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시행이 2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열악한 방송 제작 환경은 여전하다. <티브이엔>(tvN)에서 방영 예정인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의 스태프들이 주 100시간 이상 노동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명 스태프가 국외에서 팔 골절 사고까지 당하는 등 촬영 내내 장시간 노동 환경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진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 이한솔 이사는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아스달 연대기> 스태프들의 제보가 끊임없이 들어왔다.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에 이야기를 했지만 별다른 개선 없이 계속 촬영을 강행 중이다”고 밝혔다. 사고에 대해서도 “장애물이 많아 날이 저물면 촬영이 힘든 지역이라 해지기 한두시간 전에 철수해야 하는데도 강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빛센터는 열악한 방송 노동 환경에 분노하며 세상을 떠난 고 이한빛 씨제이 이앤엠 피디의 유지를 잇고자 동생 이한솔 이사가 설립했다.
<아스달 연대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월21일 끝난 <황후의 품격>(에스비에스)도 최대 하루 29시간 30분, 1주일에 120시간 촬영하는 등 합법적인 노동 시간 20시간(하루 노동 8시간+ 추가 최대노동 12시간)을 초과하는 일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빛센터는 당시에도 여러 단체와 함께 제작사와 방송사를 상대로 지난해 12월 공동고발을 진행한 바 있다. 이한솔 이사는 “2017년 6월 한빛센터와 씨제이 이앤엠이 외부 스태프의 적절한 근로시간과 보상 원칙 등에 합의했지만 2017년 <화유기> 사고 이후 양쪽 협상이 무기한 중단된 상태”라며 “이후 열악환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빛센터는 스튜디오 드래곤과 협상해 1일 최대 근무 시간 14시간, 1주 68시간 근로시간 준수 등을 약속하는 제작 가이드라인을 지난 해 발표한 바 있다.
한빛센터는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와 함께 <아스달 연대기>의 열악한 촬영 환경과 관련해 1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 제작사를 상대로 하는 고발 기자회견을 연다. 12시에는 상암동 씨제이이앤엠 사옥 앞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가며, 제작사뿐 아니라 씨제이이앤엠의 책임있는 해결 방안을 촉구할 예정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