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안산문화예술의전당과 서울 통의동의 갤러리 5곳에서 세월호 5주기 추념전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가 열리고 있다. 김지영 작가가 세월호 참사 이후 1년간 날씨를 기록해 연필로 그린 드로잉 달력 <4월에서 3월으로>(2015)다. 4·16재단 제공
“전국이 흐리며 남부지방에는 비 오는 곳이 많겠다.” “남부지방과 강원, 영동에 비 또는 눈.”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은 이후 김지영 미술작가는 날씨에 민감해진 자신을 발견했다. 바람의 세기, 파도의 높이, 비 또는 눈을 예보하는 날씨 정보를 1년간 적었다. 달력처럼 12장의 종이에 연필로 365일간의 날씨를 그렸다. 그렇게 완성된 게 2015년 선보인 드로잉 달력 <4월에서 3월으로>다. “매끄럽게 읽히지 않고 ‘덜거덕’거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부러 제목은 문장 아귀가 맞지 않는 비문으로 적었다.
그림에는 날씨에 따라 출렁거리는 김 작가의 마음이 담겼다. 가로선이 편안하게 누운 듯한 날은 파도가 잔잔하던 햇살 밝은 날, 연필심이 어쩔 줄 모르고 날뛰는 날은 폭풍이 치는 듯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년, 김 작가는 다시 연필을 쥐었다. 똑같은 날씨 정보를 가지고 드로잉 달력을 새로 그렸다. 그림은 같은 듯 달라졌다.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그럴 것이다. 참사가 일어난 지 5년, 우리는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으며 국가·사회·가족·이웃·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시선과 태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서울 종로구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세월호 5주기 추념전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가 열리고 있다. 사진에 회화를 덧댄 작품은 김주원, 이은새 작가가 <팽창콜로니>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이다. 4·16재단 제공
희생자 추모와 피해자 지원사업 등을 펼치기 위해 세월호 피해 가족을 중심으로 지난해 5월 출범한 4·16재단이 참사 5주기를 추념하는 전시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를 경기도 안산과 서울에서 열고 있다. 두 지역의 전시엔 김 작가를 포함해 사진가 노순택·주용성·홍진훤, 미술가 박보나·최진욱 등 41팀의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지난 3일 시작해 16일까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화랑전시관에서 열리는 안산 전시는 시간의 기록에 중점을 뒀다. 지난 5년간의 상황을 보여주는 연표와 단원고등학교 교실을 기록한 사진들, 안산의 하늘과 전남 진도의 바다 등을 그린 그림들을 걸었다. 김지영 작가도 2015년 달력 드로잉은 안산에, 올해 드로잉은 서울에 걸었다.
서울 전시는 촛불시위대가 지나는 길목 중 하나였던 서촌 및 구기동 일대 5개 전시장에서 21일까지 열린다. 보안여관, 공간 일리, 갤러리 하트, 공간 291, 아트스페이스 풀이 참여했다. 각기 다른 콘셉트로 구성한 공간은 순례길을 걷듯 한 번에 돌아볼 수 있게 기획했다. 주 전시장인 보안여관에는 지난 5년간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아트·사진·드로잉 등이 걸렸다. 구글 어스가 참사 이전과 이후 진도 바다를 찍은 사진을 비교한 이의록 작가의 <침묵의 거리>, 단원고 아이들의 수학여행지였던 제주의 쓸쓸한 풍경을 찍은 홍진훤 작가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등이 전시되어 있다.
공간 일리는 참사 이후 달라진 감각 때문에 직접 관련은 없어도 세월호가 저절로 떠오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교복 입은 학생들을 그린 최진욱 작가의 <북아현동 3>, <이걸 들을 때쯤 나는 없을 거예요>를 제목으로 만든 장서영 작가의 영상물에선 단원고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경기도 안산과 서울에서 세월호 5주기 추념전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가 열리고 있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 걸린 노순택 사진가가 찍은 <허송세월>은 광장에서 비를 피하는 사람들을 찍었다. 4·16재단 제공
아트스페이스 풀은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를 보여주는 노순택의 <거짓으로 쌓아 올린 산> 등을 전시 중이다. 갤러리 하트는 만화를, 공간 291은 사진만 모아 세월호와 연관된 단상을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안소현 아트스페이스 풀 대표는 “세월호 전시는 울컥할 수밖에 없지만 울고 나오기만 하는 전시가 되지 않길 바랐다”며 “세월호 참사는 배가 침몰한 사건에 그치지 않고 우리 감각과 시선을 새롭게 만든 사건이었다. 참사 이후 달라진 시선들을 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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