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장 정기대관 공모 안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장 정기대관 신청 자격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지난 6월 제1회 페미니즘연극제를 성공적으로 마쳤던 나희경 피디는 내년 행사를 위해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의 대관신청 자격을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지난 5일 공고된 예술위의 ‘2019 정기대관 공모’에는 아르코예술극장의 대관 신청자격이 ‘최소 5년 이상 개최된 축제 및 국제행사’로 제한돼 있었다. 나 피디는 “시설도 좋고 대관료도 저렴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내년 행사를 개최하려고 했는데 아예 신청자격조차 안 된다”면서 “민간에서 하는 신생축제들인 ‘권리장전 2019’, ‘세월호 2019’, ‘화학작용’, ‘이십할페스티벌’ 등은 신청도 못 해볼 만큼 ‘5년 이상 개최’ 자격은 과하다”고 말했다. 2016년에 시작된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를 두 차례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었던 무용단체인 빛소리친구들 역시 대관 신청 길이 막혔다. 최영묵 빛소리친구들 대표는 “대학로에서 장애인시설을 갖춘 공연장을 찾기 힘든데 공공성을 가진 극장이 예술인들과 공모기준 변경에 대한 사전 조율도 없이 임의대로 기준을 바꿨다”면서 예술위에 항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술위는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의 운영을 맡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극장 대관 신청 자격은 ‘문화예술단체 및 예술인’으로 명시했을 뿐 별다른 제약을 두지 않았다. 올해부터 아르코예술극장을 ‘경연 및 축제용도’로, 대학로예술극장은 ‘개인 및 단체의 일반 공연 용도’로 나눠 대관 신청을 받으면서 아르코예술극장의 신청자격을 ‘최소 5년 이상 된 축제’란 조건을 충족하도록 했다.
장계환 예술위 극장운영부장은 “일반 공연과 축제간 대관 경쟁을 피하고자 극장을 용도별로 나눠 대관 공모를 받는 시범사업을 올해 준비하면서 10년간의 데이터를 뽑아보니 아르코예술극장의 경우 5년 이상 된 공연축제들이 주로 대관을 해왔다”면서 “이를 현실화해 공신력 있는 행사들에 대관 자격을 준 것일 뿐 신생 축제들의 진입을 막으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사태에 저항하는 연극제로 시작해 내년에 4회를 맞는 ‘권리장전’에 참여하는 한 극단 대표는 “협회 등에서 지원을 받지 않는 민간축제의 경우 축제의 의의와 성장 가능성 등을 봐야 하는데 예술위가 5년이란 진입장벽을 내세워 고리타분한 권위의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관 신청 자격을 두고 예술인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예술위는 “의도와 달리 현장과의 불필요한 마찰이 생겨 축제 기간을 명시한 조건을 없애는 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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