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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돌아오라 월급에 저당잡힌 꿈들이여

등록 2018-06-15 05:00수정 2018-06-15 12:35

직장생활 애환 담은 공연 2편

언젠간 나아지겠지…뮤지컬 ‘6시 퇴근’
‘해체 위기’ 제과회사 홍보2팀
록밴드 만들어 직접 프로모션
고단함 찌든 공감 100% 인물들
신명나는 연주로 스트레스 탈출

실직이 두려운 사슴들…연극 ‘뿔’
사내 정치 위에 몰린 직원들
워크숍서 사슴 만난 뒤 ‘호접몽’
‘전쟁같은 일상’ 압박감 그리며
인간으로서의 본질·희망 이야기
‘직장인이 되는 게 꿈’인 시절은 잠깐이고 ‘직장을 관두는 게 꿈’이 되는 직장생활. 오늘도 많은 직장인이 비참해도 참고, 치사해도 참는다. 일본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에는 이런 노래가 나온다. “월요일은 죽고 싶다. 화요일은 화가 난다. 수요일은 숨 막힌다. 목요일은 하루만 더. 금요일은 금방 간다. 토요일은 봉인해제. 일요일은 죽기 직전.” 직장인들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노랫말엔 직장생활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직장생활의 애환을 그린 공연 두 편이 대학로에서 관객을 끌고 있다. 연극 <뿔>과 뮤지컬 <6시 퇴근>이다. 극 중 배우들이 나 같아 코끝 찡하다가도 공연장을 나설 때면 “내일도 아자, 아자!” 힘 나게 위로해주는 공연들이다.

뮤지컬 <6시 퇴근>. 컬처버스 제공
뮤지컬 <6시 퇴근>. 컬처버스 제공
■ 잊었던 나를 찾는 이야기…뮤지컬 <6시 퇴근> <6시 퇴근>은 직장인의 애환과 숨겨진 열정을 직장인 밴드라는 소재로 유쾌하게 풀어낸 뮤지컬이다. 제과회사 애프터눈의 홍보 2팀에게 어느 날 특명이 떨어진다. 잊혀져가는 상품인 ‘가을달빵’의 매출을 30일 동안 200% 신장시킬 전략을 짜라는 것. 매출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팀을 해체하겠다는 통보에 팀원들은 동요한다. 회의 끝에 이들은 록밴드 ‘6시 퇴근’을 만들어 직접 홍보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던 비정규직 사원, 여행작가가 되고 싶은 대리, 쌍둥이 아빠인 과장, 싱글맘인 주임, 인턴사원, 기러기 아빠인 부장 등의 잊힌 꿈과 직장생활의 고단함이 녹아난다.

뮤지컬은 생활밀착형 대사와 노랫말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사 가듯 2년마다 바뀌는 내 직장/ 오래된 비정규직 생활이 이젠 꽤 익숙해/ 언젠가는, 나아진다 믿으며, 힘차게 출근을 한다”(비정규직 사원) “꾹 참고 버텨온 이십년 회사생활/ 까라면 깠었고 하라면 해왔었지/ 이제는 진짜 잘릴 때가 된 것인가”(부장) “지옥철에만 타면 온몸이 아픈 것 같지만/ 취준생일 때보단 훨씬 행복한 아침/ 날 혼자 키운 할머니 위해, 힘차게 출근을 한다”(인턴사원)

<6시 퇴근>은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배워 라이브 연주를 들려주며 신명 나는 분위기를 이끈다. 공연 중간중간 직장인 밴드 ‘6시 퇴근’이 에스엔에스(SNS) 라이브 방송을 하고 프로모션 행사를 다니는 장면에서 관객이 극에 참여할 수 있어 극의 몰입을 돕는다. 공연의 백미는 커튼콜 이후에 드러난다. 실제 밴드뮤지션으로 활동 중인 고유진(플라워), 박웅(EVE)을 중심으로 이번 공연을 위해 악기를 배운 배우들이 약 20여분간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무대를 선사한다. 200여석의 소극장이 발 구르는 관객들로 들썩인다. 극 중 완벽주의자 대리로 출연하는 배우이자 제작을 맡은 유환웅 프로듀서는 “잃어버린 반짝이던 시절의 빛도 찾고, 손뼉 치고 환호하며 일상의 스트레스도 날려버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7월29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

연극 <뿔>. 피알엠 제공
연극 <뿔>. 피알엠 제공
■ 실직의 두려움 ‘사슴뿔’에 비유한 연극 <뿔> 김과장(이기돈), 이부장(이남희), 안대리(안창현)는 인사평가를 앞두고 사슴농장에 1박 2일 워크숍을 간다. 그 날은 마침 1년에 한 번 있는 사슴뿔 자르는 날이다. 사내 정치에서 위기상황에 놓인 김과장은 이날 이부장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눌려 술에 잔뜩 취한다. 이윽고 쓰러진 김과장의 꿈속 환상이 시작된다. 자신이 뿔 잘릴 위기에 놓인 사슴이 돼 생체실험실 같은 곳에 누워있다. 그곳에서 직장 동료들은 그의 손발톱을 뽑아내고, 살을 베어 먹으며 직장생활의 태도를 가르친다. 남을 짓밟고 일어서는 생존법칙 앞에 “셋이서 할 일을 혼자 하고, 매일 밤새워 일했다”는 김과장의 호소는 공허하게 흩어진다. ‘적응력 갑’인 안대리도 꿈을 꾼다. 사슴의 두려움 가득한 눈은 아침마다 술을 깨느라 찬물을 뒤집어쓰고 쳐다보던 거울 속 자신의 눈과 닮았다. 권력을 가진 이부장도 꿈을 꾼다. “조직생활 10~20년 쌓이면 놀랄 일도 없어. 어떤 날은 모이 물어다 주고, 어떤 날은 낭떠러지에서 밀어야 하지”라는 그가 신입사원 시절로 돌아가 있다. 중년의 몸에 사슴 머리가 얹어져 있고 부하 직원들이 상사가 돼 있다.

<뿔>은 전쟁 같은 일상에서 받은 상처와 강박감이 만들어낸 ‘현실 같은 꿈’, ‘꿈같은 현실’을 무대 위에 그려낸다. 가슴 속에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뿔이 잘릴까 두려워하는 사슴에 대입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실직의 두려움에 평가점수를 애걸하는 김과장의 슬픈 눈은 공연장을 벗어나서도 가슴을 묵직하게 누른다. 대본을 쓴 정소정 작가는 “냉혹한 현실 안에서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지킬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는 한편 그래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17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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