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노동 근로감독관의 이야기를 다뤄 눈길을 끈다. 주인공 조장풍 역을 맡은 김동욱. 키이스트 제공.
2019년 드라마는 ‘정의 구현’을 향해 신나게 내달린다. 사회 곳곳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드라마들이 1월부터 매월 등판한다. 부조리 단골손님 검사, 의사를 넘어 처음으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등 직업군도 확장됐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저물고 2017년 5월 재벌이 된 친일 후손이 가난한 독립운동가 후손을 괴롭히는 드라마(<도둑놈, 도둑님>)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조선소 노동자의 노사 분쟁(<땐뽀걸즈> 2018년)까지 드라마는 현실을 ‘제대로’ 비추기 시작했다. <스카이(SKY) 캐슬>에서는 입시에 목을 매는 사회적 병리현상에 전국민이 들끓었다. 매월 보다보면, 이런 드라마들이 현실의 변화에 힘을 실어주는 ‘기폭제’가 될지도 모른다. 2019년 ‘드라마 정의 로드’를 따라가보자.
■ 2월 “과거부터 알자”
과거를 알아야 현재, 미래를 바꾼다. 과거에도 권력 투쟁은 존재했고, 비리는 난무했다. 그럼에도 정의를 구현해 나라를 곧추세우려는 이들은 어김없이 존재했다.
2월11일 <해치>(에스비에스 월화 밤 10시)가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 오늘날 검찰청 같은 존재인 조선 사헌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는 일이지만, 그 안에서도 다양한 헤게모니는 존재했다. 드라마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조선 21대 왕 영조(정일우)의 청년기를 조명하며, 사헌부의 이면과 대권을 둘러싼 권력투쟁 등을 펼친다. 고아라가 무술과 수사에 모두 능한 소유(수사관) 여지를 연기한다. <이산> 김이영 작가가 집필한다.
■ 2~3월 “검사, 형사, 의사의 자각”
모든 변화의 시작은 자각이다. 드라마에서 ‘돈벌이’ ‘권력다툼’에 앞장서온 의사, 검사, 형사들이 2019년에는 문제를 자각하고 변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2월11일 <아이템>(문화방송 월화 밤 10시)?에서는 권력에 굴하지 않는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검사 강곤(주지훈)이 프로파일러(진세연)와 함께 어두운 음모를 파헤친다. 강곤은 목숨보다 아끼는 조카를 구하려고 특별한 초능력이 깃든 ‘아이템’을 가지려고 뛰어든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판타지를 가미했다.
2월15일 <열혈사제>(에스비에스 금토 밤 10)?는 가톨릭 사제와 형사가 공조수사하며 살인사건을 해결한다. 김남길이 사제 김해일, 김성균이 형사 구대영, 이하늬가 검사 박경선을 연기한다. <굿닥터> 박재범 작가가 집필한다.
3월 <자백>(티브이엔)은
일사부재리(어떤 사건에 대해 판결이 확정되면 다시 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형사상 원칙)라는 법의 테두리에 가려진 진실을 쫓는다. 변호사 최도현(이준호)과 형사 기춘호(유재명)가 공조한다. 희대의 살인사건 수사 책임자였다가 피의자가 무죄를 받으며 책임을 지고 수사팀을 떠난 기춘호는 계속 수사를 이어간다. 진실을 알았을 때 ‘그들’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가 울림을 줄 듯하다.
■ 3~4월 “사회 곳곳 부조리 귀기울이기”
2019년 드라마는 보다 다양한 곳에서 터져나오는 비명에 귀기울인다. 사회 곳곳을 담는 노력이 더 세밀해졌다.
3월 <더 뱅커>(문화방송)는 돈과 권력이 모이는 거대 은행의 부정부패와 부조리에 맞서 정의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은행원에 주목한다. 일본 만화 <감사역 노자키>가 원작이다. 김상중이 청렴결백의 주인공 감사 노대호를 연기한다. 채시라도 나온다. 4월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문화방송)은 수년 사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됐던 노동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고발한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조진갑(김동욱)을 내세워 사회 악덕 ‘갑’들을 응징한다. 임금체불, 근로시간, 성추행 사건까지 다양한 ‘갑질’이 벌어진다. 정작 주변에서 숱하게 목격하면서도 드라마가 제대로 주목하지 않았다. 부당한 노동환경에 내몰린 근로자들의 이야기가 어떤 슬픈 드라마보다 심금을 울릴지도 모르겠다. 2015년 고등학교 부실 공사를 소재로 세월호를 담아냈던 <앵그리맘> 김반디 작가가 집필한다.
■ 4~5월 “독립운동가들로 각오 되새김”
현실을 담은 드라마가 폐부를 찌른다면, 이쯤에서 나라를 지키려 희생한 독립운동가들의 마음을 되새김질하며 안정을 취해 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돌을 맞아 오늘의 정의를 곱씹게하는 역사 드라마도 줄줄 찾아온다.
4월 <녹두꽃>(에스비에스)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을 배경으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 형제 이야기를 담은 휴먼드라마다. 조정석이 형 백이강, 윤시윤이 동생 백이현을 연기한다. 드라마에서 드물게 다뤄지는 동학농민운동을 어떻게 표현할지 관심이다. <정도전> 정현민 작가가 집필하고, <뿌리깊은 나무> 신경수 피디가 연출한다.
5월 <이몽>(문화방송)은 독립투쟁의 최선봉이었던 비밀결사 ‘의열단’ 단장 약산 김원봉(유지태)을 통해 암울했던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갔던 인물들을 그린다. 이요원이 일본인에 양육된 조선인 의사로, 상해임시정부 첩보 요원이 되어 태평양 전쟁 속에서 활약하는 인물을 맡는다.
■ 5월 이후 “이상적 국가 그리기”
이 모든 드라마들이 까발린 현실의 해결책은 결국 각자가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해 낸다면, 맘 아픈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라가 국민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5월 <배가본드>(에스비에스)는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남자가 은페된 국가 비리를 파헤치며, 과연 나라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곱씹게 한다. 이승기, 배수지 주연.
하반기 <지정생존자>(티브이엔)역시 대통령 국정 연설이 있던 날, 국회가 폭탄테러를 당해 유일하게 살아남은 권력승계 서열 12위인 환경부 장관(지진희)이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아 각종 음모로부터 나라를 지켜내는 이야기다. 동명의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 결국, 국민과 나라가 한마음이 될 때 이상적인 국가는 탄생한다. 6~8월 시작하는 <아스달 연대기>(티브이엔)는 가상의 땅 ‘아스달'에서 펼쳐지는 이상적 국가의 탄생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투쟁과 화합을 그리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곱씹게 한다. 한국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상고시대 문명을 다룬다. 송중기, 장동건 주연. <미생> 김원석 피디가 연출하고, <육룡이 나르샤>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집필한다. 영화 <신과 함께>에서 시각적 특수효과를 맡은 덱스터스튜디오가 컴퓨터그래픽을 맡았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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