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한 개그를 살려라! <한국방송>(KBS)이 2년 만에 코미디언 공채를 진행한다. <한국방송> 쪽은 ‘2018 신인 코미디 연기자’를 공개 모집한다고 밝혔다. 11~15일 <한국방송> 채용 누리집에서 온라인 접수를 받고, 1차 서류 전형, 2차 실기와 면접, 3차 최종 면접을 거쳐 약 10명 정도 뽑는다. 선발된 이들은 <한국방송>과 1년 전속 계약을 맺고 활동한다.
<한국방송>은 지난해 코미디언을 뽑지 않았다. 이번 공채 선발은 침체한 개그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의지로 보인다. 개그 전성기를 이끌었던 <개그콘서트>는 요즘 별다른 화제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김대희, 신봉선, 강유미 등 선배들을 대거 출연시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최근 시청률이 5%(닐슨코리아 집계)까지 떨어졌다. 화제를 모으는 꼭지나 유행어도 없고, 스타도 나오지 않는다. 유튜브 등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짤방’이 유행하는 등 짧은 개그가 익숙해진 환경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젊은 피 수혈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안팎으로 관심이 쏠린다. 양혁 피디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코미디 시장이 줄어든 상황에서, 신인 공채를 통해 동력을 얻으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혜성 같은 신인의 등장도 기대한다. 한 코미디언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영상을 보며 자란 세대들이 들어오면 발상 자체가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방송> 공채 소식에 지망생들도 들떴다. 지상파와 케이블채널을 통틀어 공채 코미디언을 뽑는 곳은 <한국방송>과 <에스비에스>(SBS) 였다. <티브이엔>(tvN)은 가끔 특채로 선발한다. <문화방송>은 없어진 지 오래됐다. 그런데 <에스비에스>마저 지난해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폐지한 이후 공채를 뽑지 않고 있다. <한국방송>에서도 공채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한 코미디언 지망생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공채를 뽑는다는 소식에 눈물까지 났다. 오랜만의 공채라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이지만, 꿈을 이룰 기회가 다시 온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2016년 <에스비에스> 공채에는 800명이 지원했다. 이번 공채에는 더 많은 이들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지망생들은 코미디언이 되려고 대학에서 전공하거나 대학로 극단에서 오랜 세월 활동해왔다. 오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 소극장 무대에 서는 이들이 많다. 지망생들은 “참담한 현실에 다른 길을 찾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되더라”고 했다. “남을 웃기고 싶다”는 열정 때문이다. 설 자리가 줄어도 그들의 열정은 식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코미디언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코미디 공채가 꾸준하게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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