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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사바나 초원에 ‘휴매니얼’이 뛰놀다

등록 2018-11-11 13:40수정 2018-11-11 21:16

뮤지컬 ‘라이온 킹’ 오리지널팀 첫 내한

브로드웨이 초연 20돌 기념
동물인 듯 아닌 듯 배우의 노련한 몸짓
자연 빛깔 담아낸 조명 등 완벽 디테일
아프리카 소울 음악이 몰입도 높여
4월까지 대구·서울·부산 공연 이어가
뮤지컬 <라이온 킹>은 동물들의 움직임을 인체 예술로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월트디즈니 제공
뮤지컬 <라이온 킹>은 동물들의 움직임을 인체 예술로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월트디즈니 제공
소문대로 시작부터 압도적이었다. 아프리카 토속 색이 짙은 음악인 ‘서클 오브 라이프(삶의 순환)’가 울려 퍼지면 붉은 태양이 대지 위로 떠올랐다. 무대 위에서 긴 다리를 가진 기린이 유유히 거닐고 가젤이 뛰어나와 무대를 가로지르는 사이 객석 뒤에선 코뿔소, 코끼리, 온갖 색깔의 새들이 튀어나와 통로를 따라 무대 위로 모여들었다. 자리에서 몸을 반쯤 일으켜 세운 관객들은 동물들을 박수와 환호로 맞았다. 모든 동물을 담기엔 무대가 좁아 보일 만큼 공연장은 이미 생동감이 넘치는 사바나 초원이었다.

뮤지컬 <라이온 킹>에 나오는 악당 사자 스카(왼쪽)와 밀림의 왕인 무파사가 쓴 마스크는 배우의 움직임에 따라 머리 위아래로 내려온다. 월트디즈니 제공.
뮤지컬 <라이온 킹>에 나오는 악당 사자 스카(왼쪽)와 밀림의 왕인 무파사가 쓴 마스크는 배우의 움직임에 따라 머리 위아래로 내려온다. 월트디즈니 제공.
■ 20년 만에 이뤄진 인터내셔널 투어 지난 9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라이온 킹>이 첫 막을 올렸다.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기념하는 오리지널 팀의 첫 세계 투어다. 20여개 국가에서 9500만여명이 관람해 81억 달러(약 8조8000억원)를 벌어들인 월트디즈니의 대표 뮤지컬이지만 오리지널 팀이 세계 투어를 도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월 마닐라를 시작으로 6월에 싱가포르 공연을 마쳤고, 이달부터 시작된 한국(대구·서울·부산) 공연을 끝내면 대만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이날 공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펠리페 감바 월트디즈니 컴퍼니 시어트리컬 그룹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총괄이사는 “마치 마을 전체를 옮기는 것과 맞먹는 어려움이 있어 20년 전에는 뉴욕 바깥에서의 공연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아시아 판권을 가진 일본 뮤지컬 극단 시키가 2006년에 한국어로 공연한 바 있는데 당시 성적은 좋지 못했다. 스타 캐스팅에 의존해 성장한 국내 뮤지컬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무명 배우들을 캐스팅해 ‘가족 뮤지컬’로 마케팅한 것이 패착으로 꼽힌다. 마이클 캐슬 인터내셔널 투어 프로듀서는 “한국 뮤지컬 시장이 그때보다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라이온 킹>의 감동적인 이야기와 기획력이 한국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라며 자신했다.

<라이온 킹>은 정글의 왕으로서 제자리를 찾는 사자 심바의 여정을 통해 “겨울의 끝에 봄이 오듯 생명도 죽음에서 시작된다” 같은 자연과 인간의 섭리를 ‘생명의 순환’이란 철학적 메시지로 담아낸 작품이다. 같은 이름의 애니메이션이 주는 감동을 200여개의 퍼펫(인형)과 700여개의 조명을 사용해 생동감 있게 전한다. 뮤지컬 <라이온 킹> 탄생 때부터 조명 디자인을 맡은 도널드 홀더는 “연출가인 줄리 테이머와 함께 죽은 채 박물관에 있는 동물이 아닌 살아 숨 쉬는 동물들을 보여주자고 했다”면서 “디테일한 것까지 늘 새롭게 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뮤지컬 <라이온 킹> 속 주술사 캐코원숭이는 원작과 달리 여성으로 표현해 ‘생명의 순환’이라는 주제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월트디즈니 제공.
뮤지컬 <라이온 킹> 속 주술사 캐코원숭이는 원작과 달리 여성으로 표현해 ‘생명의 순환’이라는 주제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월트디즈니 제공.
■ 상상력과 디테일로 채운 무대 먼저 동물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신체 예술이 압권이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한결같이 “디테일” “상상력”을 강조했는데 공연을 보면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다. 동물 가면과 배우가 연기로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게 보인다. 아빠 사자 무파사, 악당 사자 스카 등의 마스크가 배우 머리 위에 얹혀 있다가 움직임을 따라 내려온다. 테이머는 이런 형태를 인간인 동시에 동물이라는 뜻으로 ‘휴매니멀’이라고 부른다. 암사자 날라역의 조슬린 시옌티는 “사자가 나오는 영상을 보면서 목, 어깨를 사자처럼 돌릴 수 있도록 계속 따라 하고 지금도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그런 움직임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한다”고 했다. 미어캣 티몬과 코뿔새 자주는 분장을 한 퍼펫 조종사가 퍼펫을 조종하지만 사람임을 숨기지 않아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하다.

누떼가 질주하는 장면 등에서 세트를 과하게 쓰는 대신 그림자놀이를 활용하고, 정글의 다양한 색감을 조명으로 표현한 솜씨도 일품이다. 700개의 조명이 태양의 선홍빛, 대지의 황금색, 정글의 초록빛을 한지에 물들이 듯 다채롭게 표현한다. 아프리카 소울로 채워진 ‘하쿠나 마타타’ 같은 유명한 음악도 극의 몰입을 돕는다.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암사자들이 춤을 추고 있다. 월트디즈니 제공.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암사자들이 춤을 추고 있다. 월트디즈니 제공.
뮤지컬은 원작의 이야기를 가져오면서 몇몇 캐릭터를 변주했다. 심바의 여자친구인 날라는 원작에서보다 비중을 높여 전사적 역할을 강화됐다. 야생에서 암사자가 수사자보다 적극적이라는 점을 반영했다. 주술사인 개코원숭이 라피키도 원작과 달리 여성으로 바꿔 ‘생명의 순환’이란 주제를 섬세하게 이끈다.

한국 관객들을 위한 대사도 넣었다. 화려한 무대 커튼을 보고 한글로 “서문시장에서 파는 샤워커튼 같구나”라고 하거나 자주가 영어로 “제발 에버랜드로 돌려보내지 마세요” 하는 장면들이 웃음을 안긴다. 풍요로운 초원에서 황금빛 망토를 입고 춤을 추는 암사자의 군무와 하이에나들의 음침한 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제 막 개막한 <라이온 킹>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대구 공연은 티켓 오픈 당일에만 약 2만8천장이 팔려나가 지방 공연 기준으로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다. 서울 공연 역시 예매가 시작된 지난 8월에 내년 1월까지의 22회치 공연이 예매 개시 당일 전석 매진됐다. <라이온 킹>은 대구(12월 25일까지) 공연이 끝나면 서울(1월9일~3월 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부산(4월 드림씨어터)에서 무대를 이어간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월트디즈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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