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다, 더 뜨겁다. 닿고 싶다, 더 닿고 싶다. 조금만 더, 플래시하게…."
1983년 개봉한 영화 <플래시댄스>의 극장 신문광고 문구다. 에로티시즘의 절정을 보여주는 영화로 포장됐지만 사실 이 영화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이들의 성장스토리를 담은 청춘물이었다. 낮에는 용접공, 밤에는 댄서로 일하며 전문 댄서의 꿈을 꾸는 알렉스와 그를 돕는 공장 사장 아들 닉과의 사랑을 감각적인 음악과 춤으로 담아내 개봉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가 36년이 지나 뮤지컬로 국내서 선보인다. 지난해 7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폐막작으로 첫선을 보일 당시 전석 매진을 이룬 인기에 힘입어 올해 서울을 시작으로 6개 도시에서 공연된다.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배우들의 열연으로 만날 수 있다.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뮤지컬 <플래시댄스> 간담회에서 배성혁 국내 프로듀서(예술기획 성우 대표)는 “2년 전 영국에서 이 공연을 봤다”면서 본인 역시 <플래시댄스>의 향수를 가진 세대라고 말했다. “대학 재수 시절 영화를 5~6번 봤어요. 당시 커피숍, 빵집 등 어디를 가나 <플래시댄스> 음악만 나왔습니다. 영화 OST 앨범이 마이클 잭슨 <스릴러> 앨범을 음원차트 1위에서 밀어냈던 기억도 있어요. 지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고 (젊은 세대를 넘어) 50~60대까지 함께할 수 있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해 선보이게 됐습니다.”
뮤지컬은 영화 속 이야기와 캐릭터, 장면을 거의 그대로 무대로 옮겼다. 꿈을 향한 불굴의 의지를 가진 알렉스와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친구 키키 등의 모습은 변함없고, 닉만 좀 더 입체적인 인물로 바뀌었다. 영화 속에서는 그저 재벌의 아들이자 로맨스 대상이었으나 뮤지컬에선 공장의 구조조정을 막으려고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인생을 지키려는 인물로 그려진다. 추억 속 명장면도 재현했다. 브레이크 댄서들의 길거리 춤판, 알렉스가 실수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춤을 추는 마지막 오디션 장면 등은 영화를 다시 보는 듯 반갑다. 1막이 끝날 때 천장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알렉스가 의자 뒤로 몸을 젖히는 ‘물벼락댄스’ 장면 역시 관객들이 기대하는 명장면 중 하나다. 영화도, 뮤지컬도 작품을 견인하는 건 흥겨운 음악과 춤이다. ‘왓 어 필링’, ‘맨헌트’, ‘아이 러브 로큰롤’, ‘글로리아’ 등 영화 속 명곡들이 뮤지컬 넘버(노래)로 쓰였다.
추억과 복고가 뮤지컬 흥행을 쥔 열쇠이나 한편으론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노래·춤·의상·무대장치 등이 옛스러워 중장년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데는 무리 없으나 아이돌 ‘칼군무’와 화려한 국내 뮤지컬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까지 공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들이 보기에 춤은 에어로빅 같고, 무대는 단출하고, 의상은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어서다. 2층짜리 철제 계단 세트와 영상이 나오는 스크린만으로는 휑해 보이는 3천석 규모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를 채우는 건 몸을 사리지 않고 춤을 추는 배우들이다. 7~8분가량 이어지는 커튼콜에서 배우들은 뮤지컬 넘버 메들리와 화려한 댄스를 연이어 선보이며 관객들의 흥을 돋운다. 2월17일까지.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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