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똥카롱, 개푸치노…개통령 강형욱·빅마마 이혜정의 ‘개슐랭 가이드’

등록 2018-04-12 05:02수정 2018-04-12 11:59

‘사람도 먹고 싶은 별점 셋 ‘개밥’ 요리

사람 요리서 맵짠 맛 덜어낸
똥카롱·우족요리·생일피자…
개 사연 맞춘 음식 선보이며
훈련 정보도 함께 전달

개통령 강형욱·빅마마 이혜정
두 전문가 티격태격 케미도 볼만
최고 조회수 8만…EBS 효자프로
주변에서 누가 ‘개’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 한심한 듯 흘겨보겠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면 그 마음이 이해될지도 모른다. <교육방송>(EBS)의 모바일 콘텐츠 <개슐랭 가이드>다. ‘개’와 맛집 평가서 ‘미슐랭(미쉐린) 가이드’를 합친 말로, 개들을 위한 요리를 소개한다. 3월20일 시작해 총 7편을 선보였는데, 연어 카나페부터 생일 피자까지 좋은 식재료로 만든 요리가 가득하다. ‘개’부럽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사람이 개를 부러워하게 만든 이들은 바로 강형욱 조련사와 이혜정 요리연구가다. 이혜정 요리사가 매회 개의 사연에 어울리는 요리를 선보이면, 강형욱 조련사는 요리를 거들면서 개의 상태를 점검한다. 각 분야 최고들이 모여 개의 심신을 챙기다니 제대로 ‘개’호강한다. 최근 파주 <개슐랭 가이드> 촬영장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교육방송>(EBS) 모바일 콘텐츠인 <개슐랭 가이드>에선 개 조련사 강형욱(왼쪽)과 요리연구가 이혜정이 출연해 함께 개를 위한 ‘미식’을 만든다. 교육방송 제공
<교육방송>(EBS) 모바일 콘텐츠인 <개슐랭 가이드>에선 개 조련사 강형욱(왼쪽)과 요리연구가 이혜정이 출연해 함께 개를 위한 ‘미식’을 만든다. 교육방송 제공
“먹는 것은 강아지한테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본 둘은 ‘개밥’이라고 대충 만들지 않는다. 개의 사연에 맞게 이혜정 요리사가 직접 레시피를 짜온다. 슬개골(무릎뼈)이 자주 탈구되는 블랙 푸들한테는 콜라겐과 칼슘, 무기질 등이 풍부해 관절 건강에 좋은 우족요리를 선보이는 식이다. 사람 요리와 개 요리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이씨는 “강아지는 사람보다 염분을 흡수하고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맵고 짠 양념이나 독특한 향신료 등을 뺀다. 사람이 먹는 요리에서 간을 줄이고 재료 본연의 식감을 살리면 된다”며 “신선한 재료를 다양하게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온 요리들은 ‘얼~마나 맛있게요’? “사람이 먹어도 맛있어요. 저도 계속 집어 먹게 되더라고요. 카나페는 진짜 맛있었어요.”(강형욱) 실제로 강형욱은 촬영 때마다 계속 집어 먹어서 이혜정 연구가한테 핀잔 듣기 일쑤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프로그램의 재미 요소다. 지금까지 만든 요리 중에는 ‘똥카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진짜 똥 같아서….”(웃음) ‘똥색’이지만, 개들한테 먹이면 안 되는 초콜릿 대신 캐롭 파우더(초콜릿 맛이 나는 쥐엄나무 열매 가루)로 대안을 제시해 이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요리 중에 가장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주인공은 ‘개’다. 맛있어도 개 입맛에 맞아야 한다. 그래서 <개슐랭 가이드>는 개의 반응을 살피려고 개만 촬영하는 카메라가 따로 있다. 말도 못하는 개들이 맛있어한다는 걸 어떻게 알까. 강형욱 조련사는 “허겁지겁 먹으면 맛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래브라도리트리버의 경우 음식을 먹을 때 귀가 뒤로 젖혀지면 맛있다는 뜻이란다. 사람처럼 음식의 장식이 미각에도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전혀요.(웃음) 개들은 미각이 발달해 있지 않아 맛이나 모양보다는 씹는 육감이 중요하죠.”(강형욱)

5회까지는 요리에 중점을 뒀지만, 6회부터는 사연을 받아 개 주인들을 초대해 요리와 훈련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게 했다. 뛰고 참견하고 안절부절못하는 개는 한 번도 끝까지 놀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 충분히 지칠 때까지 놀게 하라고 조언하는 식이다. 최고의 전문가들한테 개를 맡길 수 있으니, 신청이 쏟아진다. 김효진 피디는 “흔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가진 개들을 출연시킨다”고 말했다.

<개슐랭 가이드>는 회당 최고 조회수 8만에 육박하는 등 <교육방송> 모바일 콘텐츠 사상 최고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 등에 요리를 따라 만드는 영상이 별로 없는 건 아쉽다고 한다. “다들 바빠서 보기만 하는 것 같아요. 정성스럽게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강아지도 자기한테 관심 쓰고 있다는 걸 느낄 테니 직접 만들어보세요.”(강형욱) 사람도 잘 못 챙겨 먹는 마당에, 개를 위한 영양 만점 요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이혜정은 “(반려동물도) 가족이니 잘 먹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의외로, 이 프로그램은 나를 돌아보게도 한다. ‘개도 저렇게 건강을 생각하는데, 나는 무엇인가.’ 술 마실 때만 ‘개’가 된다고? 이젠 밥 먹을 때도 ‘개’슐랭 가이드처럼 챙겨 먹자.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