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호 대장 등 한국인 5명 히말라야 등반 중 숨져
“큰 별이 히말라야 등줄기에서 졌다 ”누리꾼들 애도
엄홍길 “새로운 루트 개척위해…충격적이고 가슴 아파”
김창호 대장. 한겨레 자료사진
“등산을 잘하고자 한다면 무념무상으로 잘 걷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지난 3월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다시 보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특별전’ 상영 뒤 관객과 만난 김창호 대장은 “등산을 잘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창호 대장은 국내 최초로 무산소 히말라야 8천m급 14좌 완등에 성공한 산악인이다. 어떤 생각도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산을 대하려는 그의 태도에 “인간으로서 존경하고 존중한다”는 관객들의 감상이 쏟아졌다. 강풍에 체감온도까지 뚝 떨어진 날씨에도 많은 이들이 산악영화에 열정을 보여준 것에 그는 고마워하며 관객과의 대화 내내 맑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런 그의 따뜻한 미소와 산을 사랑하는 마음을 더는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산악인은 물론, 산악인이 아닌 이들도 슬픔에 잠겨 있다. 지난 13일 새벽(현지시각) 그를 포함한 한국인 5명이 히말라야 다울라기리산 구르자히말 원정 도중 베이스캠프 부근에서 눈 폭풍에 휩쓸리며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에스엔에스)에는 안타깝다는 글이 끊이지 않는다. 김창호 대장이 이끄는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는 지난달 28일부터 45일 일정으로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 원정대는 김창호 대장을 포함해 유영직(51·장비 담당), 이재훈(24·식량·의료 담당), 임일진(49·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등으로 구성됐다.
그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는 한 누리꾼은 “인품도 산에 대한 열정도 존경스러운 분,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이야기도 쉬이 나오지 않는다”며 “오보이기를” 바랐고, 또 다른 누리꾼은 “큰 별이 결국 히말라야의 등줄기에서 졌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 산악인들의 가슴은 더 찢어진다. 엄홍길 대장은 13일 <와이티엔>(YT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너무도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일이다”며 아파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히말라야 산맥 다울라기리산 구르자히말에 대해 “산악인들도 등반을 잘 하지 않는, 고난도 지역으로 상당히 외진 곳이다. 김창호 대장하고 대원들이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그쪽을 정해서 갔다가 자연재해가 벌어지면서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한산학연맹도 “김창호 대장은 무산소 등정이나 신루트 개척을 통해 실험적인 등반을 해온 산악인으로 존경을 받아왔다. 안타깝고 참담하다”?고 밝혔다. 산악연맹은 13일 오후 대책본부를 꾸렸고, 아시안산악연맹도 대책회의를 열고 원정대 사고 수습에 나서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외교부 본부와 주네팔대사관은 사고신고 접수 즉시 재외국민보호대책반 및 현장대책반을 각각 구성했다"며 "네팔 경찰 당국과 베이스캠프 운영기관 등을 접촉해 사고 상황을 파악하고 시신 수습 및 운구 등 향후 진행사항에 대해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때 산악부에 들어가 등산을 배운 뒤 평생 산을 밟게 된 김창호 대장은 “등반의 테크닉을 익히면 전 지구상이 놀이터라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놀이터에서는 탈수현상은 물론이고, 목숨을 위협하는 대자연 등 곳곳에 위험이 도사렸다. 그는 2013년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가면서도 산에 오르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빙하의 끝은 어디일까, 산 너머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모퉁이를 돌면 어떤 길이 펼쳐질까 늘 궁금하다. 새로운 시공간이 주는 매력이 다시 산을 찾게 하는 힘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