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말까지 135편…해마다 늘어
방영시간도 90분까지 늘어나
현장 스태프 장시간노동 불가피
제작 총량·방영시간 줄여야
새 노동시간 준수 가능해져
중간광고 줄어 방송사 설득 과제
방영시간도 90분까지 늘어나
현장 스태프 장시간노동 불가피
제작 총량·방영시간 줄여야
새 노동시간 준수 가능해져
중간광고 줄어 방송사 설득 과제
드라마 폭발시대다. <한겨레>가 지상파·케이블방송·종합편성채널을 살펴보니 올해 제작되는 드라마는 연말까지 대략 135편인 것으로 집계됐다. 과열경쟁 속에서 드라마의 질 하락도 문제지만, 방송 제작환경 중 가장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악명높은 장르인 드라마가 폭증하는 것은 내년 7월1일 방송사에 전면 도입되는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방송계에선 ‘드라마 다이어트’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한해 135편? 폭증한 드라마 ‘135편’이란 숫자는 지상파 3사와 <티브이엔>(tvN), <오시엔>(OCN),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만을 집계한 것으로 다른 케이블채널과 웹드라마를 합치면 훨씬 많다. 1991년 약 40개였던 드라마는 <티브이엔>이 개국하고 외주 제작이 탄력받은 2006년 약 64개로 증가했다가 종편까지 가세하면서 2012년에는 약 79개가 됐고, 2014년 드디어 100개를 넘어섰다. 방송사들은 시청률과 광고 수익을 위해 60분이던 방영 시간을 72분, 80분 등 입맛대로 늘렸고, <겨울연가>(2002년) 같은 ‘한류 대박’을 기대하며 드라마를 기하급수적으로 뽑아냈다. <문화방송>(MBC)이 지난 4월 <역류>를 끝으로 아침드라마를 폐지하는 등 지상파 3사에선 드라마를 줄이는 흐름이지만, 케이블과 종편이 올해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전체량은 계속 늘고 있다. 종편 4사가 개국 초기 이후 올해 처음으로 모두 드라마를 편성했고, <오시엔>이 9월 수목드라마를 만든다. ㄱ피디는 “채널 존재감을 높이기 좋고, 그중에 하나만 터져도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분석했다. 이런 드라마 홍수 속에서도 현재 방영 중인 작품 중 미니시리즈를 기준으로 시청률 10%(닐슨코리아 집계)를 넘긴 것은 <미스터 션샤인> 뿐이다.
■ 제작 총량·방영 시간 줄이기 ‘52시간 첫걸음’ ‘주52시간’을 1년 앞둔 현재 드라마 제작 현장의 변화는 거의 없다. ㄴ피디는 “현장에서는 1년간 변화를 모색한다는 게 아니라 1년은 더 빡세게 돌려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노동부는 방송사들이 알아서 하겠지하고 내버려둘 게 아니라 유예기간 동안 관리 감독을 해나가며 긴장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사전제작제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현장에선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ㄴ피디는 “촬영 기간이 무한정 길어지니 배우도, 제작사도, 작가도, 스태프들도 원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사전제작이라는 이유로 출연을 거부한 배우도 있었다”며 ‘반사전제작’이나, ‘대본 사전 제작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ㄷ피디는 “‘대본이라도 사전에 모두 나오면 연출이 드라마 전체를 파악할 수 있으니 먼 곳에 갈 경우 필요한 컷을 모두 촬영해올 수 있어 시간과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총량을 줄이는 게 ‘주 52시간’의 첫걸음이 될 수 있지만,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방영 시간 줄이기’다. 본래 60분(광고 포함)이던 드라마 방영 시간은 광고 포함 시간을 기준으로 2006년 70분에서, 2008년 80분까지 찍더니 올해 <나의 아저씨> <미스터 션샤인> 등에서 90분까지 늘어났다. “타사보다 5~10분 먼저 시작하고, 10분 더 내보내 전체 시청률을 올리고, 더 많은 광고를 붙이려는 꼼수”(ㄷ피디)였다. ㄴ피디는 “보통 하루에 촬영할 수 있는 분량이 10~15분인데, 방송 시간이 늘어나면 일정이 더 빡빡해진다. 1주일에 20시간 잔 적도 있다”며 “방송 중반에 접어들면 A·B팀으로 나눠 두 팀이 각각 5~6일씩 촬영한다”고 말했다.
출혈 경쟁이 심해지자 지상파 3사는 2008년 방영 시간을 광고 포함 72분 이내로 합의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고, 2013년 다시 67분으로 합의했다가 최근 ‘주52시간’을 앞두고 7월1일부터 60분을 넘기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전 72분과 67분은 광고 포함이고, 지금은 광고를 제외한 방영 시간이기 때문에 그다지 차이가 없다. ㄷ피디는 “보통 광고가 편성 시간 대비 최대 10%인데 최근에 광고가 다 붙는 경우가 거의 없어 순수 드라마 방영 시간은 65분 정도였다”며 “지금의 광고 뺀 현재 60분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5분 남짓 줄어드는 정도로는 현장 노동강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강도를 줄이려면 광고를 제외하고 편당 45~50분으로 맞춰야 한다고 제작진은 입을 모은다. ㄹ피디는 “15분~20분 차이 나면 주 2회니 1주일에 30~40분 줄어드니 촬영시간이 크게 단축된다”고 말했다.
다만, 방송 분량 다이어트는 현재 중간광고가 허용된 케이블·종편채널에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중간광고는 방송법 시행령 59조에 따라 방영 시간 45분~60분 미만 1번, 60분~90분 미만 2번, 90분~120분 미만이면 3번 내보낼 수 있다. ㅁ피디는 “지상파들이 드라마 방영 시간 마지노선을 60분으로 잡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며 “‘주52시간’이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을 개선할 기회인만큼 서로 머리를 맞대 한국 실정에 맞는 현실적인 시스템을 고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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