이들과 잘 놀아줘야 하는 운명을 갖고 태어났고, 번개맨과 번개걸은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한다. “짜잔형은 아이들이 원하는 게임은 뭐든 함께해주고 짜잔~ 잘해내요. 그래서 이름이 짜잔~형이랍니다.”(짜잔형) “번개걸이 ‘샤인 브러시’로 시간을 몇초 동안 멈추면, 번개맨이 등장해 “번개애~ 파워!”로 악당들을 물리쳐주죠!”(번개맨) 그래서 아이들은 척척박사 짜잔형과 두두에게 의지하고, 번개별에서 온 번개맨에게 환호한다.

<모여라 딩동댕>의 최고 스타 번개맨과 번개걸. 교육방송 제공
<모여라 딩동댕>의 최고 스타 번개맨과 번개걸. 교육방송 제공
각자 방식대로 아이들에게 사랑받지만, 히어로들은 서로에게 부러운 것도 있다. “아이들이 짜잔형과 두두에게는 서슴없이 다가가는데, 번개맨을 만나면 쉽게 다가오지 않아요. 무대 위에서 작게 보이던 번개맨이 가까이서 보면 크니까(번개머리까지 포함해 190㎝) 무서워해요. 히어로의 이미지를 지키려고 늘 폼만 잡고 서 있어야 하니 너무 외롭죠.” 슬퍼하는 번개맨에게 친절한 두두의 말은 위로가 된다. “다른 히어로의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번개 파워를 장착하고 싶은걸요. 아이들이 번개맨에게 환호하는 게 부러워요.”

다정하고! 강하고! 네명이 뭉치면 세상 무서울 게 없다. 하지만 요즘 ‘유튜브별’이 등장하면서 영웅들에게도 위기가 왔다. 아이들이 스스로 채널을 선택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유튜브별로 많이 떠났다. “자극적인 요소가 없는 우리에게 아이들이 관심을 예전만큼 두지 않아요.”(짜잔형) 그래서 <…뿡뿡이>와 <모여라 딩동댕>은 주요 시청층이 어린이에서 유아로 내려가는 등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내용은 좀 더 심심해졌다. “연령대가 어려지면서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야 하다 보니 제약이 좀 많아졌어요. 발차기를 허리 아래 높이로 해야 하는 등 화려한 액션이 줄었어요. 요즘은 번개 파워를 쏘지 않고 말로 악당들을 설득하기도 해요.”(번개맨) <… 뿡뿡이>는 아예 배변 방법, 일찍 자기 등 유아의 생활습관을 중요하게 다룬다. 아이들에게 단순하게 선악을 구분짓지 말도록 가르친다. 젠더 감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변화이기도 하다. 번개맨을 구해주기도 하는 여성 히어로 ‘번개걸’도 비슷한 맥락에서 탄생했다.

히어로들은 그래서 더 오래 사랑받기 위해 노력한다. 번개맨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등 멈춰서 있지 않고 변화에 대응한다.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주려고 요즘은 먼저 다가가기도 해요. 한번은 영양실조에 걸려 입원한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얘기에 영상을 촬영해서 아이에게 보냈어요. 잘 먹어야 용감해져! 그랬더니 바로 밥을 먹고 건강해졌어요. 번개맨의 한마디는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줘요. 이후 신청하는 아이들에게 계속 영상메시지를 보내고 있어요. 3년간 1천명이 넘었죠. 치카치카 안 하면 안 돼요!라고 얘기도 하고.”(번개맨) 응? 치카치카? 양치가 아니고? 아이들의 언어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하하하하하.”

■ 옷을 벗으면 열심히 사는 배우들
촬영용 옷을 벗고 분장을 지우면 그들은 원래 자신으로 돌아간다. 짜잔형은 배우 김대현, 두두는 아이돌 그룹 블라블라의 효인, 번개맨은 배우 서홍석, 번개걸은 배우 정승민이다.

모두 오디션을 거쳐 아이들의 영웅으로 살게 됐다. 영웅이 되는 건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뿡뿡이> 대본 읽으며 대사를 치고 표정 연기도 했죠.”(김대현) “자유곡, 지정곡, 번개 체조 등 7가지 항목을 갖고 40분간 오디션을 봤어요.”(서홍석) 영웅의 자격은 없지만 번개맨은 키가 크고,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면 좋다.

처음에는 영웅이 되는 게 어색했다. “정극과 다르게 목소리 톤을 올려야 하고 늘 기쁘게 웃어야 해요. 내가 생각했을 때 살짝 오버한다 싶을 정도의 상태에서 진행해야 하죠. 그래서 처음에는 티브이에서 오버하는 대현이를 보는 게 힘들었어요.” 응? 아이처럼 자신의 이름을 집어넣어 얘기를 한다. 다들 직업병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하하하하하.”

자격증만 없을 뿐 사실상 육아 전문가가 돼야 한다. 늘 웃는 얼굴의 히어로들이지만, 통제 안 되는 아이들과의 촬영은 특히 힘들다. “아이들도 엔지가 나서 노래나 춤, 게임 등을 반복하면 지루해해요.”(효인) “엄마한테 갈래, 그만 놀고 싶어라고 말하면 상처받죠.”(김대현) 그럴 때는 제작진보다 진행자들이 나서주는 게 수월하다. 각자의 노하우가 있다. “여러분 해볼 수 있겠죠? 하고 목소리를 한 톤 높여 신나게 말하면 아이들은 또 금세 네! 하고 답해요.”(효인) “하지만 아이들에게 억지로 즐거움을 강요하는 것 같아 때론 미안하기도 하다”(김대현)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어벤져스가 될 수가 없다. 김대현은 교회 주일학교에서 5살 아이들의 선생님을 맡고 있다. 5살, 8살 두 아이의 아빠인 서홍석은 원래 꿈이 유치원 선생님이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남자 유치원 선생님이 없어서 다들 말렸어요.” 정승민도 유치원 선생님이 꿈이었고, 효인도 아이들한테 연기를 가르친 적이 있다. “아이들만이 주는 에너지가 있어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돼요.”(정승민) 길을 지나다가도 아이들만 보면 자꾸 말을 건다. “안녕~ 하고 나도 모르게 말을 걸어요. 그럼 아이들이 ‘왜 저래’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죠. 하하하.”(효인)

교육방송 제공
교육방송 제공
어릴 때 보는 프로그램이 인생 전체에 큰 영향을 준다는 생각에 이들은 직업을 넘어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 “아이들의 환상을 깨지 않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술, 담배도 안 하려고 하고, 아이들이 있을 때는 녹화 중 쉴 때도 널브러져 있지 않아요. 아이들한테 전 번개별에서 온 번개맨인데, 번개맨이 보잘것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진짜 큰 충격을 받거든요.”(서홍석) 모두 녹화 중간에도 아이들과 잘 놀아준다.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들 역시 성장한다. “배려나 사랑, 이해 같은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기를 알려주는 거잖아요. 저부터 잘하려고 해요. 저부터 잘해야 제 이야기에 힘이 실릴 수 있으니까요.”(효인) “저도 1대 짜잔형을 보며 자랐어요. 제가 그랬듯 아이들이 저를 보며 꿈을 꾼다고 생각하면 허투루 할 수 없어요.”(정승민)

모두 배우와 가수라는 현재진행형의 꿈을 갖고 산다. 김대현은 웹드라마 <인싸가 된 아싸짱>으로 데뷔했고, 웹드라마 <나비의 꿈>이 5~6월에 공개된다. 효인이 소속된 그룹 블라블라는 새 싱글을 6월께 발매한다.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이 활동에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심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작품은 피하려고 하는 등 스스로 제약을 둔다. “가장 바쁜 어린이날 다른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우리 아이들과 못 놀아줄 때는 힘들기도 하다”(서홍석)면서도 이들은 어린이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싶단다. “배우로 성공하더라도 계속 짜잔형으로 살고 싶어요. 아침드라마부터 어린이 프로그램까지 할 수 있으면 더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요!”(김대현)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