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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가왕, 못찾겠다…조용필 말고는

등록 2018-04-09 10:19수정 2018-04-09 10:24

데뷔 50년 ‘조용필과 나’
가수 조용필.
가수 조용필.
‘가왕’ 조용필(68)이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았다. 첫 히트곡인 트로트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신기록을 만들어냈다. 1979년 발표한 정규 1집 음반은 한국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그의 독주를 막을 수 없던 1982년에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1위 횟수를 제한하기도 했다. ‘오빠 부대’의 시초도 그다. 조용필이 “기도하는~”(‘비련’)이라고 노래를 시작하면 객석에서 “오빠~~~” 소리가 터져 나오는 모습이 뉴스 시간에 방송되기도 했다. 상이란 상은 모조리 휩쓸다 보니 1986년에는 후배들을 위해 연말 가수왕을 사양하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한국 가수의 첫 카네기홀 공연(1980년), 대중가수 최초의 예술의전당 공연(1999년)도 그였다.

“한국 가요사 정리해주는 거장”
장르 가리지 않는 노래 실력은 물론
밴드 ‘위대한 탄생’은 그야말로 전설
대중음악의 모든 면에서 본보기

‘가왕’의 다양한 기록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음악적 변신에서 비롯됐다. 팝 발라드 ‘그 겨울의 찻집’, 포크 ‘친구여’, 디스코 ‘단발머리’, 펑크 ‘못 찾겠다 꾀꼬리’, 민요 ‘한오백년’ 등 조용필은 장르와 세대를 초월한 음악을 선보였다. 후배 뮤지션들이 ‘가왕’을 존경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용필을 잘 아는 김종서, 김현철부터 조용필을 만나본 적 없는 록밴드 크라잉넛 한경록, 아이돌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까지 ‘조용필과 나’라는 주제로 말을 걸었다. 조용필을 17년째 섭외 중이라는 라디오 피디와 이 자리를 빌려 조용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영화감독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 김종서 “선배님 30주년 무대 섰던 것 꿈만 같아” 조용필 선배는 내 유년 시절에 독보적인 존재였고, 최초로 연주인들을 발굴한 분이다. 조용필 밴드 ‘위대한 탄생’은 최고의 연주자만 같이 할 수 있었다. 가수를 위한 반주가 아니라 연주가 컸다.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됐다. 선배님의 데뷔 30주년 공연에서 ‘미지의 세계’를 불렀을 땐 꿈만 같았다. 내 차로 공연 끝나고 뒤풀이 장소로 모셨던 기억도 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조용필 선배님의 주도하에 뮤지션들이 모임을 갖기도 했다. 봄여름가을겨울, 김현철, 김경호, 임재범 등이 모여서 편안하게 술 한잔씩 하며 음악 얘기를 했었다. 후배들을 잘 챙겨주셨다. 내가 좋아하는 선배님 노래는 정규앨범에 들어 있지 않은 ‘님이여’부터 ‘한오백년’, ‘비련’ 등 너무 많다. 민요, 록 등 전 장르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뮤지션이다.

■ 바비 킴 “‘추억 속의 재회’는 콘서트 단골 레퍼토리” 2011년 <나는 가수다―조용필 스페셜 편>(문화방송)에 출연했을 때 선배님을 처음 만났다. 음악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셨고, 편하게 대해주셔서 따뜻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무대에서 부른 노래가 ‘추억 속의 재회’다. 당시 반응이 좋아 2012년 스페셜 앨범에도 담았고, 이후엔 콘서트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선배님의 노래는 옛날 가요부터 팝의 정서를 가진 노래까지 다양하다. 한국의 가요사를 정리해온 분 같다. 늘 발전적인 모습으로 후배 가수나 일반 대중에게 이런 노래, 이런 장르가 있다고 소개해주셔서 항상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가 크다.

■ 정원영 “밴드 음악의 교본 같던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사랑과 평화’라는 밴드를 하다 1984년쯤 위대한 탄생에 합류해 건반을 맡았다. 조용필 선배님이 막 일본에서 뜨기 시작할 무렵이라 한국을 찾아온 일본 팬들을 위한 공연을 하곤 했다. 밴드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송홍섭(베이스), 이호준(키보드) 등이 있는 위대한 탄생에 합류하는 건 정말 대단한 영광이었다. 프로페셔널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은 마치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 같다고 말할 수 있다. 마일스는 밴드를 아낌없이 지원했고, 이 밴드 출신들은 성공했다. 칙 코리아 멤버들과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이 여기 출신이다. 조용필 선배도 마일스처럼 밴드를 챙겼다.(유재하와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등도 위대한 탄생 출신이다.) 가수들은 자기 안에 갇혀 있기 쉬운데 조용필 선배는 작곡할 때 보면 장르를 넘나드는 오픈 마인드를 가졌다. ‘황진이’, ‘한강’ 등을 들어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 실력도 말할 것이 없다. ‘그 겨울의 찻집’ 부를 때 보면 가사를 자근자근 씹어 들려준다.

■ 박정현 “가요가 보여줄 수 있는 그 이상을 보여줘” 조용필 선배님과는 2011년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부르며 인연을 맺었다. 이달에 방영 예정으로 조용필 선배님이 직접 출연하는 <불후의 명곡>(한국방송)도 참여한다. 선배님은 가요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장르를 최상급의 내용으로 보여주는 놀라운 스튜디오 뮤지션이자, 녹음된 곡도 무대 위에서 새롭게 해석해 보여주는 최고의 실연자라고 할 수 있다. 뮤지션들이 늘 뭔가 배울 수 있는 음악을 들려준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많이 불렀지만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추억 속의 재회’다. 멜로디, 가창, 편곡, 프로듀싱 등 대중음악이 보여줘야 하는 모든 면에서 뛰어난 곡이다.

“엄마와 내가 같이 듣는 음악”
세대를 뛰어넘는 ‘한국적인 색’
절묘하게 어우러진 가사·멜로디
노래로 함께 울어주고 달래줘

■ 크라잉넛 한경록 “방황하던 20대에 즐겨 부른 ‘고추잠자리’” 우리 가족은 항상 조용필 선배님이 나오는 방송을 놓치지 않았다. 티브이 앞에서 과일을 먹으며 보고, 차를 타고 가족여행을 갈 때도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들었다. ‘못 찾겠다 꾀꼬리’ 노래가 나오면 나는 좌석 아래쪽에 숨고, 아빠는 “못 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하며 노래를 했던 게 기억이 난다. 좋은 음악은 추억이 되고, 세대를 뛰어넘는 친근함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조용필 선배님 노래 중에 내 애창곡은 ‘고추잠자리’다. 전주부터 추억으로 끌고 가며 주홍빛 노을이 물든 들판 같은 이미지가 펼쳐진다. 이렇게 멜로디와 가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어떤 장면이 쉽게 연상되는 곡을 좋아한다. 방황하던 20대엔 “나는 아직 어린가봐 그런가봐” 이 노랫말이 나의 심정 같아 많이 부르고 다녔는데 시간이 지나도 그 느낌이 남아 있다. 선배님 공연을 공연장에서 본 적도 있는데 나 역시 공연을 하고 직접 무대를 연출하는 입장에서 정말 관객을 사랑하고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겠다는 선배님의 진심이 느껴져서 감탄했었다.

■ 김현철 “노래방 가면 자기 노래만 하는 사람” 나이가 들수록 가사가 좋은 노래가 좋아진다. 예전엔 ‘미지의 세계’ 같은 곡이 좋았다면 ‘큐’(Q),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가 요즘은 더 와닿는다. 한번은 둘이서 곱창집에 갔다가 노래방에 갔다. 조용필 선배는 노래방에서도 자기 노래만 부른다. 끊임없는 연습인데 내가 선배 노래를 불렀더니 이 부분은 이렇게 불러야 한다고 가르쳐주기도 했다. 조용필 선배는 후배라도 남의 음악에 대해 침범하지 않는다. 각자의 음악을 인정해준다. 조용필 선배가 이렇게 오래 사랑받는 비결은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르는 사람이 없고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세간의 평가보다 매일 대면하는 음악이 더 중요한 분이다. 그런 면에서 본받을 점이 많다.

■ 에이핑크 정은지 “‘단발머리’, 엄마가 고스톱 칠 때 듣던 노래” 조용필 선배님 노래 중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발머리’와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다. 많은 명반을 내셨지만 그중에서도 이 노래들이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추억 때문인 것 같다. ‘단발머리’는 엄마가 온라인 고스톱을 치실 때 매일 듣던 노래다. 괜히 이 노래만 들으면 그 생각에 웃게 된다. 그리고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멜로디와 가사가 좋아 드라이브할 때 종종 듣는다. 조용필 선배님이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건 대중성 있는 좋은 음악과 음악에 힘을 싣는 가창력이 아닐까 싶다. 엄마도 나도 같이 들으며 교감할 수 있다.

“하루종일 조용필 특집하는 게 소원”
트로트부터 펑크·디스코 등등
넓은 스펙트럼에도 거부감 없고
가요 수준 해외 견줘도 될만큼 높여

■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 “‘단발머리’ 사용 허락해줘 감사” 조용필 선생님의 음악은 우리들과 함께 울어주기도,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때로는 잊고 싶은 현실을 잊을 수 있게 만들어줘 놀랍고 신선한 것 같다. <택시운전사>에 ‘단발머리’를 삽입곡으로 썼는데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자신의 노래를 영화에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들어서인지 (조용필 선생님과) 영화를 함께 완성했다는 느낌도 든다. 동시대에 선생님의 음악을 듣고 영향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동을 느낀다.

■ 이재익 에스비에스 라디오 피디 “하루 종일 이어지는 조용필 특집 만들고파” 어릴 적엔 가요에 있는 ‘뽕끼’가 싫어 거의 팝만 들었다. 그런데 조용필 노래는 스펙트럼이 넓잖나. ‘돌아와요 부산항에’, ‘허공’은 아예 트로트인데 부모님과 같이 들을 때 거부감이 안 생겨 당황했었다. 아직까지 그 뽕끼가 왜 조용필 노래에선 거슬리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는 가요를 외면했던 그 시절에도 외면하지 못했던 유일한 가수였다. 그러다 그 이유를 분석해봤다. 힌트가 되는 곡이 ‘못 찾겠다 꾀꼬리’였다. 레드 제플린, 딥 퍼플 같은 밴드의 노래와 연이어 들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음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극히 한국적인 색을 입혔다는 걸 깨닫게 되니 대단하다고 느꼈다. 조용필 선생님 매니저와 친분이 있어도 17년째 내 프로그램에 섭외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이제는 섭외되면 허탈할 것도 같은데(웃음) 선생님을 스튜디오로 모셔서 하루 종일 ‘조용필 특집’을 해보는 게 소원이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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