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에 테리우스’ 속 소지섭. 문화방송 제공
“<미스터 션샤인>만 피하자”는 게 한동안 방송사 관계자들 사이 유행어였다. 드디어 끝났다. 약속이나 한 듯 새 드라마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불꽃처럼 살다간 ‘션샤인’들을 떠나보내지 못한 시청자 마음을 누가 보듬을까. 일단, 저마다 회심의 카드는 장착했다.
범죄에 맞선 영매와 사제,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물 ‘손 더 게스트’. 오시엔 제공
■ 의학, 영웅물, 호러…개성 살렸다! 조금 먼저 시작한 드라마들은 각자의 개성을 살렸다. <흉부외과>(에스비에스 수목 밤 10시)는 의학드라마이고, <손 더 게스트>(오시엔 수목 밤 11시)는 범죄에 맞선 영매와 사제,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곧 방영하는 <죽어도 좋아>(한국방송2 수목 밤 10시)는 현실 직장인 이야기를 다룬 오피스 격전기다. 익숙한 설정도 조금씩 비틀었다. <흉부외과>는 일반 병원에서 벌어지는 ‘사람 살리는 일’을 다루지만, 첫회에서 주인공 고수가 수술을 앞두고 대선 주자에게 이식할 심장을 들고 도망가면서 권력과 연관된 이야기로 번져나갈 것이란 암시를 했다. <배드 파파>(문화방송 월화 밤 10시)와 <여우각시별>(에스비에스 월화 밤 10시)은 평범한 사람의 특별함을 내세운 영웅물처럼 보인다. <배드 파파>는 좋은 아빠가 되려고 나쁜 인간이 되는 가장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약 부작용 때문에 순간적으로 힘이 세진 남자가 괴력을 이용해 버스사고에서 사람을 구한다. <여우각시별>은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남자 주인공의 오른팔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 날아오는 차도 오른팔로 막고, 쇠막대기도 오른팔로 막으며 희생을 막는다. 10년 전만 해도 드라마 피디들이 “한국에서도 슈퍼맨 같은 히어로 드라마를 만들고 싶지만, 비현실적이라 성공하기 힘들다”고 했는데, 이젠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 드라마 피디는 “여러 안타까운 사건들을 보면서 저런 비범한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스며든 것 같다”고 말했다.
■ 소지섭, 현빈…이름 값에 심쿵할 걸! 소지섭에 송승헌, 현빈, 김희선 등 드라마에서 유독 더 멋졌던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심쿵!<플레이어>(오시엔 토일 밤 10시20분)에서 사기꾼으로 나오는 송승헌은 입꼬리 살짝 올리며 웃는 모습으로 멋진 비주얼을 최대한 뽐낸다. 그는 전작 <블랙>에서 형사의 몸에 빙의한 저승사자로 나와 내내 검은 슈트를 입은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연기력 재발견이라고 호평받았는데 <플레이어>에서도 그 평가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다. 소지섭은 <내 뒤에 테리우스>(문화방송 수목 밤 10시)에서 국가정보원 요원으로 나온다. 시종일관 무표정하고 시크한 표정의 그가 앞집 베이비시터로 들어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 자체가 재미있다.
12월 방영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출연하는 현빈. 티브이엔 제공.
<내 이름은 김삼순>부터 <시크릿 가든>까지 나오는 드라마마다 ‘현빈의 시대’를 이끌었던 현빈은 12월 방송하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또 한번 ‘내가 현빈이다’를 외친다. 천부적인 게임개발 능력을 가진 공학박사 출신이자 귀신같은 촉을 지닌 투자회사 대표 유진우로 나온다. <더블유> 홍재정 작가와 <비밀의 숲> 안길호 피디의 만남도 관전포인트다. 서인국은 기무라 다쿠야에 빙의된다. 기무라 다쿠야가 나왔던 일본 인기드라마를 리메이크해 3일 첫 방영되는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티브이엔 수목 밤 9시30분)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의문의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다룬 드라마다.
<품위있는 그녀>로 또 다른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김희선은 6일 시작하는 <나인룸>(티브이엔, 토일 밤 9시)에서 김해숙과 연기대결을 펼친다. 희대의 악녀 사형수 장화사(김해숙) 운명이 바뀐 변호사 을지해이(김희선), 운명의 열쇠를 쥔 남자 기유진(김영광)의 인생리셋 복수극이다.
19년만에 한국드라마로 돌아온 ‘미스 마, 복수의 여신’ 속 김윤진
■ 반가움에 관심도 상승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은 그 자체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김윤진이 <유정>(1992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 드라마에 출연한다. 6일 시작하는 <미스 마, 복수의 여신>(에스비에스 토 밤 9시5분)에서 딸을 죽인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딸을 죽인 진범을 찾는 미스 마로 나온다. 추리 소설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서 ‘미스 마플’ 캐릭터의 이야기만 모아서 드라마화했다. 딸 살해 사건을 조사하면서, 셜록 홈즈에 가까운 추리력으로 매회 마을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해결하는 재미도 곁들인다. 김윤진은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배우인데도 티브이 대표작이 없는 게 아쉬웠다. 이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어 김윤진의 티브이 대표작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스 마, 복수의 여신> 후속으로 12월 방송하는 엇갈리는 네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격정 멜로 <운명과 분노>(에스비에스)에는 이민정이 나온다. 2016년 <돌아와요 아저씨>(에스비에스) 이후 2년 5개월만이다. 8일 시작하는 <최고의 이혼>(한국방송2)은 패션 아이콘 배두나가 사소한 일로 남편과 지지고 볶다가 이혼하는 현실 주부로 변신한다. 결혼은 정말 사랑의 완성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사랑과 결혼, 가족에 대한 남녀의 생각 차이를 드러낸다. 배두나는 생얼로 머리도 풀어헤치며 열연한다. 신하균은 영국 비비시 드라마 <루터>를 리메이크하는 <나쁜 형사>(문화방송 월화 밤 10시)에서 정의감 넘치는 형사 우태석으로 나오고, 박용우도 11월 방송하는 구마사제와 의사가 악에 맞서는 <프리스트>(오시엔 토일 밤 10시20분)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나온다. 2015년 2부작 <인생 추적자 이재구>에 나온 적은 있지만, 장편은 2012년 <내 사랑 나비부인> 이후 6년 만이다.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가는 행동파 사제 문기선(베드로)로 나온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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