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샤를 뒤투아. 린덴바움뮤직페스티벌사무국
이번 주말 예정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의 지휘자 유리 테미르카노프(80)가 가족상으로 아시아투어에서 하차했다. 대체 지휘자로 투입된 스위스 출신 유명 지휘자 샤를 뒤투아(82)가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공연기획사인 마스트미디어는 “지난주 목요일(25일) 유리 테미르카노프의 형인 러시아 지휘자 보리스 테미르카노프가 별세했다”면서 “이로 인해 테미르카노프가 큰 충격을 받아 건강상의 이유로 아시아투어에서 하차했다”고 31일 밝혔다.
다음달 3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은 테미르카노프의 80살 생일과 예술감독 취임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협연자로는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안드라스 쉬프가 참여해 클래식 팬들의 기대를 모은 공연이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자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의 추천을 받은 샤를 뒤투아가 대체 지휘자로 결정됐다. 뒤투아는 25년간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끈 거장으로 런던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 겸 수석지휘자 등을 맡았고, 내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임명되기도 했다. 마스트미디어는 “뒤투아가 가족상으로 슬픔에 빠진 오랜 동료를 위해 공연을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뒤투아로 지휘자가 교체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에스엔에스(SNS)에선 “차라리 공연을 취소하는 게 낫겠다”는 부정적인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연말 뒤투아가 여성 성악가 3명과 연주자 1명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의 폭로가 나온 뒤 그와의 연주계획이 잡혀있던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샌프란시스코심포니 등은 뒤투아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마스트미디어는 “아직 의혹만 불거진 상황으로 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시즌이 시작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악단과 협연자도 만족할 만한 대체 지휘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의 이번 공연은 지휘자가 바뀌었지만 프로그램은 동일하다. 로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 5번-황제’,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이 연주될 예정이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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