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공연무대의 피할 수 없는 사고들
예술의전당 오페라 <코지 판 투테> 무대장치 고장
30분 공연 멈췄지만 적절한 사후조처로 관객 이해
망가진 피아노 교체되는 순간까지 친 피아니스트
재치있는 관객 서비스에 갈채 받아
죽는 장면 연기한 뒤 퇴장 후 숨진 배우 임홍식
관객들에게 큰 충격 안기기도
9일 무대장치 고장으로 공연이 잠시 중단됐던 오페라 <코지 판 투테>. 국립오페라단 제공
무대 위 공연은 매일이 생방송이다. 완벽하게 준비해도 예측 못 한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막을 올린 오페라 <코지 판 투테>도 그랬다. 국립오페라단이 17년 만에 정기공연으로 선보인 <코지 판 투테>는 모차르트의 3대 오페라 부파(희극오페라) 중 하나다.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의 성공에 이어 모차르트가 남긴 마지막 코믹 오페라다. 나이 많고 부유한 철학자 돈 알폰소가 두 청년에게 약혼녀들의 사랑을 시험해보자는 내기를 부추기며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다. 18세기 나폴리가 배경인 원작과는 달리 1950년대 어느 도시의 럭셔리 부티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유쾌한 연애사기 소동으로 각색한 만큼 무대는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사고는 2막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벌어졌다. 두 약혼녀가 다른 남자들의 유혹에 넘어갈 무렵 무대에 막이 내려지더니 객석이 환해졌다. 이어 무대감독이 “무대장치가 고장 나 10분간 휴식하겠다”며 양해를 구하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객석이 술렁였다. 하지만 공연은 약속된 시간에도 재개되지 못했다. 한 차례 더 양해방송이 나왔고, 휴식시간이 30분 가까이 지난 밤 10시10분에야 공연은 다시 시작됐다.
공연 흐름은 끊겼지만 관객들은 차분했다. 몇몇 관객이 이미 자리를 비웠으나 항의하는 고성은 들리지 않았다. 공연이 재개됐을 때 관객들은 무대를 향해 힘찬 박수를 보냈다. 역시나 당황했을 오페라 가수들도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공연이 끝난 뒤 국립오페라단과 예술의전당의 사고처리도 빨랐다. 공연 시간 초과로 인한 귀가 불편, 주차비 추가 정산 문제를 고려해 티켓 전액 환불 조치, 주차 무료 출차를 신속하게 방송으로 안내했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부티크의 두 개의 방을 이어 붙여 옆으로 밀어가며 사용했는데 이동장치가 고장 나 끝내 고치지 못했다”면서 “수차례 리허설에서도 문제가 없었는데 사고가 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2015년 5월29일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지휘자가 정기연주회 도중 쓰러지자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YTN 뉴스 캡쳐.
막을 수 없는 사고라면 사고 그 이후의 조처가 중요하다. 3년 전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 중 앙코르 공연에서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대 위 연주자들이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사이 객석에 있던 한 의사와 몇몇 청중이 재빨리 올라가 심폐소생술로 지휘자의 목숨을 건졌다. 관객들의 침착한 대응이 생명을 구한 사건으로 화제가 됐었다.
2015년에 국립극단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 공손저구 역으로 출연했던 임홍식 배우는 자신의 출연분량을 모두 연기하고 퇴장한 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세가 와 세상을 떠났다. 당시 공연을 봤던 한 관객은 “임 배우가 죽으며 퇴장하는 장면에서 너무 사실적이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는데 다음날 사망했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고 말했다. 출연배우들이 무대 뒤에서 임 배우가 쓰러진 뒤에도 동요하지 않고 공연을 끝냄으로써 이날 공연을 본 관객들은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던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브라질의 유명 피아니스트 엘리아네 로드리게스는 2016년에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한 공연장에서 고장 난 피아노를 교체하는 사이에도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연주를 이어가 화제가 됐다. 유튜브 영상 캡쳐.
사고가 때론 즐거운 이벤트가 되기도 한다. 브라질의 유명 피아니스트 엘리아네 로드리게스는 2년 전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한 공연장에서 연주하다 피아노가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페달 중 하나가 튀어나와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자 그는 공연을 중단한 뒤 피아노 교체를 요구했다. 그 사이 지루해할 관객들을 위해 그는 고장 난 피아노를 갖고 연주를 계속했다. 스태프들이 피아노를 구석으로 밀고 무대 아래로 내리고, 다시 새 피아노로 교체해 공연이 재개될 때까지 그의 손은 피아노를 따라 움직이며 계속 피아노를 쳤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 공연의 영상을 보면 관객들이 얼마나 즐거워하는 지 확인할 수 있다. 사고가 나더라도 공연관계자들의 신속하고 확실한 수습과 관객의 넓은 아량이 있다면 그 또한 즐거운 에피소드로 넘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