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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초등생 장래희망이 사제? 저 보고 ‘초통령’이래요 하하하”

등록 2019-04-30 21:20수정 2019-04-30 23:11

‘열혈사제’로 10년만에 다시 ‘인생캐’
“실제 신부님께 조언 구하고 연기
묵직한 메시지 전달 신경 많이 써
김해일 신부처럼 부조리 못 참고 욱
연기할 때 실제 모습 조금씩 극대화”

“화제성보단 다양한 역할에 욕심
남들 하지 않는 선택에 희열 느껴”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게 다 ‘김해일 신부’ 때문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이 사제란다. 싸움도 잘하고 리더십도 뛰어나고 키도 크고 멋있고…. “하하하. 전 드라마가 잘되면 유독 아이들이 좋아하더라고요. 다른 배우들이 ‘초통령’이라고 놀려요. 아이들 눈에는 김해일 신부가 히어로처럼 보이나 봐요. 히어로처럼 보이려고 롱코트를 입기는 했지만.” <열혈사제>에서 김해일 역을 찰지게 소화해 사제 열풍을 일으킨 김남길을 30일 서울 강남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사실 반응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처음에는 역할이 폭력적으로 그려질 수 있어서 우려도 됐죠. 실제 신부님께 조언을 구했더니, 정의에서 비롯됐다면 문제되지 않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신부님도 열혈 사제이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는 이야기에 용기를 얻고,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사제가 특수부대 출신이다”는 신박함에 매료됐다는 김남길은 <열혈사제>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아낌없이 내놨다. <열혈사제>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정경유착 등 부조리를 파헤쳤는데 편하게 보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 점이 특히 호평받았다. “이야기는 한없이 가벼울 수 있지만 메시지는 묵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작가님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연기할 때도 그 갭을 줄이면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열혈사제>는 주인공이 아닌 캐릭터들도 각각 공들여 빚은 작품이기도 했다. “우리 드라마에는 무의미하게 존재하는 인물이 아무도 없어요. 저 역시 작품 안에서도 현장에서도 한명이라도 소외당하지 않게 하고 싶었던 게 가장 큰 목표였어요. 그래서 초반에 나서서 배우들과 모임을 많이 가졌어요.” 이하늬와 김성균을 추천한 것도 김남길이다. 현장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했다. 장룡으로 나온 음문석은 “작은 역할의 배우들은 현장에서 주눅 들기 마련인데, 김남길 선배가 마음껏 하라고 판을 깔아주는 등 신경 써줘서 열심히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무엇보다 배우로서 캐릭터를 잘 소화한 게 <열혈사제>를 빛냈다. 김남길은 감정 기복 심한 김해일을 억지스럽지 않게 표현했다. 아재 개그를 날리더니 이내 분노하고, 또 금방 세상 자상해지는 등 한 장면에서도 감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는 눈빛에 힘을 주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웃는 등 디테일한 변화로 여러 얼굴의 김해일을 표현했다.

사람들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고 말할 정도로 실제로 닮았다. 그도 능청스럽고 아재 개그를 즐기고 정의롭고 또 욱하기도 한다. “김해일 신부처럼 부조리한 걸 보면 엄청 욱하죠. 근데 전 자잘한 거에 욱해요. 하하하하. 전철에서 내린 다음 타야 하는데 바로 들어가는 거 보면 혼자서 욱하고. 아니 애들도 보고 있는데 왜저래 싶어서. 자동차 타고 가는데 깜빡이 안 켜도 훅 들어오면 욱하고. 하하하하.” 비급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그의 코믹 감성도 김해일에 그대로 묻어났다.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 정도”로 말하는 것도 즐긴다. “연기할 때 내 안에 조금씩 있는 모습을 극대화해요. 아예 없는 모습을 연기하는 건 힘들더라고요.”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해일은 김남길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을 다시 일깨웠다. 2003년 <문화방송> 공채로 데뷔한 김남길은 2009년 <선덕여왕> 이후 ‘김남길의 시대’를 열었고, 2010년 <나쁜 남자>로 여심을 흔들었지만, 오랫동안 두 대표작을 뛰어넘지 못했다. “10년 마다 한번씩 주기가 오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럼 또 10년을 기다려야 하나? 하하하하. 성공하지 못했어도 계속 연기를 해왔어요. <열혈사제> 역시 여러 가지 작품 중 하나였어요.” 하지만 그는 “지금의 화제성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목받다 사라지고를 몇 번 하다 보니까. 어릴 때는 주목받으면 영원할 것 같고 그랬는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잘 될 작품만 고르기 보다는 다양한 장르,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작품이 잘 안 되어서 이후 캐스팅이 안되면 어떡하지 그런 두려움도 있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선택에 대한 희열이 있어요.”

데뷔 16년, 어느덧 마흔살을 눈앞에 둔 그는 “40대를 여는 입장에서 <열혈사제>는 큰 위로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열혈사제> 성공 덕분에 김남길은 40대 더 힘찬 비상을 꿈꾼다.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오직 액션만 있는 작품도 괜찮을 것 같고, 지금 제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멜로 연기도 해보고 싶다”는 등 아직도 하고 싶은 역할이 많다. 그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자연스럽게 주름진 얼굴이 너무 좋다”며 “좀 더 나이가 들면 할리우드도 꿈꿔보겠다”고 말했다. 당장은 촬영 때 다친 갈비뼈와 손목 관리를 해야 한다. “20대 때는 뼈가 금방 아물었는데. 하하하하하. 건강부터 챙기고 좋은 작품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위윌비백!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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