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웹툰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신과 함께>와 <무한동력>의 연출을 맡은 김동연 연출가. 연합뉴스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와 <무한동력>을 뮤지컬로 연이어 무대에 올렸더니 주 작가와 특별한 인연이 있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요. 실제로는 그분을 만나본 적도 없어요. 하하”
지난달 성황리에 막을 내린 뮤지컬 <신과 함께>와 이제 개막 3주차를 맞은 <무한동력>을 연출한 김동연(43) 연출가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밝게 들렸다. <신과 함께>와 <무한동력>은 이미 2015년에 뮤지컬로 만들어진 작품. 올해 각각 삼연과 재연 공연을 올리면서 김동연 연출가가 새로 연출을 맡았다. 공연일로 잠시 중국 상하이에 머물고 있는 김 연출가는 15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무래도 (초연과) 비교가 될 수 있어 부담이 없진 않았죠. 주 작가가 <무한동력> 공연이 끝나기 전에 꼭 한번 보러와 주셨으면 좋겠네요”라며 원작자의 반응을 궁금해했다.
김 연출가는 두 뮤지컬 모두 원작의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드라마와 음악에 집중했다. 사후세계를 다룬 <신과 함께>는 각색이 많이 된 영화와 달리 원작의 인물들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시작과 끝 부분에서 이전 공연과는 다른 약간의 변화를 줬다. 예를 들어 저승사자 강림이 노래로 저승여행 시작을 알리는 건 이번 공연에서 추가된 부분이다. “시공간 제약이 없는 웹툰 속 판타지 세계를 눈앞에 펼쳐진 무대에서 보여주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에요. 비주얼은 앞선 공연에서 어느 정도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음악적인 부분에서 앞뒤를 정교하게 맞추고 장면마다 영상이나 조명을 디테일하게 발전시켜나갔죠.”
2015년 초연된 뮤지컬 <무한동력>이 올해 다시 무대에 올려졌다. 연합뉴스
취업준비생 장선재가 수자네 하숙집에서 자신처럼 앞길이 막막한 청춘들을 만나며 펼치는 이야기인 <무한동력>은 이야기가 현실적이어서 어려움이 더 컸다. “<무한동력>은 기승전결이 분명치 않고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 위주로 느리게 흘러가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무대 언어로 보여주고자 노력했어요.” 고민의 결과는 서사의 촘촘함과 코믹함이다. 장선재와 ‘엄친아’의 취업면접 과정을 스포츠 중계하듯 풀어낸 장면이나 17살 고등학생인 하숙집 아들이 갑갑한 현실을 ‘고등래퍼’처럼 랩으로 쏟아내는 장면 등에서 관객들은 울고 웃으며 청춘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다.
김 연출가는 “<신과 함께>와 <무한동력>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힘을 응원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다”며 “현재 공연 중인 <무한동력>을 보며 관객들이 좋은 에너지를 얻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계에서 가장 바쁜 연출가 중 한명인 그는 <무한동력> 이후에도 올해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지난 1월 열린 ‘한국 뮤지컬 어워즈’에서 연출가상을 받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재공연될 예정이고, <로미오와 줄리엣>을 변주한 남성 4인극 <알앤제이>가 초연을 앞두고 있다. 국방부가 제작하며 군복무 중인 강하늘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인 <신흥무관학교>를 준비하는 한편 중국에 진출한 뮤지컬 <심야식당>이 올가을 무사히 상하이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 김 연출가는 “현재 제작과 공연이 확정된 이들 작품 외에도 다양한 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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