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남쪽 예술단이 4일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천공항/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2002년 ‘문화방송(MBC) 평양 특별공연’ 이후 16년 만에 평양을 찾은 우리 예술단과 북한 삼지연관현악단과의 합동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1일과 3일 이어진 두차례의 공연에 북한 관객들은 뜨거운 반응으로 화답했고, 우리 예술단도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공연을 마치고 4일 새벽 귀국한 윤상 남쪽예술단 음악감독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에 “다들 이게 현실적으로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감동하셨고, 인천에 도착해서야 내가 어떤 공연을 하고 왔나 실감할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두차례 공연 모두 사회를 봤던 서현은 취재진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 노래 ‘푸른 버드나무’를 부를 때 목 상태가 좋지 않아 죄송하고 속상했는데 평양 시민들이 뜨거운 박수 보내주셔서 끝까지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제가 더 감동을 받은 무대였다”며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공연 내내 제 건강 상태에 대해 걱정하며 따뜻한 격려를 많이 해줬고 공연 끝난 뒤 너무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전했다.
북한 공연예술 전문가들은 이번 평양 공연을 보며 이전과 달리 남한의 대중가요에 대한 북한의 열린 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고 평했다. 탈북자인 김철웅 피아니스트는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북한의 세대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면서 “예전에 윤도현, 핑클, 베이비복스가 갔을 때는 어정쩡한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총 맞은 것처럼’에 잘 안다는 반응을 보이는 모습에서 김정일 시대와는 달리 (북한이) 현대화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철주 남북문화기획자도 “북한 관객들에게 익숙한 노래들을 주로 선곡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과거에 비해 관객들의 환호와 반응이 훨씬 좋아졌다”며 “1만석이 넘는 대규모 극장에 관객을 채우고 방송까지 하는 건 북한이 남한 가요에 대한 열린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백지영의 노래에 관심을 나타난 것에 대해선 ‘음악정치 현대화’에 대한 북한의 고심이 읽힌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철웅 피아니스트는 “북한이 음악 현대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는 와중에 백지영씨가 진성으로 지를 수 있는 소리를 가성으로 처리하는 것을 보고 김 위원장이 인상 깊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선곡이나 공연 시간에서 남한을 충분히 배려하는 북한 쪽의 태도 변화도 읽힌다.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은 “북한 입장에선 북한 노래를 많이 해주길 원했을 텐데 우리가 현실적으로 부르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주는 모습에서 실무적인 의사소통이 잘 이뤄졌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남한에 온 삼지연관현악단은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사랑의 미로’ 등 남한 노래를 10곡이나 메들리로 들려줬지만 우리 예술단은 3일 합동공연에서도 고정 레퍼토리인 ‘다시 만납시다’를 제외하면 북한 노래를 ‘푸른 버드나무’(서현 독주)와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남북 여가수 합창) 2곡을 부르는 데 그쳤다. 지난 1일 정부지원단 관계자는 평양에서 기자들에게 “북쪽이 합동공연에서 자신들의 공연 시간을 줄이고 남쪽의 레퍼토리를 많이 하라고 제안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이번 평양 공연에서 특히 주목할 건 통일부 주도의 공연에서 벗어나 남북의 예술가 간(윤상 음악감독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접촉 라인을 만들어줘 공연의 전문성을 높였다는 점”이라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복원 사업으로 희망한 만월대 발굴 작업을 비롯해 각종 의제에서 분야별 전문가들이 나서는 등 남북 실무회담의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일 이뤄진 남한 예술단의 공연은 5일 저녁 7시55분 지상파 3사를 통해 녹화중계된다. 김미영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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