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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사할린서 26년 만에 만난 남북예술단…합동공연은 무산

등록 2018-08-18 21:32수정 2018-08-18 22:39

사할린 강제징용 80주년 기리는 공연에
남쪽 국립국악원, 북쪽 통일예술단 참여
북쪽의 합의되지 않은 체제선전 노래에
함께 부르기로 한 ’아리랑’ 북 홀로 불러
18일 러시아 사할린 ‘러시아는 나의 역사박물관’ 앞 광장에서 사할린 동포 강제징용 80주년을 기리는 공연이 열렸다. 국립국악원 제공
18일 러시아 사할린 ‘러시아는 나의 역사박물관’ 앞 광장에서 사할린 동포 강제징용 80주년을 기리는 공연이 열렸다. 국립국악원 제공
지난 4월 ‘판문점 선언’ 이후 첫 남북예술단의 합동공연으로 기대를 모았던 러시아 사할린에서의 광복절 행사가 북측의 체제선전 노래 탓에 남북 각자의 공연만 이뤄진 채 아쉬움 속에 끝났다.

18일 오전 러시아 사할린에 위치한 ‘러시아는 나의 역사 박물관’ 앞 광장에서 사할린 동포 강제징용 80주년을 기리는 공연이 열렸다. 사할린주한인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남측에선 국립국악원이, 북측에선 삼지연·모란봉 악단 소속 공연단으로 꾸려진 ‘통일음악단’이 참여했다. 1992년 남북 대중가수들이 참가했던 ‘통일예술축제’ 이후 사할린에서 26년 만에 열리는 남북합동공연으로 약 5천여명의 군중이 공연장 앞을 가득 채웠다.

18일 러시아 사할린 ‘러시아는 나의 역사 박물관’ 앞 광장에서 사할린 동포 강제징용 80주년을 기리는 공연이 열렸다. 사진은 국립남도국악원의 판굿 공연. 국립국악원 제공
18일 러시아 사할린 ‘러시아는 나의 역사 박물관’ 앞 광장에서 사할린 동포 강제징용 80주년을 기리는 공연이 열렸다. 사진은 국립남도국악원의 판굿 공연. 국립국악원 제공
공연의 첫 문은 국립남도국악원과 현지 에트노스예술학교 학생들의 흥겨운 ‘길놀이’로 시작됐다. 이어 국립국악원의 ‘서도소리’, 국립남도국악원의 신명나는 ‘판굿’과 ‘진도 북춤’이 흥을 돋웠다. 북측도 북한 노래를 비롯해 전통 민요와 러시아 노래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주최쪽과 합의되지 않았던 체제 선전 노래가 다수 나오면서 공연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국립국악원 관계자는 “오전 리허설 때에는 문제가 없었고, 남북이 공연 마지막에 함께 부를 ‘아리랑’도 같이 연습했었다”면서 “예상치 못한 북한 노래로 남북합동무대였던 ‘아리랑’은 북측 홀로 불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측에 이의를 제기하자 남한에서 하는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남측과 협의할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취지의 대답을 들었다”고도 전했다. 사할린한인회쪽은 북측의 공연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항의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18일 러시아 사할린 ‘러시아는 나의 역사 박물관’ 앞 광장에서 북한 통일예술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18일 러시아 사할린 ‘러시아는 나의 역사 박물관’ 앞 광장에서 북한 통일예술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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