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짜인 코스 요리처럼 클래식 음악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실내악 축제가 찾아온다. 오는 23일부터 새달 4일까지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음악과 미식’이라는 주제로 봄날 성찬을 준비했다. 12일간 펼쳐지는 공연은 스타터, 시푸드, 퓨전, 뷔페, 디저트 등의 주제를 달고 각 주제에 맞춤한 음악들을 차려낸다.
축제를 여는 개막공연(세종체임버홀)의 주제는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놓고 원하는 만큼 덜어 먹는 스웨덴식 뷔페 ‘스뫼르고스보르드’다. 보통 다섯가지 구성으로 이뤄지는 상차림에 맞춰 프로그램도 개성이 빛나는 다섯곡을 마련했다. 섬세한 하프의 음색을 느낄 수 있는 드뷔시의 ‘신성한 무곡과 세속적 무곡’, 연인을 향한 사랑의 다양한 감정을 담은 베토벤 연가곡집 ‘멀리 있는 연인에게’ 등을 만날 수 있다. 둘째 날인 24일(세종체임버홀) 주제는 ‘미트 디시’다. 고기류인 메인 코스답게 묵직한 울림을 주는 독일 작곡가 브루흐의 ‘현악 5중주’, 브람스가 말년에 작곡한 ‘클라리넷 3중주’ 등을 들려준다. 26일(세종체임버홀)엔 식전 입맛을 돋우는 ‘스타터’란 주제에 맞춰 프랑스 작곡가 고베르의 ‘플룻, 첼로, 피아노를 위한 로맨틱 작품’처럼 짧고 가벼운 작품을, 28일(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챔버홀) ‘시푸드’에서는 드뷔시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바다’,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송어’ 등 바다나 물과 관련된 곡들을 준비했다. 폐막공연(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챔버홀)인 ‘올 유 캔 이트’는 자주 접하지 못했던 슈베르트의 마지막 현악 4중주인 ‘15번’, 드보르자크의 유일한 ‘현악 6중주’ 등 세곡을 들려준다.
서울 종로구 윤보선 전 대통령 고택에서 진행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집행위원회 제공
이와 별도로 가족음악회(27일 롯데콘서트홀)와 살롱콘서트(28일 윤보선 전 대통령 고택)도 열린다. 가족음악회에선 프로코피예프가 아이들에게 오케스트라 악기를 쉽게 소개할 목적으로 만든 ‘피터와 늑대’ 등이 연주된다. 150석이 마련된 고즈넉한 고택 마당 잔디밭에서 다과를 즐기며 음악을 듣는 살롱콘서트는 스페인 남부지역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통음악을 느낄 수 있는 알베니스의 ‘스페인 모음곡’, 영국 작곡가 브리튼이 자국의 민요를 채집해 악곡 주제로 사용한 가곡 ‘버드나무 아래에서’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축제엔 1980년 쇼팽 콩쿠르 최초 동양인 우승자인 베트남 출신 피아니스트 당타이선, 프랑스 출신 유명 하피스트 이자벨 모레티 등의 연주자들이 함께한다. 전석 2만~6만원(살롱콘서트는 전석 15만원). (02)712-4879.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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