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 애니메이션 시리즈 <네모바지 스폰지밥> 창시자 스티븐 힐렌버그가 27일(현지시각) 세상을 떠났다. 향년 57. 힐렌버그는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루게릭병)으로 투병했다. 지난해 3월 진단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스폰지밥’을 계속 만들 것이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작품에 기여할 것이다”고 말하는 등, 투병 중에도 작품 열정을 놓지 않았다.
그는 1992년 니켈로디언에 입사한 뒤 <로코의 모던 라이프> 작가 겸 감독으로 일하다가 ‘스폰지밥’ 캐릭터를 만들었다. 1999년 <네모바지 스폰지밥>이 첫 방송 된 이후 인기를 얻으며 <니켈로디언>의 간판 프로그램이 됐다. 가상의 수중 도시 비키니 시티를 배경으로 의인화된 바다 생물 스폰지가 벌이는 이야기로 2015년까지 방영했다. 해양 생물을 보는 신선함과 재미에, ‘집게 사장’은 탐욕, ‘다람이’는 교만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이 녹아들어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이 봐도 좋을 정도의 만듦새도 뛰어났다. 덕분에 한국을 비롯한 200여개 국가에서 방영되는 등 전세계적로 퍼져 나갔다. 2017년에는 뮤지컬, 2004년과 2015년에는 극장용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힐렌버그는 애니메이션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에미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힐렌버그는 학생들에게 쉽게 해양 생물을 교육하려고 만화책을 제작하다가 만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대학에서 해양생물학을 전공했고, 졸업 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해양 연구소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그 경험과 지식들이 ‘스폰지밥’ 캐릭터에 총동원됐다. 바다에서만 자라는 바다 스폰지인 해면을 ‘스폰지밥’으로 만드는 등 아이들이 해양 생물을 친숙하게 느끼게도 했다. 한 누리꾼은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해양 생물을 사랑하고,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작가 겸 감독이었다”고 애도했다.
그는 2020년 3번째 ‘스폰지밥’ 영화를 개봉할 계획으로 준비 중이었다. 그는 앞선 두편도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도 직접했다. 비록, 그의 손을 거친 세 번째 영화를 볼 수 없게 됐지만, 그의 열정은 ‘스폰지밥’ 곁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스폰지밥’ 제작사 <니켈로디언>은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힐렌버그는 스폰지밥에 독특한 유머와 순진함을 불어넣어 전 세계 어린이들과 가족들에게 기쁨을 줬다"며 "그의 독창적인 캐릭터와 세계관은 낙관주의, 우정, 그리고 무한한 상상력의 힘을 상기시키며 오랜 기간 기억될 것"이라고 “좋은 친구이자 파트너”였던 힐렌버그를 애도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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