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권 블랙리스트 찍힌
오멸 감독 ‘눈꺼풀’ 4년 지각개봉
정우성 노개런티·9억 펀딩 화제
배 침몰 추적 다큐 ‘그날, 바다’
엠비시도 ‘남겨진 사람들’ 다뤄
대학로에서도 ‘세월호 프로젝트’
오멸 감독 ‘눈꺼풀’ 4년 지각개봉
정우성 노개런티·9억 펀딩 화제
배 침몰 추적 다큐 ‘그날, 바다’
엠비시도 ‘남겨진 사람들’ 다뤄
대학로에서도 ‘세월호 프로젝트’
벚꽃이 분분한 아름다운 4월은 ‘그날’ 이후 우리 모두에게 ‘잔인한 계절’로 아로새겨졌다. 참사 4주기를 맞아 영화·텔레비전 프로그램, 공연 등의 형식을 빌려 ‘세월호 예술’이 우리를 찾아왔다.
■ 희생자를 위한 진혼곡 <눈꺼풀>, 다큐영화 <그날, 바다>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영화 <지슬>을 만들었던 오멸 감독은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간절함에 카메라를 들고”, 무인도에서 3개월 동안 촬영을 이어갔다. 영화는 세상을 떠나는 자들이 마지막으로 들른다는 가상의 섬 ‘미륵도’를 배경으로, 떡을 만드는 한 노인(문석범)과 망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처음엔 낚시꾼이 등장한다. 노인은 그를 위해 정성스럽게 쌀을 절구에 찧어서 떡(백설기)을 만든다. 섬을 배회하던 그는 노인이 만들어준 떡 한 입을 베어 먹고 사라진다. 이어 비바람이 몰아친 어느 날, 라디오에서 세월호 사고 소식이 들려오고, 이윽고 선생님(이상희)과 남학생, 여학생이 섬에 도착한다. 노인은 또다시 떡 만들 준비를 하지만 섬에 들어온 쥐 한 마리가 모든 것을 망친다.
오멸 감독은 “떡은 먼 길을 떠나는 망자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제의 음식”이라며 “라디오가 망가지고 절구가 깨지는 것은 우리가 믿고 의지했던 시스템의 붕괴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진작에 만들었지만 오멸 감독이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바람에 4년이 지나서야 개봉할 수 있게 됐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 조합상과 씨지브이(CGV) 아트하우스상을 받았다.
<그날, 바다>는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나름의 가설을 제시하고 과학적 입증을 시도하는 다큐멘터리다. <백년전쟁> 등 주로 역사 다큐를 만들어온 김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김어준이 이끄는 ‘프로젝트 부’가 제작을 맡았다. 9억원에 이르는 제작비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충당했다. 배우 정우성이 “더 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노개런티로 내레이션을 맡아 화제가 됐다. 영화는 그간 김어준과 김지영 감독이 <한겨레티브이(TV)> ‘파파이스’ 등을 통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했던 ‘AIS(선박 자동식별 장치) 조작설’에 근거해 사건을 되짚는다.
■ 티브이로 무대로 번지는 추모 열기 티브이에서도 추모 열기는 이어진다. <엠비시 스페셜>(문화방송·MBC)은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 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16일·23일 밤 11시10분)에서 전한다. 1부 ‘너를 보내고… 416 합창단의 노래’는 유가족과 시민들로 이뤄진 416 합창단의 노래와 일상을 담고, 2부 ‘세월호 잠수사들의 기록 로그북’은 희생자들을 바닷속에서 수습해 올렸던 잠수사들의 오늘을 담는다.
<한국방송>(KBS)은 14일~17일을 특별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티브이와 라디오에서 다양한 특집을 준비했다. <한국방송1>은 16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 추도식>(오후 3시)를 생중계하고, 밤 10시에는 양희은, 전인권 등이 나오는 추모 음악회 <기억 그리고 다시, 봄>을 방송한다. 19일 <케이비에스 스페셜-세월호 4년, 관객과의 대화>(밤 10시)에서는 아이들을 잃은 엄마들의 연극으로 세월호를 다시 조명한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등 <한국방송 라디오>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티비에스 티브이>(TBS TV)는 그날의 기억을 다시 돌아보는 4부작 다큐멘터리 <공동의 기억: 트라우마>를 14일 오후 6시부터 연속으로 내보낸다.
무대도 세월호를 기억한다. 희곡·문학·철학서 등 기존 창작물을 ‘세월호’라는 관점으로 재해석한 ‘세월호 프로젝트’가 19일부터 6월24일까지 서울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열리고, 안산문화재단이 4·16가족협의회 등과 지난해부터 시작한 ‘4월 연극제’도 22일까지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관객을 맞는다. 시민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은 오는 17일 세월호 희생자 추모 칸타타 ‘정의가 너희를 위로하리라’를 공연한다. 저녁 8시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리는 이 공연의 곡들은 이건용 전 서울시립오페라단장이 작곡했다. 입장료와 박수, 화환과 인사가 없는 추모 연주회 형식으로 진행된다.
유선희 남지은 김지훈 기자 duck@hani.co.kr
영화 <눈꺼풀>의 한 장면. 자파리필름 제공
영화 <눈꺼풀>의 한 장면. 자파리필름 제공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19일 방송하는 <케이비에스 스페셜-세월호 4년, 관객과의 대화>.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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