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1990년대 아르앤비 가수로 큰 사랑을 받았던 3인조 그룹 솔리드가 무려 해체 21년 만에 컴백한다. 솔리드의 뒤를 이어 솔 음악을 확장·발전시킨 4인조 브라운아이드소울도 뜸했던 그룹활동을 2년 만에 재개한다.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그런데 솔리드의 마지막은 아닙니다.” 마지막 콘서트에서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약속했던 솔리드가 약속대로 돌아왔다. 1993년 데뷔해 1997년까지 4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솔리드는 국내 대표적인 아르앤비 그룹이다. ‘이 밤의 끝을 잡고’ ‘나만의 친구’ ‘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천생연분’ 등의 히트곡을 내며 약 400만장의 앨범 판매량을 올렸다. 당시 큰 인기를 뒤로하고 활동 중단을 선언해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21일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컴백 기자회견에서 솔리드는 “4년간 활동하며 정신없이 바빠서 잠시 휴식기를 갖자고 했던 것이 21년이나 지나버렸다”고 첫 소감을 전했다.

해체 뒤에도 이준을 제외하고 김조한과 정재윤은 음악 활동을 계속해왔다. 김조한은 꾸준히 솔로 음반을 내며 현역에서 활동했고, 정재윤은 미국과 대만을 오가며 그룹 아지아틱스 등의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이준은 해체 뒤 미국으로 건너가 부동산 사업을 했다. 미국에서 함께 자란 세 사람은 솔리드가 해체한 뒤에도 우정을 지켜왔다. 재결합이 성사된 데에는 그간 쌓아온 우정이 한몫했다. “1년 반 전 친구의 결혼식에 우리 셋이 들러리를 선 적이 있어요. 같은 옷을 입고 있었더니 사람들이 솔리드라고 연호해줘 그 자리에서 ‘천생연분’을 부르기도 했죠. 그러면서 다시 같이 해보자는 얘기를 하게 됐어요.”(김조한)

데뷔한 지 25년이 되는 시점에 돌아온 이들은 오는 5월19~20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콘서트에 앞서 새 앨범 <인투 더 라이트>(Into the Light)도 22일 발표한다. 지난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작곡과 편곡, 프로듀싱 등을 직접 했다. 앨범 제목이자 타이틀곡인 ‘인투 더 라이트’는 80년대 신스팝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곡이다. 두 번째 타이틀곡 ‘내일의 기억 메멘토(Memento)’는 솔리드의 음악을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발라드다. 정재윤은 “삶에 지치고 상처받은 이들이 잠시라도 휴식과 위안을 받는 순간이 되었으면 하는 의미를 담아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엔 솔리드의 대형 히트곡 ‘천생연분’도 리믹스해 담았다. 이준은 “20여년 만에 랩을 하니 쉽지 않았다”면서 “그래도 <쇼미더머니>에 나간다면 자신 있다”며 웃었다. 김조한은 “컴백하면서 새로운 음반을 갖고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며 “앞으로 활동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솔리드의 음악은 계속 들려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네 명의 멤버가 각자 개인 활동을 해오던 브라운아이드소울도 ‘소울 4 리얼’(SOUL 4 REAL) 콘서트 이후 2년 만에 다시 뭉친다. 5월5~6일 열리는 ‘소울 워크’(SOUL WALK)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대전, 대구, 수원, 광주, 부산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멤버들이 각자 준비해온 노래들도 발표한다. 먼저 나얼은 최근 공개했던 싱글 ‘기억의 빈자리’, ‘글로리아’ 등에 이어 정규 2집 앨범의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녹음을 마치고 뮤직비디오 촬영을 앞두고 있다. 영준은 데뷔 뒤 처음으로 리메이크 앨범을 4월에 발매할 예정이다. 2016년 라디오 <정엽의 뮤직하이>(SBS)를 끝으로 오랜 휴식기를 가진 정엽과 지난해 여름 시즌송 ‘리-러브’(Re-Luv)를 선보였던 성훈도 개인 활동을 준비중이다. 브라운아이드소울 소속사인 롱플레이뮤직 관계자는 “콘서트로 먼저 팬들을 찾아 인사하고 때가 되면 그룹 앨범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학선 대중음악 평론가는 “솔리드와 브라운아이드소울 모두 장르 음악이 취약한 한국에서 아르앤비·솔 음악으로 1990년대와 2010년대를 대표하는 팀이라 복귀가 반갑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