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싱가포르 에스플러네드 극장에서 열린 영화 <스타워즈> 필름콘서트의 한 장면. 디즈니콘서트 제공
“빰~바~ 바바바바~밤 바바바바~밤 바바바밤~.”
1일 서울 서초구 한 건물 지하에서 영화 <스타워즈>의 ‘메인 테마’ 음악이 흘러나왔다. 3~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스타워즈 인 콘서트-새로운 희망>의 오케스트라 리허설 현장이다.
이 공연은 1977년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을 클래식 전용홀의 대형스크린으로 보면서 음악은 오케스트라 연주로 듣는 ‘필름콘서트’다. 백윤학의 지휘로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백 지휘자는 “러닝타임 1시간반 가량 약 70인조 오케스트라가 짧게는 1분짜리부터 길게는 4~5분짜리까지 30여곡의 영화 삽입곡을 연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필름콘서트는 영화 장면에 맞춰 음악을 연주하기 때문에 정확성이 매우 중요하다. 백 지휘자는 “기존 공연은 연주자의 컨디션이나 성악가의 호흡 등을 보며 서로 속도를 맞춰 갈 수 있는데 영화는 연주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면서 “예전에 ‘펌프’라는 오락실게임이 음악에 맞춰 화살표를 밟던 것처럼 보면대 위에 메트로놈 박자가 표시된 영상을 올려놓고 보면서 연주를 한다”고 말했다.
<스타워즈>는 영화음악 거장 존 윌리엄스가 음악을 맡아 지금까지 사랑받는 영화다. “영화는 몰라도 이 영화음악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할 만큼 메인 테마는 트럼펫을 포함한 금관악기의 연주가 강렬한 곡이다. 2005년 미국영화연구소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음악’으로 꼽기도 했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 악단도 <스타워즈>를 레퍼토리로 필름콘서트를 했다”고 말했다.
1일 서울 서초구 한 건물 지하에서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스타워즈 인 콘서트>의 리허설을 하고 있다. 김미영 기자
2010년대 들어 줄어드는 클래식 관객을 잡기 위한 방편으로 시작했다가 아예 새로운 장르가 된 필름콘서트는 국내에서도 꾸준히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유명 애니메이션의 주요 장면과 인기 음악을 골라 들려주는 <디즈니 인 콘서트> <픽사 인 콘서트>가 매년 가족 콘서트로 자리 잡았고, <스타워즈>처럼 영화 한 편의 음악을 오롯이 즐기는 콘서트도 에스에프(SF)·호러·무성 영화 등 장르를 넓히며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2016년엔 영화 <와호장룡>으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음악상을 받은 중국 영화음악가 탄둔의 ‘무협영화 3부작’, 무성 영화 <오페라의 유령>에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인 데이비드 브릭스의 즉흥연주를 더한 ‘무성영화 클래식’ 등이 호평을 받았고, 지난해엔 영화 <라라랜드 인 콘서트>가 3회 공연이 매진돼 공연을 1회 추가하기도 했다.
필름콘서트는 전형적인 클래식 공연에서 더 나아가 대중과의 접점을 모색하려는 시도 중 하나다. 한 오케스트라 관계자는 “영화와 음악이 결합한 대중적인 레퍼토리를 넘어 실감나는 영상과 웅장한 사운드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연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진일보한 공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픽사 인 콘서트> 장면 중 하나. 크레디아 제공
필름콘서트는 올해도 줄줄이 잡혀있다. 미국과 일본의 애니메이션 명곡을 모은 ‘애니메이션 OST 어벤져스 페스티벌’(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선 65인조 오케스트라가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 슈퍼히어로 테마곡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웃집 토토로> 등을 들려준다. 오는 9월9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디즈니 인 콘서트>는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등의 고정 레퍼토리에 올해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코코>를 추가했다. 롯데콘서트홀은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 디스턴트 월드>(9월15~16일), 존 윌리엄스와 함께 양대 영화음악 거장으로 꼽히는 한스 짐머(영화 <라이온 킹> <글래디에이터> 등 음악 작곡)의 음악을 즐기는 <존 윌리엄스 VS 한스 짐머>(12월2일)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