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 이어서 그룹 퀸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4집 <어 나이트 앳 디 오페라>를 발매하면서 퀸은 영국을 넘어 세계적인 록밴드로 부상한다. 이 음반 하나만으로도 몇 페이지는 할 이야기가 넘치지만 짧게 정리해보겠다. 먼저 이 음반은 어쩌다 우연히 탄생한 명반이 아니라 치밀하고 집요하게 밀어붙인 확신의 결과다. 이를테면, 베를린 필하모닉이라도 동원했나 싶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웅장한 코러스 파트는 베이시스트 존 디컨을 제외한 멤버 셋이 70시간 넘게 180번의 오버더빙을 한 결과다. 음반 표지는 프레디 머큐리가 직접 멤버들의 별자리를 일러스트로 그려 만들었으며, 수록곡들은 멤버 네 명이 모두 골고루 작곡했다. 그리고 모두 히트했다. 여담이지만, 퀸은 멤버 전원이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유일한 그룹이기도 하다.
발매 당시에도 음반의 반향은 엄청났고 40년도 더 지난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수없이 차트 역주행을 했는데 프레디 머큐리가 죽은 뒤에만 5주 동안 음반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올 연말 퀸의 전기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되면 또 역주행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오른 것은 물론이며, 퀸이 활동하던 시절에 무척이나 그들을 평가절하했던 미국 음악잡지 <롤링 스톤즈>조차 이 음반을 최고의 명반 10선에 올려두었다.
‘보헤미안 랩소디’에 얽힌 잘 안 알려진 여담 몇 가지. 팝 역사상 최초의 뮤직비디오(1975)라고 꼽아도 무방한 이 노래의 유튜브 조회 수는 무려 6억 뷰. 80년대 이전 노래 중에서는 압도적인 1위란다. 제목이 너무나도 근사한데 노래 속에는 제목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갈릴레오’, ‘맘마미아’라는 후렴구가 제목처럼 계속 반복된다. 그런데 하필 영국 차트 1위를 무려 10주 동안 독식하던 이 노래를 끌어내리고 1위를 차지한 노래가 아바의 ‘맘마미아’다. 소름. 큭큭.
‘보헤미안 랩소디’ 외에도 꼭 들을 만한 노래가 너무 많다. 존 디컨이 작곡한 히트곡 ‘유어 마이 베스트 프렌드’, 브라이언 메이의 노래 ‘39’ 등등.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길 권유한다. 놀랍게도 음반을 여는 첫 곡은 쌍욕으로 가득한 섬뜩한 노래 ‘데쓰 온 투 레그스’다. 당연히 80년대에는 첫 곡부터 ‘보헤미안 랩소디’까지 다 금지곡이었다. “넌 거머리처럼 내 피나 빨아먹지”로 시작하는데 말 다했지. 난 이 음반에서 이 노래를 제일 좋아한다. 지금도 듣고 있다. 귀가 터질 것 같은 볼륨으로. 귀르가즘이라고 들어보셨나?
그리고 불멸의 러브송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도 이 음반에 있다. 여기서 프레디 머큐리의 사랑과 성적 취향에 대해 잠시 짚어보자. 그는 대학 시절부터 양성애 성향을 숨기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의 성적 취향은 초창기부터 퀸의 음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는데, 게이 클럽이나 트랜스젠더 쇼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의상과 분장은 물론이고, 음악적으로도 글램록의 영향을 받은 곡들이 꽤나 있다. 초창기 무대에서 특히 심했던 괴이한 타이츠 복장들을 다른 멤버들이 순순히 입어준 걸 보면 프레디의 리더십이 보통이 아니었던 듯.
그의 성생활이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아주 오랫동안 서로 헌신적이었던 동성 연인이 있었다. 짐 허턴이라는 이름의 미용사인데, 정원사라는 설도 있다. 여하튼 그들은 1983년에 만나 사랑에 빠진 후 1991년에 프레디가 죽을 때까지 연인이었으며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짐 역시 프레디와 비슷한 시기에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았으나 프레디보다 무려 20년을 더 살았다.
그렇다면 눈물 나게 아름다운 발라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도 동성 연인 짐 허턴에게 바치는 노래일까? 그렇지 않다. 그를 만나기 전에 발표한 노래다. 이 노래의 주인공은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의 소개로 만나 동거까지 했던 여성 메리 오스틴이다. 동거 기간 중에 프레디가 다른 남자들과 불륜을 저지른 사실이 불거지며 헤어졌으나 평생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프레디는 나중에 다른 남자 사이에서 낳은 메리의 두 아이에게 대부가 되어주었으며 훗날 프레디와 사귀던 애인들 중에 메리와의 우정을 질투해 헤어진 사람들도 꽤 있었다는 후문이다. 임종 후 그가 살던 영국 런던의 대저택을 메리에게 선물로 상속해준 걸 보면 말 다했지. 사랑꾼 프레디. 당신은 대체…, 정말 이런 삶도 있구나 싶다.
이토록 할 이야기가 많은 4집 음반 <어 나이트 앳 디 오페라>의 대성공으로 퀸의 멤버들은 엄청난 재산을 모으고, 슈퍼스타의 반열에 오른다. 제목부터 재킷 디자인까지 비슷해서 쌍둥이 음반으로 불리는 5집 음반도 대성공. 우리가 퀸의 라이브 공연 영상으로 자주 보던, 관객들이 끝없이 펼쳐진 초대형 공연장의 모습도 이즈음부터 등장한다. 다음 화에 계속. 에스비에스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