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돌아온 정통 멜로 ‘안방 내놔라’

등록 2018-11-21 18:40수정 2018-11-22 14:10

달라진 시대상·빠듯해진 여유
정통 멜로 드라마 설 자리 잃어가
코믹·판타지 뺀 드라마 ‘남자친구’
톱스타 송혜교·박보검 케미 앞세워
정우성도 내후년 사랑 얘기로 복귀
느리지만 공감되는 멜로 부활 예고
<남자친구>의 한 장면. 티브이엔 제공
<남자친구>의 한 장면. 티브이엔 제공
“나이 들어도 멋진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돼달라”는 말에 3년 전 차승원은 <한겨레>에 이렇게 답했다. “그것도 보는 이들이 그렇게 바라봐 줄 마음의 여유가 생겨야 가능하다. 그러려면 모두가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 결국 나라가 평온해야 한다.” 그 시절이 오고 있는 걸까. 최근 티브이(TV)에서 정통 멜로드라마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현재 송혜교와 박보검이 나오는, 28일 시작하는 <남자친구>(티브이엔, 수목 밤 9시30분)와 내후년 오랫만에 정우성이 티브이로 복귀하는 멜로드라마가 확정돼 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미안하다 사랑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 등 히트작 대부분이 정통 멜로일 정도로 수가 많았지만, 2010년대 들어서 확 줄었다. 판타지에, 코믹 등 여러 장치를 가미하지 않은 사랑 이야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상파 평일 미니시리즈 기준으로, 딱 10년 전인 2008년 9편에서 올해는 3편이다.

관계자들은 멜로가 사라진 이유로, 시대의 영향, 달라진 플랫폼, 한류 이동을 이유로 꼽는다. 차승원의 말처럼, 먹고살기 바쁜 시대에 남의 사랑을 보고 있을 여유가 없다. 정우성도 지난해 12월 영화 <강철비> 개봉 전 인터뷰에서 “정통 멜로물이 사라진 이유는 시대의 문제다. 결혼도 늦게 하고, 혼자가 편하고, 남녀가 감정싸움 하는 건 ‘나도 피곤한데’ 이렇게 되는 것인 것 같다. 극장에서 남의 사랑을 본다는 건 그만큼 사회적 여유가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소비”라고 말했다. 실제로 <위대한 유혹자> 등 올해 방영한 정통 멜로드라마들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남자친구> 티브이엔 제공
<남자친구> 티브이엔 제공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방영 시간이 짧은 웹콘텐츠가 유행하고 ‘짤방’이 인기를 끄는 등 빠른 흐름이 익숙해진 시청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방송 창작자들이 한류의 변화에 따라 장르를 선택하는 탓도 있다. 한 프리랜서 드라마 피디는 “일본 한류가 시작되니 일본에서 좋아하는 멜로드라마를 만들다가, 중국 한류가 시작된 이후부터는 중국에서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었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영향으로 중국 시장이 막히자, 이번에는 미국 시장과 넷플릭스 등 새로운 플랫폼에서 좋아하는 장르물이 줄을 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남자친구>가 정통 멜로 드라마가 다시 티브이의 중심에 서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기대감이 커진다. <남자친구>는 판타지도, 코믹 요소도 뺀 정통 멜로드라마다. 정치인의 딸로 태어나 재벌가에 시집갔다가 이혼한 뒤 위자료로 받은 호텔을 운영하며 사는 여자 차수현(송혜교)과, 맑고 씩씩한 취업준비생 김진혁(박보검)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쿠바에서 우연히 만난 뒤 한국에서 재회하며 사랑에 빠진다. 박보검은 21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캐릭터나 대사에서 설레는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송혜교는 “밝고 긍정적인 면과 어두운 면을 둘 다 볼 수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송혜교, 박보검 등 이른바 ‘톱스타’들이 정통 멜로드라마로 돌아온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시청자가 남녀 캐릭터에 감정이입해야 하는 멜로드라마에서 주연 배우는 중요하다.

<남자친구> 티브이엔 제공
<남자친구> 티브이엔 제공
자, 이제 멜로의 시대가 도래할까. 정우성은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멜로 대본조차 귀하지만, 이제 세상이 좀 안정되면 나아질 것이다. 영화인으로서는 낭만 이야기를 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남자친구> 박신우 피디는 이날 간담회에서 “정통 멜로는 느리고, 꼼꼼하고, 서정적으로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그리웠던 분들에게 잠시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