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케스트라에서 일하거나 가르치는 건 재능이 별로 없어요. 가르침을 주는 것은 연주와는 굉장히 다른 것이죠. 그런데도 젊은 세대의 음악가를 만나는 것은 늘 즐겁고 행복한 일이에요.”
첼리스트 장한나의 스승인 미샤 마이스키(70)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이끄는 실내악단 ‘앙상블 디토’의 멘토가 되어 한국 무대에 선다.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임동혁, 앙상블 디토와 함께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5중주’ 등을 연주한다. 5월31일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마이스키는 “실내악은 쌍방향 작업인 만큼 나도 젊은 연주자들에게서 무언가 배우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공연이 20차례가 넘는 마이스키는 한국 청중들에게 친근한 연주자다. 전설적인 첼로 거장 그레고르 퍄티고르스키(1903~1976)와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를 모두 사사한 유일한 첼리스트인 그는 1998년 당시 16살이었던 장한나를 발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금껏 제자는 장한나가 유일해요. 어린 소녀일 때 만났는데 전생에 위대한 음악가가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믿기 어려울 정도였죠. 그에게 내가 한 조언은 ‘너 자신이 가진 재능에 대해 늘 상기하라’였어요.”
마이스키는 앙상블 디토에게도 특별한 가르침보다는 “내가 경험한 것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며 겸손해했다. “음악은 살아 있는 유기체와도 같아요. 언제, 누구와, 어디서, 누구를 위해 연주하느냐에 따라 진화하고 발전하죠. 경험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열린 마음을 가져야 새로운 음악도 발견할 수 있어요.”
올해로 칠순인 마이스키는 연초부터 유럽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념공연을 진행 중이다. 영국 <가디언>으로부터 별 5개의 극찬을 받은 ‘아르헤리치-얀선-마이스키 골든 트리오’ 공연 외에도 17명의 첼리스트가 한 무대에 오르는 ‘첼로마니아’ 공연 등이 올 한 해 이어진다. 한국에서는 16일에 오스트리아 빈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다시 한번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이 무대에선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협연한다. 마이스키는 “차이콥스키가 모차르트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만든 곡으로 선율이 생생해서 관객들도 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48년 당시 소련에 속해 있던 라트비아에서 태어난 그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는 등 굴곡진 삶을 살았다.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봤을 때 “소련을 떠나(1972년) 살게 된 제2의 인생이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어느 질문에도 음악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못했다. 고령임에도 지금껏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던 비결에 대해 “내가 하는 일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마이스키는 “지금 오히려 더 젊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간과 에너지가 없어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곡들로 연주 레퍼토리를 넓히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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