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나왔어요?”
호른 연주자 김홍박(37)을 만나 첫 질문을 이렇게 할 줄 몰랐다. 24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인터뷰 전날 그의 소속사 홍보담당자가 “오늘, 내일 중에 홍박씨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전한 터였다. 김홍박은 “아직인데 연락올 지 몰라서 전화기를 계속 봐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호른수석인 김홍박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지난 여름 ‘평창대관령음악제’ 때문이었다. 개막공연을 위해 전세계 유수악단에서 활약하는 젊은 한국인 연주자들을 모아 꾸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그도 참여했다. 당시 개막 공연 레퍼토리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연주가 끝나자 우레 같은 박수가 쏟아졌는데 옆에 앉은 음악칼럼니스트가 “호른이 낼 수 있는 소리는 다 들은 것 같다”며 특히 김홍박을 칭찬했다. 두 작품에서 그는 호흡의 미묘한 차이에도 반응하는 호른을 실수없이 연주하며 확성기처럼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확장시켜줬다. 귀가 쫑긋 서지는 폭발적인 연주와 오케스트라 전체를 감싸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연주를 오가며 곡의 정서를 극대화했다.
김홍박은 ‘금관의 불모지’라는 한국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길을 걸어왔다. 십대 때부터 국내외 콩쿠르에 입상하며 주목받은 그는 영국 런던심포니 객원수석, 스웨덴 왕립오페라 제2수석 등을 맡았다. 올해는 한국에 돌아와 한양대학교 관현악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다음달 3일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IBK) 챔버홀에서 ‘호른 리사이틀’도 연다. 국내 리사이틀은 2년 만이다. 김홍박은 “호른이라는 악기가 대중에게 친숙한 악기가 아니어서 호른 레퍼토리를 즐길 기회가 없다”면서 “호른이 가진 음색을 제대로 들려줄 수 있으면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주할 곡은 라이네케의 ‘야상곡’, 슈만 ‘세 개의 로망스’, 베를리오즈 ‘브르타뉴의 젊은 목동’ 등이다. “슈만의 원곡은 오보에로 맞춰져 있어요. 호흡이 긴 오보에 곡을 호른으로 하는 건 도전인데 지금도 연습하면 어렵더라고요. 베를리오즈 곡은 친한 성악가인 이명주씨가 노래를 할 건데, 호른도 같이 노래하는 느낌으로 들려드리려고 해요”
그는 학생들에게 테크닉보다 음악에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브라스는 어쩔 수 없이 삑~소리가 나요. 음악에 집중해야 테크닉적인 실수가 없지, 테크닉에 집중하다 보면 내야할 소리를 잊어버려 오히려 실수하게 되죠. 음악애호가 분들에게 바라는 것이기도 한데 금관악기를 테크닉면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소리에 집중해 들어주셨으면 해요.”
다른 아이들은 ‘나팔’이라고 부르는 악기 그림을 보며 ‘트럼펫’이라고 정확히 말할 줄 아는 3살 아들이 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아빠 연주하고 왔어요? 뿌뿌”하면 이뻐 죽겠다는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아내 곁으로 서둘러 돌아갔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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