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1>(가운데)과 <문화방송>(오른쪽)은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생중계하면서 수어통역도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에스비에스>는 3사 중 유일하게 수어방송을 내보내지 않았다.(왼쪽) 프로그램 갈무리
<에스비에스>(SBS)가 11년 만에 펼쳐진 역사적인 순간에 청각장애인들을 외면했다. 지상파 3사는 27일 오전부터 밤까지 이어진 남북정상회담을 실시간 중계했다. <에스비에스>도 1~5부로 나눈 특집 생방송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남북 관계 정통 전문가를 대거 투입하고, 그래픽 자막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준비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려에는 소홀했다. <에스비에스>는 3사 중 유일하게 남북정상회담을 실시간 중계하면서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다.
이날 <한국방송1>(KBS1)과 <문화방송>(MBC)은 남북정상회담 생중계에 맞춰 수어방송도 실시간으로 내보냈다. <한국방송1>은 오전 7시30분부터 밤 8시까지 수어통역사 7명을 투입해 1시간씩 번갈아 통역했다. <문화방송>도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30분까지 수어통역사 3명을 교대로 투입시켰다. 수어통역을 했던 한 통역사는 2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텔레비전에서 장시간 수어방송을 내보낸 것은 처음이다”며 “이렇게 중요한 날의 의미 등을 수어로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게 의미 있다”고 말했다.
<에스비에스>는 정작 회담이 끝난 뒤에야 밤 11시30분 토론프로그램 <2018 남북정상회담 특집토론-평화의 길 열리나>에서 수어방송을 했다.
또 다른 수어통역사는 2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에스비에스>가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청각장애인의 채널선택권을 회면하고, 지상파 책무를 저버린 것이다”며 “청각장애인 중에는 자막을 읽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짧은 자막만으로는 두 정상이 왜 군사분계선을 넘나들었는지 등 자세한 의미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방송사들은 평소에도 현행법상 수어방송 의무방영 최소치인 5%만 간신히 지키고 있다.
앞서 26일 장애인 단체인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성명을 내고 “국내 장애인들도 남북정상회담의 생중계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는 공익의 책무를 지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의 책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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