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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망할수록 흥했네’ 브로드웨이 최고 수익 연극

등록 2018-11-25 11:44수정 2018-11-25 21:00

리뷰/‘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이번 생은 망했어’ 마음 알아주는
웨스트엔드 대표 코미디 한국 초연

진지한 발연기·난장판 ‘웃음 버튼’
관객 4명으로 시작 37개국 수출
5년만에 입소문 타고 미국 ‘접수’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신시컴퍼니 제공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신시컴퍼니 제공
공연 시작부터 엉망이다. 무대 출입문은 열리지 않고, 벽에선 소품이 떨어지더니 배우들은 대사를 까먹고 동화구연 하듯 ‘발연기’를 펼친다. 무대 참사에 이어 연기 참사가 벌어지는 이 연극은 1920년대 배경의 미스터리극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 이 연극을 올린 콘리대학 드라마연구회 배우들은 어떻게든 상황을 무마해보려 애쓰지만 연극은 갈수록 엉망진창으로 흐른다. 이 연극 이대로 괜찮을까?

사실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은 가상의 연극이다.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를 휩쓴 코미디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에서 보여주는 극중극 형태의 작품이다. ‘점점 잘못되어 가는 연극’이란 뜻을 가진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실제로 연극무대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로 관객들을 웃긴다.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극중 콘리대학 드라마연구회 멤버들이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 무대인 해버샴 저택의 떨어진 벽난로 선반을 고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노출하며 시작된다. 불완전한 무대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은 역시나 조명, 음향, 소품 등 곳곳에서 실수 연발이다. 배우들도 참담하긴 마찬가지. 손바닥에 적어놓은 대사도 제대로 커닝 못해 “암담한 일입니다”를 “아담한 일입니다”로 말하는가 하면 배우가 소품에 맞아 기절하는 일도 터진다.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 연출가인 크리스가 인터미션이 끝나고 2막이 오를 때 관객들에게 “돌아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할 정도다. 무대 위 배우들이 진지할수록 관객들은 배꼽을 잡게 된다.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신시컴퍼니 제공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신시컴퍼니 제공
제목이 품은 뜻과 달리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드라마틱한 히스토리가 담긴 작품이다. 2012년 영국 런던의 프린지 공연장에서 단 4명의 관객으로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2014년 웨스트엔드 진출에 성공했다. 세계 37개 나라에 수출됐고, 지난해 미국 브로드웨이 연극 부문 최고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한국은 무대·연출·대본을 그대로 들여오는 ‘레플리카’ 형태로 이번에 초연무대를 올렸다. 공연제작사인 신시컴퍼니가 세종문화회관과 ‘세종문화회관 40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작품이다.

가장 큰 재미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애고, 진짜와 가짜 연극을 절묘하게 섞어 놓았다는 점이다.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의 무대 감독 자리는 실제 객석 2층이었고,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의 프로그램북은 “연극의 메카 ‘세종 M씨어터’에서 공연하게 돼 무척 기쁘다”는 콘리대학 드라마연구회 연출가 크리스의 인사말로 시작한다. 극중극인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 배우·스태프 리스트가 실제 연극인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의 배우·스태프 리스트보다 먼저 나올만큼 프로그램북은 그 자체로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 프로그램북이기도 하다.

연극은 특수효과를 사용해 점점 무너져내리는 무대가 큰 역할을 한다. 배우들간의 호흡만큼이나 넘어지고 부딪치는 배우와 무대와의 호흡도 중요하기 때문에 연습실에는 연습 첫날부터 실제 공연 무대가 설치됐다. 원캐스트로 작품을 책임지는 호산, 선재, 이정주 등 전 출연진은 게임과 즉흥연기 등 순발력과 연기력을 테스트하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내년 1월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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