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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80년대가 낳은 모순적 열정청년”…20년 지기가 본 신해철의 삶과 음악

등록 2018-03-29 05:01

음악평론가 강헌 ‘신해철’ 펴내
가수 신해철. <한겨레> 자료사진
가수 신해철. <한겨레> 자료사진
‘마왕’ 신해철, 그가 떠난 지 햇수로 4년이 됐다. 살아 있었다면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는다. 신해철과 동료이자 벗으로 20년간 우정을 쌓았던 음악평론가 강헌(56)이 못다 핀 신해철의 삶과 음악을 정리한 <신해철>(돌베개 펴냄)을 펴냈다.

책은 신해철이 하늘로 떠나자마자 스무날도 안 걸려 써낸 글을 묶었다. 슬픔을 누르고 신해철을 추도하는 그만의 방법이었다. 기억의 서랍에서 신해철과의 첫 만남을 꺼내고, 빛바랜 앨범 귀퉁이에서 음악 작업을 함께 했던 추억을 곱씹으니 360장의 책 한 권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책은 그해 겨울에 출간되지 못했다. 저자는 “그해 유고집이 나올 예정이어서 책은 3주기가 되는 해에 내겠다는 다짐으로 컴퓨터 폴더 안에서 잠잤다”고 했다.

강헌은 1994년에 인터뷰로 신해철을 처음 만났다. 첫 만남에서부터 말이 잘 통했던 두 사람은 20년간 우정을 쌓으며 박노해 시집 <노동의 새벽> 헌정 음반, 영화 <정글스토리> 음반 등 다양한 음악 작업을 함께 했다. “나는 그가 좋았다. 에스에프(SF) 판타지를 좋아한 대한민국의 음악 청년. 그의 집요한 광기와 좌충우돌의 불화, 어떨 땐 해학적이기까지 한 허세와 그 뒷면의 대책 없는 섬세함까지. 그는 대한민국의 1980년대가 분만한 가장 모순적인 열정을 지닌 청년이었다.”

87학번인 신해철은 1988년 ‘엠비시 대학가요제’에서 무한궤도라는 밴드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대상 수상곡으로 공전의 히트를 한 ‘그대에게’는 탄생한 지 15년이 지나도록 늘 신해철의 공연에서 엔딩 곡으로 쓰였는데 신해철의 공연 기획도 맡았던 강헌은 “공연 순서를 바꿔보려 해도 이 노래가 나와야 결국 끝이 났다”고 했다.

책은 신해철이 “집도 재산도 필요 없다”며 음악에 보인 열정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1990년대 솔로로 성공하고도 밴드 활동을 고집했던 이유를 되짚는다. 강헌은 “신해철에게 밴드는 평생에 걸친 화두이자 천형에 가까운 숙명”이었다며 “밴드는 자본이 지배하는 문화산업의 컨베이어 시스템에서 음악 청년들이 상상력을 억누르는 통제 체제에 대항할 수 있는 최소 단위의 공동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해철은 뮤지션으로서도 신념이 뚜렷했지만 시민으로서 말하고 행동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2000년대 이르러 토론 프로그램의 단골 논객이 됐고, 심야 라디오 <고스트 스테이션>에서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을 쏟아냈다. 때로 강헌이 보기에 “냉소의 칼끝이 대상을 정조준하지 못하고 비틀거려 입시학원 광고 출연과 공교육 비판 논쟁에서 그답지 않은 억지를 부리기도” 했지만 신해철은 예술인에게 씌워진 ‘공인’이란 사슬에 얽매이지 않았다.

책의 부록으로 신해철과 작업하다가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함께 마무리하지 못했던 주크박스 뮤지컬 <더 히어로>의 대본을 처음 공개했다. 뮤지컬의 줄거리와 주인공 캐릭터를 완성했을 즈음 신해철이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강헌이 신예 작가 서자영과 초고를 써야 했다. 신해철의 노래를 엮어 스토리를 써낸 뮤지컬은 ‘1979년 10월26일 김재규가 암살에 실패했다면?’이라는 생각에서 상상의 날개를 펼친 작품이다. 이 뮤지컬의 대미를 장식하는 노래도 ‘그대에게’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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