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간담회가 열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미투’라는 화두를 정면으로 다뤄 화제가 된 뮤지컬 <레드북>, 국외까지 뻗어나간 뮤지컬 <랭보> <광염소나타> 등 창작공연의 밑거름이 된 공연계 대표적인 지원사업인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이하 창작산실)이 다음달 21일부터 4개월간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등에서 막을 올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초연 작품을 지원하는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엔 연극 7편, 무용 9편, 창작뮤지컬 3편, 전통예술 3편, 창작오페라 2편 등 모두 24편이 선정됐다.
20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열린 창작산실 기자간담회에서 차민태 예술위 공연지원부장은 “지난 12월 응모된 200여편의 작품들 중에서 서류심사, 쇼케이스 등을 거쳐 지원작품을 선정했다”면서 “전문가 심의와 함께 200명의 관객평가단 제도를 도입해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맞췄다”고 말했다.
올해는 사회상을 반영하듯 다양한 장르에서 여성의 주체성을 드러낸 작품들이 특히 눈에 띈다. 무용 <넛크러셔>(안무 허성임)는 여성의 신체화, 상품화, 몸이 조작되는 여러 가지 각도를 제안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바라보는’ 여성의 몸과 ‘보이는’ 여성의 몸, ‘보여주고자’하는 여성의 몸을 다양하게 그린다. 연극 <배소고지 이야기; 기억의 연못>(프로덕션IDA)은 한국 전쟁 당시 전북 임실군 배소고지에서 벌어진 양민학살 생존자의 구술기록을 토대로 창작된 작품이다. 전쟁 속에서 여성들이 취한 선택과 그 선택 이후의 삶을 주목해 전쟁의 비극을 고발한다. 뮤지컬 <마리 퀴리>(라이브(주))는 여성 최초 노벨상 수상자인 마리 퀴리를 화자로 라듐 발견이라는 빛나는 업적 뒤에 가려진 여성으로의 삶과 인간적 고뇌를 그린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품도 대기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가미카제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가미카제 아리랑>(극발전소 301), 흙으로 만든 유일한 우리의 전통관악기인 ‘훈’에 대해 고찰하는 공연 <도공지몽-잊혀진 우리의 악기 ‘훈’>(음악감독 송경근)도 기대작이다. 창극 <내 이름은 사방지>(제이유창극발전소)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사내이자 동시에 계집이었던 ‘성소수자’ 사방지의 비극적 인생을 소리로 풀어낸다. 박애리, 전영랑, 김준수, 유태평양 등 판소리계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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