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마농>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윤호근 국립오페라단 단장, 드라마투르기를 맡은 마정화씨, 테너 국윤종, 소프라노 손지혜, 연출가 뱅상 부사르, 지휘자 제바스티안 랑레싱,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 테너 이스마엘 조르디, 바리톤 공병우.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첫 작품으로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의 오페라 <마농>을 선보인다. 프랑스 소설가 아베 프레보의 소설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의 이야기>가 원작인 이 작품은 귀족 출신의 기사 데 그리외와 평민 출신 소녀 마농의 격정적 사랑을 그려낸다.
2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투르기(극 연출을 전문적으로 돕는 사람)로 참여한 마정화씨는 “18세기에 이름밖에 없는 평민 출신 소녀가 자신의 미모가 얼마나 덧없이 사라짐을 알면서도 그 미모로 욕망을 채우려고 한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연출을 맡은 뱅상 부사르는 마농의 캐릭터에 대해 “자유를 갈망하고 기존의 것을 탈피하고 싶어하는 인물로 어느 시대의 젊은이들과도 닮았다”며 “이런 점을 현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같은 원작을 오페라로 만든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는 자주 무대에 올랐지만, 마스네의 <마농> 전막 오페라가 무대에 오르는 건 1989년 김자경오페라단 공연 이후 29년 만이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5막 동안 6번의 무대전환이 이뤄져야 할 만큼 규모가 방대하고 원작 특유의 예술성을 완성도 높게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라며 “국립오페라단이 기존에 하지 않았거나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고민하다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이용숙씨는 “마스네의 <마농>(1884년)은 <마농 레스코>(1893년)보다 앞서 만들어졌지만 감성적 가락과 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푸치니 작품보다 더 현대적이고 연출가의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주인공 마농 역은 루마니아 출신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와 소프라노 손지혜가 번갈아 연기한다. 데 그리외 역은 스페인 출신 테너 이스마엘 조르디와 국윤종이 맡는다. 국윤종은 “이탈리아어나 독일어 오페라는 언어 특성상 끊어 읽기가 가능해 대사나 노래의 발음이 각이 지고 선명한 데 비해 프랑스어 오페라는 이어지는 소리가 나는 언어적 특성 때문에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며 “성악가로서 가장 힘든 부분이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어서 <마농> 연습 한 달 전부터 프랑스어 발음과 표현 등을 연습했다”고 말했다. 5~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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