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왼쪽)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열린 듀오 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46살 나이 차이가 무색한 ‘찰떡 호흡’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0)와 피아니스트 조성진(24)이 <정경화&조성진 듀오 콘서트>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1일 경기 고양에서 첫 협연을 시작해 구리·진주·여수·강릉을 거친 이들의 공연엔 “역시 정경화, 조성진”이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11~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만 남겨둔 두 사람을 1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났다.
둘의 인연은 조성진이 2015년 쇼팽콩쿠르 우승을 하기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경화는 음악에선 엄격한 동생인 정명훈 지휘자가 칭찬해 조성진을 만나보곤 다음 해 진주와 과천에서 열린 독주회에서 바로 협연했다. 조성진이 고3이 된 해였다. 정경화는 “어릴 땐 몰랐는데 칠십 평생을 공연하다 보니 협연하는 피아니스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지금껏 기억에 남는 피아니스트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조성진이 그 중 한명”이라고 극찬했다.
불같은 정경화와 차분한 조성진은 성격이 다르지만 연주 스타일에서 비슷한 부분도 있다. 정경화는 “난 연주회를 집중해서 준비하지만 무대에서 즉흥적인 것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성진이가 (잘 받쳐주면서) 무대를 창조적으로 만들어줘 같이 활동하면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음악적 고민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청하는 멘토 중 한 명이 정경화라고 소개한 조성진 역시 “저도 무대에서 연습과 똑같이 반복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잘 맞아 기뻤다”고 말했다.
6년 만에 다시 협연무대를 가진 이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은 슈만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1번’,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7번’,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등 4곡이다. 정경화는 “슈만, 베토벤, 프랑크의 곡은 모두 달라 연주하기가 힘든데 그마저 즉흥적으로도 많이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다섯 번의 공연이 모두 달랐을 거다. 남은 두 차례 공연도 그래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오는 12월 정명훈 지휘자와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 설립 120주년 기념공연도 예정돼있다. 정트리오(정명화, 정경화, 정명훈) 중 두 명과 잇따라 공연을 하게 된 조성진은 “교과서에서 뵀던 클래식 음악사 1세대 선생님들과 연주하는 게 큰 영광이다. 파리에서 유학할 때 유명하다고 하는 아티스트랑 연주하고 실망한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들은 너무 잘하신다”고 수줍게 말했다. 이에 정경화가 “칭찬인 거냐”라며 말을 받아 간담회장엔 웃음이 터졌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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