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극장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이하 남산예술센터)의 운영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로 재개관 10주년이 됐지만 기념하는 잔치는 커녕 존폐를 걱정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남산예술센터를 둘러싼 쟁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소유권 논란이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극장 소유주인 서울예대(학교법인 동랑예술원)와 임차계약을 체결해 서울문화재단에 위탁운영을 맡기고 있다. 지난해 1월 서울예대가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연극계는 극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졌다. 그동안 연간 10억원의 임대료로 3년 단위 계약을 연장해왔는데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2020년 12월로 사용이 끝난다. 연극인들은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연극인 비상대책회의’(이하 비대위)를 구성하고 각종 포럼을 여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들의 요구는 단순히 계약을 연장해달라는 게 아니다. 서울예대 설립자인 동랑 유치진이 1960년대에 정부 땅을 특혜로 불하받아 극장으로 썼던 과거사를 언급하며 편법적으로 사유화된 문화자산을 공공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제시대 조선 통감부·총독부(1907~1926)로 쓰였던 남산예술센터 터는 정부 소유였는데 여기에 록펠러재단의 기부로 드라마센터가 설립됐다가(1962) 이듬해 재정난으로 폐관했다. 이후 서울예대 전신인 한국연극연구원이 땅을 불하받았고 매각 대금을 10년만에 분납하는 특혜를 통해 사유재산화했다. 30일 남산예술센터에서 만난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남산예술센터는 연극계 자산으로 ‘극장을 지켜라’가 올해 화두”라면서 “남산예술센터의 주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논쟁이 이뤄질 것이다. 극장 운명에 대해 공론화를 거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예대는 서울문화재단에 임차계약 연장을 안 하는 이유와 사회 환원에 관해선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양구 작가는 “연극계에선 남산예술센터의 주인을 찾는 일이 연극사적인 의미를 넘어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극장 운영의 독립성과 자율성에 관한 논란이다. 지난해 말 서울문화재단 이사회는 독립 본부로 존재하던 남산예술센터를 지역문화본부 산하 극장운영팀으로 배치하는 조직개편을 승인했다. 극장의 총괄 운영 및 결정 권한을 지역문화본부장에게 일임함에 따라 기존 극장장은 인사·예산권 없이 남산예술센터 공동제작 작품의 예술감독 보직만 담당한다. 연극인들은 “공공극장인 남산예술센터가 한국연극계에 기여했던 역할 및 정체성을 상실하고 지자체의 생활예술, 생활문화 행사를 위한 강당으로 쓰일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서울문화재단의 사업이 많은데 조직단위 행정이 따로 이뤄져 유기적 운영이 어려웠다. 방만한 조직을 단순하게 만드는 게 조직개편의 방향이었는데 연극인들이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받을 수 있다고 우려해 이를 불식하고자 올해 안에 다시 절차를 거쳐 별도 조직으로 분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직제상의 분리일 뿐 극장운영 인력은 그대로 지역문화본부 산하에 두겠다고 해 연극계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연극인들은 서울문화재단의 조직개편은 극장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지역문화재단이 예산과 인프라(극장·축제)·인력을 결정하는 권한을 휘두르며 문화예술인들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사례는 여럿이다. 탤런트 이광기씨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해 예술인들로부터 반발을 산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소설 <언더 더 씨>로 젠더 감수성이 문제가 된 소설가 강동수를 대표로 내정한 부산문화재단 등이 그렇다. 우 극장장은 “블랙리스트가 작동할 수 있었던 것은 예산을 결정하는 상부기관의 통제를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지자체와 지자체 산하 예술기관도 종속관계에서 벗어나 극장과 축제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도 연극평론가 역시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문화재단을 이용해 정책선전에 이용하는데 이 부분을 문화예술계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바라보는 중”이라고 했다.
‘블랙리스트’로 공공극장이 제 역할을 못하던 박근혜 정권 때 남산예술센터는 세월호, 성 소수자, 문화 검열 문제 등 동시대성을 담은 작품을 꾸준히 무대에 올려왔다. 우연 극장장은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박근형 연출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비롯한 세월호 관련 연극 등 정부 비판적인 작품을 올려왔다. 독립된 조직구조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남산예술센터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주목해왔던 연극인들은 남산예술센터의 문제를 연극으로 풀어낸다. 한국 현대사의 흐름과 맞물려온 극장의 역사를 보여준 <남산 도큐멘타:연극의 연습-극장편>(2014)에 이어 올해는 극장의 공공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담은 연극 <드라마센터, 드라마/센타(가제)>를 9월에 선보인다. 비대위는 남산예술센터의 사유화와 유치진의 친일 행적을 추적하는 연구서를 이달 말 출간할 예정이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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