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체코를 대표하는 세계 정상급 콰르텟(현악 4중주)이 사흘 간격으로 같은 공연장에서 잇따라 내한공연을 한다. 독일의 아르테미스 콰르텟은 새달 5일, 체코의 파벨 하스 콰르텟은 8일 서울 역삼동 엘지(LG)아트센터에서 연주한다.
두 악단은 창단 시기가 차이 나지만, 1970~80년대에 현악 4중주를 주도했던 알반 베르크 콰르텟(독일), 하겐 콰르텟(오스트리아), 에머슨 콰르텟(미국) 등의 바통을 이어받으면서도 강렬하고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세계 실내악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르테미스는 알반 베르크 콰르텟을 멘토 삼아 실력을 키우고 베토벤을 비롯해 주로 독일권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는 반면, 파벨 하스는 체코의 전설적인 악단인 스메타나 스트링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 밀란 슈캄파 프라하예술 아카데미 교수가 멘토이고 체코 작곡가들의 악곡을 즐겨 연주한다. 황장원 클래식평론가는 “아르테미스 콰르텟은 과거의 콰르텟 계보를 이어가면서 엄격하고 치밀한 연주를 보여주고, 파벨 하스 콰르텟은 보헤미안의 개성을 가지면서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음악을 들려준다”고 평가했다. 1989년 창단 이래 한국을 처음 찾는 아르테미스 콰르텟과 2003년 창립 이후 2015년에 이어 두번째 내한공연을 하는 파벨 하스 콰르텟을 전자우편을 통해 만났다.
뤼베크 음악대학에서 네 명의 친구가 의기투합해 만들어진 아르테미스 콰르텟은 1996년 뮌헨에서 열린 아에르데(ARD) 국제음악콩쿠르 1위 수상을 시작으로 명성을 쌓았다. 처음에 ‘아르테미스’(달의 여신)라고 이름을 지을 때만 해도 “그저 발음할 때 소리가 좋아 선택했다”고 말할 정도로 시작은 ‘발랄’했다. 이들은 “그때만 해도 30년 가까이 활동하며 국제적 커리어를 쌓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번 첫 내한공연에서는 베토벤의 현악 4중주 ‘3번 D장조’, 야나체크의 현악 4중주 ‘크로이처 소나타’와 슈만의 현악 4중주 ‘3번 A장조’를 선보인다. “베토벤은 아르테미스의 명함과 같은 작곡가”(영국 <가디언>)라는 평을 받을 만큼 베토벤 현악 4중주곡을 공연마다 들려주고 있는 아르테미스 콰르텟은 “베토벤이 남긴 현악 4중주 16곡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품은 거대한 세계와 같다”고 말했다.
파벨 하스 콰르텟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에서 희생당한 체코의 작곡가 파벨 하스(1899~1944)에서 이름을 땄다. 2005년 이탈리아의 파올로 보르차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주목받기 시작한 이들은 2015년 발매한 체코의 작곡가 스메타나의 현악 4중주 음반으로 비비시(BBC) 뮤직 어워드와 그라모폰 상을 받기도 했다.
파벨 하스가 이번에 들려줄 곡은 스메타나의 현악 4중주 ‘나의 생애로부터’와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4중주 ‘2번 A장조’다. 평소 스메타나, 드보르자크, 야나체크, 마르티누 등 체코 작곡가들의 곡을 주로 연주해온 이들은 “이토록 작은 나라에서 위대한 작곡가가 많이 배출된 건 기적 같은 일로 같은 체코인으로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레퍼토리를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사랑하는 곡을 연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