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경남 통영시 도남동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작곡가 윤이상 선생 추모식에서 아내 이수자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생 고향땅에 돌아오고 싶어했던 윤이상의 꿈이 그가 죽은 지 23년 만에 이뤄졌습니다.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헐뜯기거나 오용되고 있는 그의 진정한 복권을 위해 우리 모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플로리안 림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30일 오후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 뒤뜰에서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추모식이 개최됐다. 추모식에는 김동진 통영시장, 플로리안 림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대표 등과 윤이상의 가족이 참여했다. 독일 베를린 공원묘지에 묻혔던 윤이상의 유해는 지난달 말 고향으로 돌아와 지난 20일 이곳에 묻혔다. 묘소는 98㎡ 규모로, 너럭바위가 봉분을 대신하는 형태로 조성됐다. 너럭바위에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이란 사자성어가 새겨졌다.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지만 결코 더러운 흙탕물이 묻지 않는 연꽃'이라는 뜻으로 이장하기 전 독일에 있던 윤이상 무덤의 비석에 새겨졌던 문구다. 이날 윤이상의 아내 이수자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던 밤, 조국과 끝내 화해를 못 하고 눈을 감아 답답하고 슬펐는데 이렇게 고향에 돌아와 환영의 말을 들으니 감개무량하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추모식이 시작되기 전 통영으로의 이장을 반대하던 보수단체 회원들이 추모식장 묘역 철거를 주장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 없이 숙연한 분위기에서 추도식이 진행됐다. 김동진 통영시장은 “고향에 선생님을 모시게 돼 영광으로 생각하며 뜻이 다른 시민들과는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윤이상의 추모식과 함께 그를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도 10일간의 항해를 위한 닻을 올렸다. 이날 개막공연에는 독일의 보훔심포니오케스트라가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를 연주하며 서문을 열었다. 한스크리스티안 오일러가 지휘하는 하노버체임버오케스트라는 최근에 발견된 윤이상의 관현악 모음곡 ‘낙동강의 시’를 세계 초연한다.(4월5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는 리사이틀(4월2일)에서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A장조’ 등을, 수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리사이틀(4월3일)에서 리스트의 ‘헝가리 랩소디 12번’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다음달 8일 열리는 폐막공연은 거장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맡는다. 윤이상의 ‘바라’,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의 협연으로 번스타인 ‘세레나데’ 등을 연주하며 대단원을 장식한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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