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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학대받고 망쳐지는 곰 세상, 지구가 인간만의 것이던가

등록 2019-01-31 05:00수정 2019-01-31 13:25

MBC 5부작 다큐 <곰>

올무에 걸려 앞발이 잘려도
연어 빼앗는 불곰에게 맞아도
어미곰 움직이게 하는 모성애

지리산을 탈출했던 빠삐용처럼
야생동물-인간 공존 곱씹어봐야

우리 속에 곰 산채로 쓸개즙 뽑고
귀여운 판다 무차별로 잡은 인간
연어사냥 방해한 온난화 주범도 인간

김진만 피디 “자연 지키려 한 다큐
곰들이 겪는 고통 전하고 싶었다”
자연다큐 <곰>의 한 장면. 문화방송 제공
자연다큐 <곰>의 한 장면. 문화방송 제공
왜 지구를 인간의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 지난 28일 공개된 다큐멘터리 <곰>(문화방송)을 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망쳐버린 곰 생태계를 보여주는 5부작(프롤로그 1회+본편 4회) 다큐멘터리인데, 예쁘고 귀여운 화면 뒤편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생명체를 학대하고 있는지 되묻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생명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5부 내내 흐른다. 새해엔 명품 다큐멘터리 <곰>을 보며 새사람으로 거듭나보자. 본격적인 이야기가 4일부터 18일까지 2~4회(월 밤 11시10분)에서 펼쳐진다.

문화방송 제공
문화방송 제공
사람의 자식 사랑이 곰보다 더할까? <곰>을 보면서 마음이 가장 저릿해지는 대목은 모성애다. 지리산 어미 곰은 올무에 걸려 오른쪽 앞발이 잘렸다. 그럼에도 험한 지리산 곳곳을 세발로 절뚝이며 다닌다. 어미 곰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새끼다. 아직 어린 새끼 둘에게 먹일 먹이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성치 않은 몸으로 나무타기가 익숙하지 않은 새끼들을 훈련까지 시킨다. 그러나 이처럼 강인한 어미 곰도 사고의 트라우마로 괴로워한다. 어미 곰은 올무에 걸린 지 며칠 만에 발견됐는데, 구조될 당시 뼈가 다 드러나고, 구더기가 발을 파고들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고통에 몸부림친 기억 때문인지, 어미 곰은 새끼 곰이 행여 멀리라도 가려 하면 안절부절못한다. 빨리 곁으로 돌아오라고 이를 “딱딱딱” 부딪혀 경고음을 낸다. 러시아 캄차카에 사는 어미 불곰은 새끼에게 줄 연어를 차지하려고 자신보다 몸집이 큰 불곰과의 싸움도 마다치 않는다. 밀리고 다쳐도 끝까지 달려든다. 2016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에서 한해 벌어진 영아 유기 사건은 100여건이 넘는다. 아동학대도 2017년 기준으로 2만2000여건이다. 곰보다 인간이 낫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문화방송 제공
문화방송 제공

술 한잔 때문에 곰 발을 잘라야 하나? 2부에선 곰에게 가하는 인간의 잔인함이 두드러진다. 베트남에서 곰은 쓸개를 가져갈 목적으로 키워진다. 마른 웅담을 살 거냐, 액체 웅담을 살 거냐 묻는 상인들의 대화가 적나라하게 나온다. 제작진은 곰 1200마리가 열악한 조건의 농장 작은 우리에 갇혀 사는 모습도 담았다. 최근 ‘강아지 공장’의 실태가 보도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는데, 잔혹함에선 곰 농장도 못지않다. 한평생 비좁은 우리에서 지내며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쓸개액을 뽑힌다. 곰 앞발을 술에 담근 ‘곰발바닥주’가 인기를 끌면서 앞발 잃은 곰도 많다. 제작진은 “단지 술 한잔을 위해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의 잔인함”을 놀라워한다. 보기만 해도 귀여워 미칠 것 같은 판다가 멸종에 이른 가장 큰 이유도 역시 인간들 때문이다. 귀여운 외모가 인기를 끌자 무차별적으로 사냥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캄차카반도의 쿠릴 호수의 수위가 두 배 이상 높아지자 불곰들의 삶도 피폐해졌다. 물이 깊어져 연어 사냥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갈수록 먹을 게 없어진다. 김진만 피디는 “인간의 욕심으로 곰들이 겪는 고통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화방송 제공
문화방송 제공
공존의 방법을 모색한다 <곰>은 야생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진지하게 곱씹는다. 특히 인간이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을 왜 인위적으로 가둬두려 했을까 고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3부에선 화제가 됐던 ‘빠삐용’ 사건을 톺아본다. 지리산에서 방사됐던 반달가슴곰 ‘빠삐용’은 아무도 모르게 닷새동안 90㎞를 걸어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됐다. 멋대로 이동하다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다시 지리산으로 보내졌다. 그런데 빠삐용은 또 탈출을 시도했다. 본인의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이다. 그는 가는 길도 기억했다. 찬반이 갈렸지만, 네발 달린 짐승에게 지리산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우세해 결국 수도산에 재방사됐다. 곰과 인간이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는 일본의 마을, 곰을 조상이나 형제로 여겨온 민족들도 자세하게 다룬다.

촬영 기간 2년, 이동 거리 9만㎞, 촬영 시간 5000시간. 제작진의 열정 또한 되새겨야 할 가치다. 김진만 피디 등 스태프들은 “야생동물과 교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카메라만 들여다보면 실제 동물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인식할 수 없는데 렌즈에 눈을 떼고 보면 거리가 4~5m밖에 안 될 정도로 가까이 있을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는 이유에 대한 김 피디의 답변은 단순하지만 정답이다. “환경과 인간을 변화시키고 자연을 지키려면 다큐를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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