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어떤 일을 겪은 걸까. 장재인의 신곡 ‘서울 느와르’를 들으면 그의 지난날이 궁금해진다. ‘흘리듯 던진 말은 나를 쏴버리곤 해’ ‘스치듯 남는 사람 관계 다 허무해’ 같은 가사들이 “지난 8년간 서울 생활을 하면서 느낀 실제 감정들”이라니. “성장통을 겪었어요. 특히 사람 관계에서 받은 상처가 컸어요. 지난해 5월에 가사를 썼는데, 지금은 치유됐고, 이젠 괜찮아요.” 최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장재인은 “다 지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 느와르’ 싱글 발매를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스엔에스·SNS)에 이렇게 썼다.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를 향할 때 총 쏘이며 상처받고, 때론 나를 지키기 위해 내가 총을 쏴야 하는, 모두가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같은 성장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장재인은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 이들이 ‘서울 느와르’에 공감하고 위로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과 위로. 장재인의 음악을 관통해온 단어다. 장재인은 처음 곡을 쓰기 시작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자신의 감정을 노래에 쏟아부으며 치유해왔다. 중학교 3학년 때 만든 ‘루징 마이 웨이’는 따돌림을 받았던 당시 심정을 담았다. ‘풍경’은 중학교 자퇴 후 교복입은 또래들을 본 뒤의 느낌이다. 2011년 첫 미니 음반 <데이 브레이커>는 천편일률적인 가요계에서 개성이 짓밟히는 현실을 반영했다. “평소 내 이야기를 누군가한테 털어놓지 못해요.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면서 감정을 표현해요. 음악은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에요.” 그래서 ‘장재인의 음악은 곧 장재인’이다. 1집부터 순서대로 듣고 있으면, 그가 어떤 생각을 해왔고, 어떻게 성장해왔는지가 그려진다. “남을 불편하게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처럼 그의 노랫말 속 ‘화자’들은 욕망과 감정을 명확하게 드러내면서도 상대를 배려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 점을 높게 평가하는데, 그는 “그게 바로 나”라며 웃었다.
‘서울 느와르’는 작사만 했지만, 장재인은 거의 모든 노래를 혼자 만드는 싱어송라이터다. 포크 음악을 지향하는 매력적인 음색과 어떤 곡이든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내는 깊은 감성이 20대 음악인이라기에는 놀라울 정도다. <여름밤>(2012년) 등 그의 노래 중에서 명반으로 꼽히는 음악들은 대부분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했다.
하지만, 곡에 대한 평가와 달리 지난 8년간 대중적인 폭발력은 약했다. 또래 싱어송라이터들처럼 멜로디가 조금만 더 밝고, 쉬우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고 싶은 음악과 해야 하는 음악 사이에 갈등은 없었냐고 물었더니, 그는 “저도 팝적이고 담백한 걸 좋아한다”며 배시시 웃었다. “제 음악을 너무 독특하게 보지는 않았으면 해요. 팝 분위기를 내기 위해 포크록을 접목한 것이지, 마니악한 음악을 하자는 주의는 아니에요. 저도 장재인 열풍이 불면 좋겠어요.” 그러면서도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보다 내가 만족하는 음악을 만드는 게 좋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올해부터는 자신의 음악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서울 느와르’는 그 신호탄”이다. 8년간 겪은 성장통을 완전히 끝낸, 불안함과 쓸쓸함이 가신 단단해진 마음이 자연스레 음악에 담길 것이다. “(17살 때 출연한) <슈퍼스타케이(K) 시즌2>(2010년)로 저를 둘러싼 세상이 변했어요. 달라진 환경을 오랫동안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20살이 될때까지 세워뒀던 계획들을 이루지 못하면서 혼란스러웠어요. 그때는 어렸고, 내가 나를 덜 사랑했기에 모든 게 혼란스러웠어요. 내 안의 여러 자아가 싸웠어요. ‘니가 원하는 게 맞아?’ 라는 이 물음이 조금씩 조금씩 오랜 시간에 걸쳐 이제 완전히 사라졌어요.”
고민을 끝낸 장재인은 요즘 음악에 흠뻑 빠져있다. 소속사에 있는 자신만의 연습실을 음악 만드는 데 필요한 온갖 장비들로 채우기에 바쁘다. “돈을 버는 족족 장비를 사요. 연습실에서 살아요. 좋은 노래를 더 많이 만들고 싶어요.” <슈퍼스타케이 시즌2> 출연 전 만들었던 노래를 음반으로 발표하려고 했던 계획도 이제 실천할 생각이다. 한때, 불안의 근원을 연구했을 정도로 복잡했던 마음은 이제 오롯이 ‘음악’으로 향한다. “장재인은 올해부터 다시 시작인 거에요. 장재인 비긴즈!”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